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전원 무죄’…법원, 업무방해죄 남발에 제동

박순봉 기자

법원 “단순 근로 제공 거부 처벌 한국뿐…제한 필요”

민영화 저지 파업 목적 부당성 인정 불구 ‘엄격 잣대’

법원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 ‘철도 민영화 저지’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철도노조 간부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은 당시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경향신문사를 침탈하는 강제진입작전을 벌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3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49),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56), 최은철 전 사무처장(41), 엄길용 전 서울지방본부 본부장(48)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전 위원장 등은 지난해 12월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684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8639명과 함께 출근하지 않는 방법으로 철도공사 여객·화물 수송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b>“철도노조가 이겼다”</b> 지난해 12월 철도파업을 벌였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김영훈 현 철도노조 위원장(왼쪽)과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오른쪽)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철도노조가 이겼다” 지난해 12월 철도파업을 벌였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김영훈 현 철도노조 위원장(왼쪽)과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오른쪽)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재판부는 “철도노조의 주된 파업 목적인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반대’는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한다.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 철도파업으로 사회적 혼란, 국가경제 손실, 국민 불편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철도노조 파업은 정당하지 않지만 노조가 파업 전 필수유지 업무명단을 회사에 통보해 철도공사가 비상수송대책 마련 등 파업에 대비할 수 있던 것을 볼 때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죄 요건인 ‘전격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전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철도노조는 임시대의원회의·노사 간 합의·언론 보도자료 등에서 지속적으로 수서발 KTX 민간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고, 철도공사가 투입하는 대체인력 업무수행을 방해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이번 파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로 파업을 처벌하는 것은 제한적·한정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단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강제노역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고, 헌법 제12조 1항의 강제노역을 금지한 헌법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한국밖에 없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근로제공의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한적·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김명환 전 위원장은 법원 앞에서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한 노동자에게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것에 감사한다. (이런 지지가) 재판부에도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상식과 법리에 비추어 당연한 판결임에도 이러한 판결을 내리려면 판사의 용기가 필요한 엄중한 시기였다. 용기를 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김 전 위원장 징역 5년, 박 전 수석부위원장 징역 4년, 최 전 사무처장 징역 4년, 엄 전 서울지방본부 본부장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