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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내공 30)미스터 인크레더블 줄거리좀
getu**** 조회수 9,492 작성일2004.12.25
미스터 인크레더블 보신분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좀 가릋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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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 대한 모든 것

반지원정대의 여정도 추억담이 된 쓸쓸한 올 겨울,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12월15일 국내 개봉)이 공개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 1990년대 여름마다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이 모았던 주목과 기대는 이제 고스란히 픽사에 옮아간 것이다. 2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 픽사 최초의 PG등급을 받은 현란한 액션으로 별안간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스타일에 성큼 다가선 슈퍼히어로 가족드라마 <인크레더블>에서 브래드 버드 감독이 업그레이드한 픽사의 미덕은 무엇이며, 새롭게 드러낸 야심은 무엇일까? 또, 그 야심은 픽사의 충실한 팬들에게 어떤 우려를 자아내는가? 픽사의 ‘미션 인크레더블’을 분석해본다.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

△ 잘 나가는 슈퍼히어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졸지에 평범한 소시민이 된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조그만 자동차가 소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그의 처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국 중산층의 단조로운 일상을 묘사하는 <인크레더블>의 2장은 위트있고 사려 깊은 해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사상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만들겠다는 월트 디즈니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만화영화를 극장에서 1시간 넘게 보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로부터 60년 뒤 최초의 장편 3D CG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픽사의 존 래스터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컴퓨터그래픽(CG)을 극장에 앉아 2시간씩 쳐다볼 사람이 어디 있겠어?” 주지하다시피 이 일화들은 반전이 준비된 영웅 신화의 첫머리다. 월트 디즈니는 <백설공주>를 주춧돌 삼아 왕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이후 지금까지 픽사는 단 한번도 스텝이 엉키지 않고 위풍당당 행진을 계속했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는 모두 합해 약 30억달러 수익을 남겼고, 애니메이션 뿐아니라 실사영화까지 통틀어 해당연도의 베스트영화 중 한편에 꼽혔다. 할리우드 주민들은 픽사 직원들이 무슨 약 탄 음료수를 마시는 게 아닐까 질투하고, 관객은 디즈니의 성곽 상표보다 픽사의 탁자 스탠드 로고를 믿고 티켓을 예매하게 되었다. 드디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우며 흥분과 폭소와 경탄을 자아낸다. 그게 놀랄 일이냐고? 물론 픽사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뉴스 축에 끼지 못한다. 그런데 <인크레더블>은 픽사의 전작들과 확실히 뭔가 다르다. 상영시간은 길고 드라마는 할리우드의 단골 메뉴인 ‘중년 가장과 가족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액션 시퀀스들은 <스타워즈>나 <스파이더 맨2>와 핸디캡 없이 겨루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블록버스터에 가족드라마를 섞은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TV비율의 화면에 담긴 슈퍼히어로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연예 뉴스에 공급되는 할리우드 스타의 정킷 인터뷰와 흡사한 이 서두에서, 슈퍼맨풍의 히어로 미스터 인크레더블(밥)과 사지가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엘라스티걸(헬렌), 아이스맨 프로존(루시어스)은 평화와 안전의 수호자로서 자부심과 스트레스를 거만한 말투로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들의 긍지와 보람은 오래가지 않는다. “누가 구해달랬냐고!”라고 항의하는 배은망덕한(?) 자살미수자의 소송을 시작으로 슈퍼히어로들의 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으로 여론은 비등한다. 결국 정부는 ‘슈퍼히어로 재적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영웅들은 정체를 숨긴 채 민간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15년 뒤, 성냥갑 같은 주택이 늘어선 교외 중산층 주거지역.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엘라스티걸은 밥과 헬렌이라는 이름으로 결혼해 삼남매의 부모가 됐다. 이제 밥이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은 악당이 아니라 복부비만과 소시민적 무력감이다. 그러나 문제는 권태 이상이다. 밥의 직장인 보험회사 ‘인슈어케어’는 그의 지나간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생리를 지닌 조직이다. 곤경에 빠진 이를 돕겠다는 계약을 이리저리 피해야 먹고사는 보험사는, 슈퍼히어로의 대용품으로 고안한 범용한 인간들의 제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웅변한다. 괴로운 건 밥만이 아니다. 스피드를 타고난 아들 대쉬는 능력을 발휘 못해 안달이고 투명인간 딸 바이올렛은 초능력을 혐오한다. 헬렌은 식구들의 불만을 그녀의 긴 팔로 끌어안고 가정을 지탱하느라 허리가 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해고된 밥은 정체 모를 고용주의 제안을 받고, 가족 몰래 슈퍼히어로를 재개업하면서 근육과 활력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가 맺은 계약은 함정으로 드러나고 급기야 헬렌과 슈퍼 키드들은 위기의 가장을 구하기 위해 출동해 초능력을 총동원한 전투를 시작한다. 그들의 유니폼 가슴팍에는 ‘인크레더블’의 ‘i’자가 자랑스레 빛난다.

이상의 스토리에서 <트루 라이즈> <엑스맨> <스파이 키드>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런 노릇이다. 눈으로 직접 보는 <인크레더블>의 시퀀스들은 더 많은 첩보물, 액션물의 제목을 나열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인크레더블>은 실사영화 같다. 이는 <인크레더블>이 <파이널 환타지>처럼 사람의 땀구멍까지 그려내는 하이퍼 리얼리즘에 도전했다는 뜻이 아니다. <인크레더블>이 접근한 ‘실사영화’는 꼭 집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현대 블록버스터의 특성은 특수효과 액션 스펙터클과 다양한 장르의 잡종교배다. <인크레더블>은 눈이 핑핑 도는 전투와 더불어 가족드라마, 어드벤처, SF, 코미디를 고루 섞는다. 이러한 스타일의 ‘주모자’는 브래드 버드 감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대부분 작품에서 내부자들의 공동 감독 체제를 유지해온 픽사가 예외적으로 영입한 외부자 출신 단독 연출자인 브래드 버드는 “자신이 영화에서 상상한 모든 재미”를 <인크레더블>에 집어넣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완성도에 비해 ‘불의’에 가까울 만큼 흥행에 참패한 브래드 버드의 장편 데뷔작 <아이언 자이언트>를 되짚어보자. 우주에서 온 거인 로봇이 냉전기 미국 소년과 우정을 맺고 병기의 운명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아이언 자이언트>는 실사였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성싶은 장면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과거의 어떤 만화영화보다 < E.T. >와 <가위손>을 닮은 <아이언 자이언트>의 스토리보드와 대사, 캐릭터는 카툰의 문법보다 할리우드 실사 가족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따르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실사 영화에 뒤지지 않는 정교한 액션 신

사실 <인크레더블>은 브래드 버드가 <아이언 자이언트>의 제작사 워너에 제안했다 거절당한 아이템이다. 말 안 통하는 상사를 벽에 메다꽂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처럼 할리우드에서 좌절을 거듭한 브래드 버드는 칼아츠 동기 존 래스터가 이끄는 픽사에서 12년 묵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되자 의욕과 조바심으로 꽤나 불타올랐던 모양이다. 늘어난 물량과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전작과 비슷한 예산 1억4500만달러를 맞추겠다고 세밀한 준비에 몰두한 버드는, 연신 불안해했다. “그건 그렇고 높은 사람들은 내 아이디어 뜯어고치러 언제쯤 오나?”라고 묻는 경계 태세였던 그를 존 래스터는 이렇게 묘사한다. “버드는 무거운 쟁기에 묶인 경주마 같았다. 우리는 그를 풀어 언덕을 달리게 했는데 그는 자유인 줄 모르고 자꾸 쟁기 옆으로 가더라. 그러나 얼마 뒤 그는 어느 때보다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열의에 호응한 픽사의 스탭들은 다시 놀라운 스트레칭을 해냈다.

우선, <인크레더블>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픽사의 첫 작품이다. 흙과 식물로 둘러싸인 <벅’스 라이프>의 유기적 환경, <몬스터 주식회사>의 털, <니모를 찾아서>의 물에 이은 이 기술적 도전을 해결한 픽사의 방식은 픽사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철학과 통한다. CG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픽사는 결코 CG로 실사 같은 인간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 한마디로 “25센트면 진짜 오렌지를 살 수 있는데 2천만달러를 들여 개똥으로 오렌지의 복제를 만들 필요가 어딨나?”라는 입장이다. <인크레더블>의 인간 캐릭터들은 <화이널 판타지>의 어색한 밀랍인형 같은 아키와 달리 모공이나 잡티가 없는 추상화된 피부와 외양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비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슈퍼히어로라는 설정과 어울린다. 픽사에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이 그리는 세계가 갖는 환상성과 추상화의 레벨에 호응하는 ‘그럼직함’이지 절대적 리얼리티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크레더블> 가족의 몸은 해부학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게 늘어난다. 이는 캐릭터의 외양에 전통적 2D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그래픽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신체 부위를 따로 분리해 통제함으로써 몸의 일부를 순간적으로 과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크레더블>은 인체를 모방하는 동시에 왜곡하는 적정한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길이라는 픽사의 믿음을 정확히 보여준다.

△ <인크레더블>의 캐릭터디자인은 실사 같은 인간 이미지에 매달리지 않는다. 픽사에서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이 그리는 세계가 갖는 환상성과 추상화의 레벨에 호응하는 ‘그럼직함’이지 절대적인 리얼리티가 아닌 것이다. 자유자재로 몸이 늘어나는 엘라스티걸(왼쪽 사진)의 초능력은 픽사다운 기발함이 두드러지는 설정이다. 그러나 캐릭터로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에드나 E. 모드(오른쪽 사진 왼쪽)다.


슈퍼히어로에 대한 위트있는 해석 돋보여

한편 <인크레더블>은 액션 시퀀스에서 3D애니메이션의 스펙터클과 표현력이 실사 블록버스터에 꿀릴 것이 없다는 점을 힘주어 과시한다. 우선 장르의 패러디가 아니라 장르 안에서 제대로 된 액션영화를 만들어 정면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인크레더블>은 <몬스터 주식회사>로 <슈렉>과 맞붙었던 픽사의 전통을 계승한다. 도심, 실내는 물론 물, 아열대의 섬까지 무대가 확장된 <인크레더블>에서 픽사가 만든 가상 세트는 전작의 세배. 예컨대 날쌘돌이 대쉬가 톱날처럼 날아드는 비행접시를 피해 시속 200마일로 달리는 장면에서 배경팀이 커버해야 할 땅의 넓이는 엄청났다. 결국 <인크레더블>은 픽사의 작업순서를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가상 세트를 지은 다음 카메라의 위치를 정했지만, 동선이 크고 복잡한 <인크레더블>에서는 간단한 모델로 촬영부터 하고 카메라 움직임에 맞춰 세트를 지었다. 디지털 조명도 슈퍼히어로들의 활약장면에서는 통상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명암대비를 강하게 한 스릴러의 조명설계를 따랐다. <매트릭스>나 <스타워즈>를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인크레더블>의 액션 시퀀스 배경은 역으로 실사영화들의 얼마나 큰 부분이 CG였는지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실사영화로도 볼 수 있는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굳이 표현할 때 얻을 수 있는 오락적 미학적 효과는 무엇일까? 드라마의 요구에 더욱 정밀하게 들어맞는 연기 타이밍과 장면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과연 0.1초를 다투며 설계한 <인크레더블>의 후반부 액션은 숨쉴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그러나 <인크레더블>이 가장 참신한 대목은 슈퍼히어로들이 활개치는 서론과 결론이 아니라 미국 중산층의 단조로운 일상에 갇힌 슈퍼히어로의 폐소공포증을 담은 영화의 제2장이다. 이는 액션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실사영화는 많았으나 교외의 일상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실사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색으로 요동하는 1부와 3부 사이에서 창백하게 가라앉아 있는 2장은 “범용함을 기념하는 오만 가지 방법을 발명하느라 바쁜” 사회에 대한 염증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한다. 1960년대에 상상한 미래를 청사진으로 삼았다는 세트디자인은 청결하고 병적이며 질감과 톤에 미세하게 층을 낸 흑과 백, 회색의 색채 설계와 디테일은 주류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캐릭터의 특징에서 파생된 농담과 긴장 넘치는 대화 등 픽사 고유의 장점이 가장 잘 보존된 곳도 2부다. 가족의 모험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인크레더블>의 2/3는 거의 나무랄 데가 없다. 만약 <엑스맨>과 <스파이더 맨> 시리즈가 없었다면 <인크레더블>은 대중문화가 창조한 존재 슈퍼히어로에 대한 영화 사상 가장 위트있고 사려 깊은 해석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토리의 개성과 캐릭터의 매력은 부족

그러나 <인크레더블>은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서 ‘니모를 찾게’ 만든다. 픽사의 전작들보다 한층 외향적이고 행동반경이 넓으며, ‘중년의 위기’라는 원숙한 테마까지 건드린 <인크레더블>에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 <인크레더블>에서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개성이다. 악당과 영웅의 이분법적 구도과 세계 평화를 지키는 슈퍼히어로 가족이라는 설정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딘가 불편하다.
 

첫째 스토리의 개성이다. 어른의 고민을 다룬 것은 미덕이지만 소재가 스토리의 너비와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크레더블>의 이야기는 냉전이 끝난 뒤 사회적 잉여집단이 된 첩보원이나 영웅들의 애환을 그린 많은 할리우드 액션물의 드라마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실사영화를 벤치마킹하면서 그들의 설정에 내포된 정치적으로 조심스럽지 못한 태도도 <인크레더블>에 스며들었다. <인크레더블>에 쏟아진 현지의 호평들이, 세계평화를 관리하는 패밀리는 따로 있으며 인위적인 살상무기를 발명해 힘을 키우려는 자들은 가짜 영웅이고 악당이라는 상당히 불편한 전제를 무시한 것은 의외다. 픽사의 전작들은 모두 어리거나 순진한 존재가 주인공이었으나 그들의 심리적 여정은 <인크레더블>보다 복잡했다. <토이 스토리>는 사랑하다 버림받는 것과 아예 사랑을 모르는 삶의 무게를 저울질하게 했고 <니모를 찾아서>는 우리는 모두 위험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럼에도 계속 헤엄쳐야 한다는 철학을 속삭였다. 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은 한번도 픽사를 지배한 적이 없었으나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는 주인공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통해 인간이 작은 존재에 미칠 수 있는 폭력을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인크레더블>의 두 번째 결핍은 캐릭터의 매력이다. 물론 인크레더블 가족의 초능력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나 심리와 세심히 결부돼 있다. 자폐적인 사춘기 소녀 바이올렛은 보이지 않는 능력과 방어막을 가졌고 남편의 완력을 압도하는 주부 헬렌의 초능력은 유연성이다. 하지만 <인크레더블>의 캐릭터는 극중 역할과 기능에 연결될 뿐 퍼스낼리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관객이 그들에게 진심으로 동화되고 연민하는 경지로 이끌지는 못한다. 이는 <인크레더블>의 또 다른 결핍인 슬픔의 부재로 통한다. 픽사의 전작은 모두 한번쯤 눈물을 떨구게 했다. <토이 스토리>의 버즈가 자신이 우주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나, 건망증 물고기 도리가 친구 말린을 잃고 그 사실까지 잊는 순간의 페이소스는 <인크레더블>에서 찾을 수 없다. 또, 애니메이션의 좋은 캐릭터는 실사영화가 결코 보여줄 수 없는 면모를 얼마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예컨대 아들 찾는 물고기나 회의하는 몬스터처럼). <인크레더블>이 내세운 슈퍼히어로는 이미 실사영화의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고, 무력한 샐러리맨과 불안한 주부는 많은 실사드라마에서 익숙한 캐릭터다.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넘어선 개성과 적당한 비현실성을 갖춘 에드나 E. 모드가 <인크레더블>에서 가장 매혹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인크레더블>의 색깔이, 자체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한 픽사가 나아갈 길의 전조라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인크레더블>에 붙여 공개된 픽사의 차기작 <자동차들>(The Cars)의 트레일러는, 픽사가 업그레이드된 기술과 연출력을 갖고 <토이 스토리> 시절의 천진한 상상력의 세계로 복귀하리라고 예고한다. 모든 사람이 첨단 무기로 무장하면 모두가 슈퍼히어로가 되고 종국에는 아무도 특별해지지 않을 거라는 <인크레더블>의 악당 신드롬의 주장은 극중에서 허튼소리로 취급된다. 픽사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힘 역시 ‘무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는 정도는 픽사의 인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6번째 홈런을 때릴 수 있을지 불안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 인터뷰


브래드 버드 감독은 3살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그는 동년배들처럼 토요일 오전 TV만화를 빼놓지 않았으며, 14살 때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어서 픽사의 창조력을 이끄는 존 래스터, 팀 버튼 등과 함께 칼아츠에서 캐릭터애니메이션을 전공했으며, 졸업 뒤에는 <인어공주> 이전 ‘암흑기’의 디즈니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TV시리즈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패밀리 도그>라는 에피소드를 만들면서였다. 강아지의 시점에서 가족들을 바라보는 이 작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심슨 가족>이었다. 그는 이 시리즈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크 저지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뒤 그는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에 착수했다.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비록 흥행에 대실패했지만, <슈렉2>의 앤드루 애덤스 감독 등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픽사의 부름을 받아 ‘외부인’으로선 처음으로 픽사 영화 <인크레더블>의 감독을 맡게 됐다.

-어떻게 픽사에 합류하게 됐나.
=존 래스터와는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다. 픽사는 <벅’스 라이프>를 만든 이후 내게 픽사로 들어올 것을 얘기해왔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이야기만 진행했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끝낸 직후 나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그들에게 선보였고, 그들은 바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내게 “당신의 이야기에 집어넣어야 할 10개가 있다. 여기 공식이 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는 한 가지를 두려워하는데 그건 우리가 점점 자만해진다는 것이다. 우린 언제나 우리 자신을 다 바쳐 할 일을 원하고 있는데, 그건 그럴 때 계속 커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종류의 영화를 만들기 원하고 다른 일을 하길 원한다”라고 말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외부인으로 픽사에서 감독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픽사로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미증유의 성공작을 잇따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처지는 앞 타석의 타자들이 5개의 홈런을 연속으로 때린 뒤에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몸을 웅크리고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지곤 했다.

-<인크레더블>은 어떻게 떠올렸나.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하기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건 내가 어릴 적 봤던 모험영화와 스파이영화, 코미디, TV쇼, 만화책을 뒤섞은 스튜인 셈이다. 거기에 내 가족 이야기를 섞었다. 어릴 적 함께했던 가족과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지금의 가족 말이다.

-전통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는데.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문제에 너무 신경 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 할지라도 성패를 결정하는 건 실사영화와 똑같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에 동감할 수 있는가? 그들을 따라갈 수 있나? 플롯은 놀라우며 논리적인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테크놀로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좋은 영화를 건질 수 없을 것이다.

-캐릭터들의 모습을 디자인할 때 얼마나 리얼하기를 원했나.
=CG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진처럼 리얼하게끔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런 것은 실제 배우들과 스크린을 공유하는 골룸을 디자인한다면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리얼하게 보이기보다는 사람들이 리얼하도록 느끼게 스타일화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디자인적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친숙하게끔 하는 거와 저게 진짜 남자이고 여자이고 꼬마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과 당신이 축약된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도록, 그들이 관객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게끔 하는 거였다.

-당신은 <인크레더블>에서 에드나 모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나는 에드나 연기를 했냐는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가공의 여배우를 만들어 이름도 만들고 가짜 경력과 가짜 사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내가 에드나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올랐다. 이 영화에는 몇명의 픽사 직원이 목소리 출연을 했는데, 이런 스튜디오의 전통에 동참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에드나 연기는 꽤 재미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에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두명이 등장한다.
=올리 존스턴과 프랭크 토머스다. 불행히도 프랭크는 9월4일 사망했다. <아이언 자이언트>에 이어 나는 운좋게도 그들에게 목소리 연기를 시킬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순간들에 대해 경의를 바칠 수 있는 작은 순간이었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
=나는 디즈니가 핸드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더이상 만들지 않을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 기술로 지금도 DVD용 영화를 만들고 있다. 만약 디즈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이 컴퓨터를 사는 것이라면 얘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문제가 컴퓨터를 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문제는 컴퓨터로 해결되지 않는다.


  

출처 :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

200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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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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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크레더블이라는 슈퍼맨,스파이더맨에 버금가는 슈퍼히어로가

사람들의 질투와 오해로 슈퍼히어로 자격을 박탈당한다.

평범한 시민이되어 역시 슈퍼히어로지만 가정주부인 척 열심히 살아가는

부인 엘라스티걸과 함께 역시 비범한 능력을 가진 아이 둘을 낳고

살고있다.

하지만 명색이 슈퍼히어로였던 인크레더블은 자신의 옛적일을

회상하곤 한다. 그러나 그에게 남겨진 것은 직장상사의 괴롭힘과

늘어만가는 뱃살뿐..

그러던 그에게 놀라운 임무가 떨어진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누군가가 그에게 임무를 맡긴것이다.

항상 옛적을 꿈꾸던 그가 그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쉽게 임무를 수행한다.

가족들에게는 평범한 회사원이 된척 숨기고는...

하지만 그 프로젝트에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었는데.......


가족의 평화를 지키려는 엄마와 옛적을 회상하는 아빠 그리고 초능력을 가졌지만

평범하기 위해 그 초능력을 숨기는 딸과 아들..

그들의 멋진 활약이 볼 만한 영화다.






ps. 더이상 하면 스포일러가 되겠군요,,ㅎ 만족하셨나요???????

200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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