샤오바오 우육면
예전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저는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 체중조절로 당분간
탄수를 안 먹고 있긴 한데 요즘 최고로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무조건 우육면 입니다. 대만스타일 말고 란저우 스타일로.
예전 나이가 어릴때는 육수나 소스가 진한 음식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국수는 그 면 자체의 맛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우동은 저에게 너무 심심한 짜기만 한 음식이었고 란저우 우육면은 그냥 소고기 뭇국에 불과 했습니다. "우육면 하면 고기 짱짱 들어간 대만식이지.", "일본 면 하면 진한 육수의 큐수식 라멘 아니겠어." 이러던 제가 어느 새 그 면의 맛에 집중하게 되며 "국물은 거들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일까요.
궁극의 국수를 찾고 찾다보니, 역시나 중국
란저우에서 먹었던 그 국수, 그게 최고였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한 6년전 일텐데 살다보니 그런 면을 다시는 접할 기회가 안 생기더군요.
일단 국물은 사골에 소고기 뭇국 더한 맛인데 소고기 비린내를 누르기 위해 팔각, 화자오, 생강 등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위구르 자치구의 유목민들이 키우는 방목육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80년대에 먹던 소고기 뭇국에서나 나타나는 진한 육향이 있습니다. 현재는 소를 다 사료로 키우기에 이런 육향은 찾기 힘들어 졌지요. 일단 국물은 그냥 짜고 별 감흥은 없는데 국수가 압권입니다. 수타면임에도 손칼국수나 수제우동과 다르게 단면이 매끄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기계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탄력이 있습니다.
서울에도 원래 우육면 집이 없지는 않으나 대개 대만식이거나 약간 변형된 우육면이라
정통 란저우 식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란저우식 라미엔을 표방하는 가게가 생겼는데, 이름하여 샤오마오 우육면.
입구에 보니 "란저우에서 직접 배워온~"으로 소개되어 있군요. 일단 기대가 좀 됩니다. 일단 메뉴를 보니... 오잉? 꿔바러우라니... 란저우식 라미엔은 이슬람교 지역의 음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나 술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물론 창시자는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될 건 없지만요.
이 요리를 개발한 사람은 200년 전 청나라 시대에 북경에서 유교를 공부하던 학생인 진유정이라는 사람인데, 공부보다는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서 요리를 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그러다 어느 날 소고기와 양의 간을 우린 국물에 면을 말아 먹었는데, 깜짝 놀랄만큼 맛있었던 거지요. 이게 초기의 우육면입니다. 그걸 같은 학우인 마육칠에게 전수해 주고 서북의 소수민족이였던 마육칠은 이 음식을 고향인 란주에 전파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황하물을 쓰는 란주지역은 기본적으로 물에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시기에는 부적합 하지만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밀가루의 탄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쫄깃한 면은 보장이 된거고 거기에 더해져 유목민족이
많은 지역이라 고기를 잘 다루고, 고기 역시 풍부했습니다. 그 좋은 조건에 우육면은
저절로 인기를 끌게되고 창시자인 진유정의 두 아들이 란주우육면의 개념을 정의하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째. 국물은 맑아야 할것
둘째. 맑은 국물위로 붉은색이 보여야 할것(고추기름)
셋째. 녹색인 고수가 있어야 할것
넷째. 흰색을 띄는 무가 보일 것
다섯째. 면이 노란색을 띌 것
즉, 란주라면은 위 기준에 부합하는 것만을
란주라면으로 치게 됩니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서 면을 선택합니다. 중국 현지와 같은 방식인데 저는 4번을 제일
좋아합니다. 굵은 면(4번)으로 주문하고 고기와 오이무침을 추가합니다. 우육면에는 오이무침이 제일 어울리는데 원래 오이를 전혀 먹지 않는 제가 우육면을 먹을때 만큼은 오이를 같이 먹습니다. 거의 설렁탕에 깍두기 정도 궁합.
면은 금방 나옵니다. 음... 일단 국물부터.. 어... 이 맛이 아닌데... 우육면의 육향이 없습니다. 너무 깔끔한 국물 맛.
면을 한번 먹어보자, 그래... 면은 좋아보이는데, 어? 국물보다 괜찮네. 확실하지는 않지만 소다가 들어간 듯한 식감인데 지나치지 않아서 뒷맛도 괜찮고 탄력도 괜찮습니다. 면의 표면은 일반적인 짜장면보다는 약간 거칠고 칼국수 보다는 매끄럽습니다. 오이무침은 어떨까.... 네, 그냥 무난무난 합니다. 일단 국수 가격이 8500원인 걸 감안하면 오이무침 5000원 정도는 좀 비싸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양을 줄이더라도 혼자서도 먹기 좋게 2000원대로 줄이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일단 전체적인 식감이나 맛은 란주 현지보다는 확실히 떨어집니다. 그건 거의 Goat의 경지라, 다만 중국 타지역인 북경이나 상해에서 파는것에 비해서는 밀리지 않는 수준이고 수육추가해서 맥주 한잔 하기에도 괜찮습니다.(무슬림에서 맥주라니)
글쓰기 |
첫번째사진 굉장하네요
우육면을 대만에서 굉장히 맛있게 먹어봤는데
글을보니 란저우식 우육면도 참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