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정희(사진: 영화 '시' 스탈컷) |
10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백건우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고 털아놓은 뒤 "우린 결혼 후부터 단둘이서만 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왔다. 사람들은 나보러 혼자 간호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의 정도에 대해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라며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묻고,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면 '앙코르는 뭘 칠거냐'고 물어본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시기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을 맡았을 때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윤정희는 당시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던 '미자'역을 맡아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 그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백건우는 이에 대해 "마지막 작품인데 참 이상하지 않나. 그 역할이 알츠하이머 앓는 역할이라는 게 그게 참…. 그때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며 하고 그랬다. 그 뒤에도 하나 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도 같이 보고 구상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 상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으니.”라고 술회했다.
그는 현재 윤정희의 상황에 대해 “올 초에 한국에 들어와 머물 곳을 찾아봤다. 도저히 둘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때 고맙게도 진희(딸)가 돌봐줄 수 있겠다 해서 옆집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 지금은 잘 있다.”고 전했다.
윤정희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최고의 배우.
단역 내지 조연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 문희나 남정임과는 달리 첫 영화부터 주연을 맡았던 윤정희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지금까지 총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에 걸쳐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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