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1차 왕자의 난의 결과로 이성계의 둘째 아들인 방과는 동생 방원의 뜻에 따라 조선의 제 2대 왕으로 등극하니 그가 정종입니다. 원래 이성계에게는 맏아들인 방우가 있었지만 그는 이성계가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등극을 하자 실망을 하고 은둔하여 행방이 묘연했던 겁니다. 그래서 둘째인 방과가 임금이 되지만 실제 정국은 방원이 주도해 나가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방원에게는 정종 이외에도 두 명의 형이 더 있었습니다. 태조의 3남인 익안대군 방의와 4남인 회안대군 방간입니다. 두사람은 모두 정사 1등공신이었으나 서로 성격이 달랐다고 합니다.

익안대군 방의는 자신이 왕이 되어야 겠다는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즉위함으로써 얻게 된 대군 자리도 분에 넘치는 것으로 여겼으며 변방의 토호 아들로 태어나 대군까지 된 것으로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방간은 달랐습니다. 다음 임금 자리는 자신이 차지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정종이 허수아비 왕이라는 점과 정종에게 적자가 없었던 것이 이런 생각을 부채질하게 했습니다. 정종은 정안왕후 김씨와 7명의 후궁을 두었는데 후궁에게서는 15명의 아들을 낳았으나 정작 정안왕후에게는 후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제(世弟)가 되어 다음 보위를 이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간의 야욕에 불을 지른 인물이 박포입니다. 박포는 제1차 왕자의 난 때 사병을 동원해 방원을 도왔지만 그의 공이 2등으로 떨어지고, 방원이 공신들의 분열을 우려한 잠시 동안 유배생활도 했기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터에 방간의 의중을 알아채고 그를 부추긴 것입니다. 또한 방간의 아들 의령군 맹종도 큰아버지인 정종의 다음 왕은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은 자신이라고 생각했기에 역시 아버지에게 불만을 자주 토로하곤 했습니다. 그러자 방간은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박포와 함께 거사를 위한 동조자들을 모으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는 대부분의 조정 공신들이 이미 이방원에게 붙어버린 뒤여서 사람들을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 방원은 형의 음모 사실을 알아채고 결국 정종 2년(1400) 정월 개경 한복판에서 형제들 끼리 임금 자리를 놓고 칼부림이 벌어지니 이것이 제2차 왕자의 난입니다. 방간을 따르는 무리가 방원측보다 많지 않았고 방원은 또한 아버지 이성계의 지략과 무예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인물이었기에 승리는 방원에게 돌아갔습니다. 결국 난이 평정되고 방원은 패장인 박포의 목을 자르는 데는 아무 주저도 없었으나 방간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친형인 방간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어차피 이제 임금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되었으므로 아량을 베풀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임금인 정종 또한 친동생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정종과 방원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 방간은 토산(兎山)에 유배가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이리하여 제2차 왕자의 난으로 방원은 조선 최고의 실력자가 자신임을 내외에 확실히 못박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2차 왕자의 난을 승리로 이끈 방원은 다음 달 세제로 책봉되었습니다. 그후 2개월 후 정종에게 양위를 받아 임금의 자리에 오르니 바로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