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중국에서(食在中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광대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음식 재료와 수천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찍이 중국 특유의 음식 문화를 형성하였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중국인이지만 '먹는 일' 앞에서만큼은 실용주의적인 민족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일찍이 중국에는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에 부합이나 하듯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계절, 성별, 나이별로 적당한 음식을 가려서 먹으며, 요리할 때는 맛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색과 향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추구한다. 먹는 것으로써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1) 식생활 습관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의 직장인들은 매끼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상적인 식생활을 즐길 수 없다. 그래서 아침에는 대개 채소나 고기 속이 있는 찐만두인 '바오쯔(包子)', 속이 없는 찐빵인 '만터우(饅頭)', 꽈배기 모양의 밀가루 튀김인 '여우탸오(油条)', 우리나라의 콩국과 비슷한 '더우장(豆醬)' 등을 사 먹는다. 점심때는 직장의 구내식당이나 주변 식당에서 먹는데, 일반 서민들은 면이나 덮밥류 한 가지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저녁은 퇴근 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데, 다소 간략했던 아침·점심식사를 보충이나 하려는 듯 제대로 챙겨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라서 남녀구별이 없이 집에 먼저 돌아온 쪽이 식사 준비를 한다. 1949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여성들은 남자들과 동등하게 직장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는 것 또한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생일이나 진급과 같은 축하할 일이 생기면 주로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 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중국 음식을 기대할 수 있다. 요리는 량차이(涼菜), 러차이(熱菜), 주식(主食), 탕(湯) 순서로 나온다. 량차이는 주요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간단한 음식이고, 러차이는 주문 후 즉시 지지고 볶거나 튀겨서 만들어 내는 주요리를 말한다.

주식으로는 흔히 밥, 만두, 면 같은 것들이 나온다. 탕은 우리나라의 국과 비슷하나 국보다 훨씬 걸쭉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식생활 습관과 다른 점은 주요리가 다 나온 뒤 양이 부족할 때 주식을 시키고, 숭늉처럼 탕을 맨 마지막에 마신다는 점이다.

식당에서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할 때는 좌석 배치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연장자나 손님은 문이 바라보이는 가장 안쪽 자리에 앉고, 서열이 낮은 사람일수록 문 가까운 자리나 문을 등진 자리에 앉는다. 요리가 나오면 각자 앞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 먹는데, 이때 손님이나 윗사람에게 먼저 요리를 권하며 다른 사람이 맛볼 수 있도록 한꺼번에 많은 요리를 덜어가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요리를 심하게 뒤적이거나 소리 내어 음식을 씹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의에 어긋난 것으로 여긴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는데 이것은 우리와 달리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 아니다. 중국의 쌀은 대부분 찰기가 없는데다가 젓가락으로만 밥을 먹기 때문에 생겨난 식습관이라 할 수 있다. 숟가락은 탕을 떠먹을 때만 사용한다.

(2) 지역별 요리 특징
중국은 넓은 지역만큼이나 특산물이 다양하고 그 문화적 전통 또한 달라서 지역별로 독특한 음식 문화를 꽃피웠다. 흔히 중국 요리를 산둥(山東), 쓰촨(四川), 장쑤(江蘇), 저장(浙江), 안후이(安徽), 후난(湖南), 푸젠(福建), 광둥(廣東)의 '8대 요리', 또는 베이징, 상하이, 쓰촨, 광둥의 '4대 요리'로 구분하는데 여기서는 4대 요리를 살펴보자.

베이징 요리
베이징 요리는 '징차이(京菜)'라고도 하며 베이징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산둥성, 서쪽으로 타이위안(太原) 지역의 요리를 포함한다. 특히 베이징은 원(元)·명(明)·청(淸)의 수도로서 지리적으로도 문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궁중요리와 같은 고급요리가 발달했다. 궁중요리의 대표격인 '만한전석(滿漢全席,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를 총집결하였다는 의미)'은 적게는 30가지, 많게는 160가지의 요리가 나오는 중국 요리의 정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베이징 요리로는 '베이징카오야(北京烤鴨)'와 '솬양러우(涮羊肉)' 등이 있다. 베이징카오야는 통째로 구운 오리를 얇게 저며 전병에 파와 장을 곁들여 싸서 먹는 요리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솬양러우는 종이처럼 얇게 썬 양고기 편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양념장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 요리이다.

상하이 요리
상하이 요리는 '난징(南京) 요리' 혹은 '장쑤 요리'라고도 하며, 양저우(揚州), 쑤저우 지역의 요리를 포함한다. 바다에서 나오는 풍부한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많으며, 대체로 달고 기름기가 많다.

상하이 요리 중 유명한 것으로는 민물 게 요리와 '둥퍼러우(東坡肉)'가 있다. 민물 게 요리는 일반 서민이 먹기에 다소 비싸지만 식도락가들이 최고로 꼽는 진미로서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둥퍼러우는 송나라 시인 소식(蘇軾)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요리이다. 항저우 지방의 관리로 있던 소식은 백성으로부터 선물 받은 돼지로 육질이 아주 연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백성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를 소식의 호인 '둥퍼(東坡)'를 따서 둥퍼러우라 불렀고, 이러한 미담 덕분에 둥퍼러우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쓰촨 요리
쓰촨 요리는 중국 내륙부의 쓰촨,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지역의 요리를 포함한다. 옛날부터 중국의 곡창지대로 유명한 쓰촨분지는 사계절 산물이 모두 풍성해, 야생 동식물이나 채소류, 민물고기를 주재료로 한 요리가 많다. 쓰촨 요리는 특히 매운 요리로 유명한데 "후난(湖南) 사람들은 매운 것을 겁내지 않지만, 쓰촨사람들은 맵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湖南人不怕辣, 四川人怕不辣)."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모든 요리에 고추, 후추, 마늘, 파 등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느끼한 중국 요리에 질린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쓰촨 요리로는 '마퍼더우푸(麻婆豆腐)', '궁바오지딩(宮保鷄丁)' 등이 있으며, 특히 각종 채소와 육류를 데쳐 먹는 쓰촨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鍋)'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표적 쓰촨 요리이다.

광둥 요리
중국 남부에 있는 광둥, 푸젠, 광시(廣西) 등지에서 주로 먹는 요리를 말한다. 중국 요리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이 광둥 요리이다. 16세기 이래 외국 선교사와 상인들의 왕래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전통 요리에 서양 요리법이 결합하여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네발 달린 것이면 의자 빼고 무엇이든 다 음식의 재료가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리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광둥 특선 요리 중 유명한 '룽후더우(龍虎鬪)'의 주재료가 고양이와 뱀인 것을 알고 많은 사람이 놀라곤 한다. 광둥 요리는 대체로 담백하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간을 적게 하며 국물이 많다. '구라오러우(咕咾肉)', '딤섬(點心)'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광둥 요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