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주인공 ‘연우’라는 소년과 연우의 엄마로 등장하는 ‘신만아’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연우의 엄마는 일찍이 이혼을 결심한 후 타인의 눈총에 견디며 연우를 키워나가는 멋진 패션 칼럼니스트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꿋꿋하며 당차지만 상처를 잘 받고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내면을 사춘기 아들인 연우는 잘 알고 있다. 주인공인 연우는 세심하고 얌전한 성격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작은 상처들을 안고 자라온 딱 그 나이대의 덤덤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렇게 여린 두 주인공이 만나 주고받는 사소한 대화들은 굉장히 신선했다. 마치 엄마와 아들이라기 보단 서로의 상처를 알고 있지만 티내지 않고 티격태격 지내는 절친한 친구사이 같은 대화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모든 것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엄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우를 특별하게 사랑한다. 툭툭 던지는 대화들에서 ‘와, 부모와 자식의 대화도 이럴 수 있는걸까?’싶었지만 이내 엄마와 아들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어른도, 소년도 결국 똑같이 위로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대화들도 인상깊었지만 때로 사람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연우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함께하는 장면이나, 연우의 작은 방황을 큰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부모가 자식을 위로하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함께 위로하고 성장한다는 점이 이 소설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이면서, 함께 사랑하고 위로하며 그리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매력적이였다.

두 번째로 연우의 엄마와, 연우가 애정하는 채영이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세대 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연우의 어머니와 달리 채영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하며 권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들은 아이들의 학교 행사의 뒤풀이 자리를 통해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권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채영의 아버지를 보며 어딘가 어색함을 느낀 연우 어머니는 그런 채영의 아버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해보인다”는 말을 건넨다. 이에 마음의 동요를 느낀 채영의 아버지는 연우 어머니에게 대화를 건넨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의식해 단단하고 굳센 사람인 척 하지 않으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어 괴로웠다는 약한 내면의 말을 털어놓는다. 그 후의 이야기는 흔한 어른의 대화처럼 잘 마무리 되지만, 어른과 어른이 내면을 털어놓는 이 장면이 결코 가벼운 일화에 지나지않고 인상깊었던 이유는 어른도, 소년도 모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위해 이해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매력요인이라고 칭할만한 부분은 굉장히 많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아주 섬세하게 터치하는 독특한 형식의 문장이라던가, 반전과 함께 구성된 빠져드는 줄거리,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