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준 '다른 팀 보내달라고 애원했다'
OSEN 기자
발행 2009.04.11 17: 40

[OSEN=김대호 객원기자] SK의 '새로운 병기' 고효준(26)이 지난 해 말 다른 팀으로 이적시켜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김성근 SK 감독은 11일 목동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고효준에 얽힌 사연을 털어놨다. 고효준은 10일 히어로즈전서 선발 6이닝 동안 탈삼진 11개에 2실점(비자책)으로 4년여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낸 주인공이다.
고효준의 호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깜짝 승리' 때문만은 아니다. 140km대 중반의 빠른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 각도 큰 커브 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지켜본 서정환 MBC ESPN 해설위원은 "오랜만에 커브다운 커브를 구사하는 투수를 본 것 같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투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 역시 고효준의 투구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언젠가 해줄 것으로 믿었다"면서 "앞으로 계속 선발 로테이션에 넣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고효준의 등장이 팀 투수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지난 겨울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2년 입단한 고효준은 그 동안 가능성은 인정받으면서도 좀체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해가 갈수록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느낀 고효준이 지난 해 12월 김성근 감독을 찾아 왔다는 것. SK의 두터운 투수층을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고효준은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켜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고효준의 자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일언지하에 고효준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자 고효준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재차 간청을 하더라는 것이다.
고효준은 "얼마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생계가 막막합니다. 제발 먹고 살 수 있도록 다른 팀에 보내주십시요"라면서 김성근 감독에게 매달렸다. 김성근 감독 역시 가슴이 메어왔지만 냉정하게 거절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다.
고효준을 돌려 보낸 김성근 감독은 내심 "2009년엔 이 친구가 뭔가 하겠구나라고 예감했다"고 한다.
김성근 감독의 예상대로 고효준은 '트레이드 요청' 이후 5개월 뒤 SK에서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큰 시련 만큼이나 기쁨도 큰 고효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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