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여행 ③순창 강천산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 여행

고추장의 고을이라서 그럴까? 전북 순창의 가을은 곱디고운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새빨간 단풍이 유혹하는 강천산은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도 편해 누구나 눈부신 단풍 숲을 즐기기 좋다. 
 

강천산은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강천산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공기에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청량한 공기에 폐 속 구석구석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용이 꼬리치듯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용천산이라 부르던 강천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단풍이 아름답다. 

단풍 여행은 산 위로 올라갈 것 없이 매표소에서 병풍폭포, 강천사, 현수교(구름다리), 구장군폭포까지 갔다 오면 충분하다. 왕복 5km, 2시간 정도 걸리는 맨발산책로 코스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

매표소를 지나 첫 포인트는 절벽서 시원스레 쏟아지는 병풍폭포다. 높이 40m에 물줄기 폭 15m로, 인공 폭포지만 물줄기와 절벽이 산수화처럼 어우러진다. 폭포 아래 공간서 삼삼오오 쉬는 사람들이 많다. 
 

병풍폭포를 지나 좀 더 걸으면 자그마한 사찰이 보인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다. 대웅전 앞뜰의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때 조성한 것인데 한국전쟁 때 사찰 건물이 전소되면서 탑 일부가 부서진 흔적이 있다. 절 앞 돌다리를 건너면 삼인대가 나온다. 


순창군수 충암 김정, 담양부사 눌재 박상, 무안현감 석헌 류옥이 폐비 신씨 복위를 청원하는 상소를 올리기로 맹세한 장소다. 강천사 근처에 수령 300년 된 모과나무가 있으니 찾아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데 지금도 가지마다 모과를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강천사를 지나면서부터 단풍나무가 점점 더 많아진다. 잎이 아기 손바닥처럼 작아 흔히 애기단풍으로 부르는 단풍나무가 주를 이룬다. 타오르듯 새빨간 단풍잎이 파란 하늘과 대비돼 보기 좋다. 이제 곧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가 보이는 지점이다. 

절을 지나 첫 번째 나오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편에 현수교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여기서 현수교 쪽으로 올라가도 좋고, 구장군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현수교를 건너도 좋다. 
 

하이라이트인 현수교는 남겨두고 구장군폭포부터 보기로 한다. 고개를 젖혀 현수교를 올려다보면 그 높이가 아찔하다. 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현수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구장군폭포다. 

병풍폭포와 마찬가지로 인공 폭포인데, 120m 높이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자연스러워 원래 있던 폭포 같다. 팔각정과 벤치 등 쉴 자리가 많고 폭포가 잘 보이는 곳에 데크를 만들어 사진 찍기도 좋다. 여기서 더 가면 비룡폭포, 연대암터를 지나 담양과 경계에 자리한 금성산성에 올라설 수 있다.
 

드디어 현수교로 향한다. 폭포 아래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현수교와 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나무 계단이 제법 가파르지만 금세 현수교 입구에 이른다. 현수교로 이어진 철제 계단은 좁고 경사가 심하니 조심할 것.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닮은 ‘강천산’
아이·어른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


지상 50m 지점에 놓은 길이 75m 현수교는 강천산의 상징이다. 빨강과 주황을 예쁘게 섞은 단풍 색깔이라 가을에 잘 어울리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흔들림이 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짜릿짜릿하다. 
 

강천산 최고봉인 왕자봉(583.7m)으로 가려면 현수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구장군폭포까지 걷고 현수교를 건넜으니,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단풍 산행으로 충분하다. 강천산 입구에 맛있는 식당이 많아 요기하기 좋다. 

순창발효커피를 선보이는 ‘모두베리카페’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로컬 카페다. 생두에 몇 가지 미생물을 주입한 뒤 로스팅한 원두를 그 자리서 갈아 내려주는데 구수하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강천산서 나와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로 이동하는 중에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몇 군데 있다. 10월 하순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는 11월이면 갈색으로 짙어졌다가 바람에 우수수 날려 운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중간쯤 구룡교차로서 월곡 방향으로 좌회전해 들어가면 지난달에 개장한 순창군승마장이다. 군민이 정기적으로 승마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객을 위한 체험 승마도 운영한다.

강천산과 함께 순창 여행의 투톱이라 할 만한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해서 배우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순창군서 운영하는 순창장류체험관은 물론 개별 판매장서도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진행한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발효소스토굴은 2016년 5월에 개장해 요즘 한창 뜨는 곳이다. 다양한 전통 장류와 함께 전 세계의 소스를 전시하고, 발효에 최적화된 토굴에서 장류를 숙성시킨다. 

미생물의 활동으로 장이 발효되고 맛이 깊어지는 과정을 미디어 아트로 게임 하듯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흥미로운 트릭 아트와 한지등으로 재현한 고추장 진상 행렬, 항아리가 들어찬 토굴 등 볼거리도 많다. 입구서 순창발효커피를 저렴한 값에 판매한다. 
 

최근 1~2년 사이 순창 읍내에 ‘금산여관’ ‘방랑싸롱’ ‘일우당’ ‘순창농부의부엌’ 등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 여행자가 늘고 있다. 여행자끼리 소통하고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읍내 골목을 거니는 느긋한 여행을 즐긴다. 
 

아이들을 동반한 30~40대는 향가유원지가 좋다.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에서 캠핑하고 향가터널과 향가목교를 거닐며 섬진강의 하루를 만끽한다. 향가터널과 향가목교 위로 섬진강자전거길이 지나, 주말이면 라이더도 많다. 

향가목교는 사람과 자전거를 위한 다리다. 중간에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섬진강을 감상하기 좋다. 해가 지면 무지갯빛 조명이 들어와 환상적이다. 
 

섬진강 상류에 속하는 동계면 장군목유원지는 오랜 세월 물이 빚은 바위 조각이 마치 예술품 같다. 남자의 식스 팩처럼 울룩불룩한 바위, 여인의 엉덩이처럼 펑퍼짐한 바위, 원통으로 깊이 파인 요강바위…. 


음식과 문화의 조화

바위에 부딪힌 물길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을 보노라면 시간조차 느리게 가는 듯하다. 장군목유원지 역시 섬진강자전거길 구간이다. 순창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은 단풍, 섬진강, 고추장, 로컬 푸드와 지역 문화를 고루 만나고 체험하는 휴식 같은 여행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강천산→강천산 메타세쿼이아길→발효소스토굴→방랑싸롱→향가유원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천산→강천산 메타세쿼이아길→순창군승마장→발효소스토굴→장순창장류박물관, 순창옹기체험관→향가유원지   
[둘째 날] 순창농부의부엌→방랑싸롱→예향천리마실길→장군목유원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순창군 문화관광 http://tour.sunchang.go.kr 
-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 
http://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com


문의 전화
-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063)650-1648
- 순창군종합관광안내소 063)650-1674
- 강천산관리사무소 063)650-1672
-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063)650-5411
-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 063)652-9001
- 순창장류박물관 063)650-1627
- 순창군승마장 063)650-553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순창,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5회(09:30~16:1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순창-강천산, 하루 8회(10:50~17:30) 운행, 약 30분 소요. 광주-강천사, 하루 7회(08:10~15:3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hticket.co.kr 광주유스퀘어 062)360-8114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순창공용버스터미널 063)653-2186  

자가운전
-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반월교차로→국도26호선→조촌교차로→번영로→대흥교차로→호남로→구이교차로→국도27호선→장암교차로→회문산로→구림로→월정삼거리→강천로→강천사입구삼거리→강천산길→강천산
- 광주대구고속도로 순창 IC→순창로→장류로→강천로→강천사입구삼거리→강천산길→강천산

숙박 정보
- S모텔: 순창읍 옥천로, 063)653-3960
- 그린나래펜텔: 복흥면 추령로, 063)652-1202, http://www.greennare.pe.kr 
- 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 풍산면 향가로, 063)652-9001, 
http://섬진강향가오토캠핑장.com
- 일우당: 순창읍 순창7길, 063)652-8051, https://ilwoodang.modoo.at
- 회문산자연휴양림: 구림면 안심길, 063)653-4779, http://www.huyang.go.kr  

식당 정보
- 순창농부의부엌(산야초비빔밥·천연효모빵): 순창읍 순창5길, 063)653-4677, http://www.facebook.com/Farmerskitchen7
- 2대째순대(전통 순대): 순창읍 남계로, 063)653-0456 
- 순흥즉석순두부가든(순두부백반): 순창읍 장류로, 063)652-3636
- 강천풍경식당(산채비빔밥): 팔덕면 강천산길, 063)652-2620
- 연다라전통순대(전통 순대): 순창읍 남계로, 063)653-3432 

이색 체험
고추장 담그기: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내 순창장류체험관이나 개별 고추장 판매점서 전통 고추장을 담그는 체험. 고추장 체험 약 40분, 고추장·인절미·튀밥·장류 요리 등 4가지 체험 시 1시간40분~2시간 소요. 
*문의: 순창장류체험관 063)650-5432, http://www.janghada.com

주변 볼거리
금산여관, 훈몽재 유지, 전라북도산림박물관, 귀래정, 녹두장군 전봉준관, 회문산자연휴양림, 예향천리마실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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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