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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스승 찾아간 고효준, 김성근 감독 손잡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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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스승 찾아간 고효준, 김성근 감독 손잡은 사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21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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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50분 전 원정 감독실 찾아, "악수 한번 해도 되겠습니까?"

[문학=스포츠Q 민기홍 기자] “똑똑.”

21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SK행복드림구장 3루 원정 감독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SK 고효준(32)이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SK전이 열리기 전 취재진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부진한 송은범에 대한 쓴소리,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에 대한 칭찬 등이 주된 대화 내용이었다.

감독실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보고 멈칫한 고효준은 이내 “인사드리러 왔다”며 김성근 감독에게 “악수 한번만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오늘 선발이지?”라고 물으며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 “잘 던져라. 근데 잘 던지면 다음부터는 오지마”라는 말과 함께.

▲ [문학=스포츠Q 이상민 기자] SK 선발 고효준이 경기 시작 전 3루 감독실을 찾아 김성근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5이닝 7실점하며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고효준은 2007년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을 만나 수준급 투수로 성장했다. 불펜이 힘들 땐 롱릴리프로 나섰고 좌타자가 강한 팀들을 상대로는 종종 선발로도 나서 쏠쏠히 활약했다. 2009년부터 3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SK 왕조’에 힘을 보탰다.

시즌 첫 선발로 나선 고효준은 스승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5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7실점(5자책점)했다. 처음부터 2루타, 실책, 폭투를 내주며 꼬였다. 폭스에게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김경언과 김회성에게는 백투백 홈런을 맞고 자존심을 구겼다.

이제는 적이 돼 승패를 가려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스승과 제자가 손을 맞잡는 광경은 단순한 훈훈함을 넘어 사나이 간의 의리를 느끼게끔 했다. SK는 선두를 지키기 위해, 한화는 5할 승률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했지만 한국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 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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