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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1/17 4시까지)성형수술이 유행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내공(100)
khj2**** 조회수 11,271 작성일2003.11.16
성형수술이 유행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급합니다... 내일 내야되는데 넘 막막해서...

좀 자세히좀 알려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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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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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成形手術)이란 "주로 인체의 부분 손상이나 기형(畸形)의 교정 또는 미용을 위하여 하는 외과적 수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태어났을 때부터 언청이라서 수술을 하거나, 사고로 인해 수술을 하는 경우엔 성형을 한다. 하지만 성형이란 말이 언제부터인지 미용을 위한 수술로 그 의미가 커지게 되었다. 성형수술은 단순히 외모를 변화시키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그보다 환자의 미래를 개선하는 삶의 치료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본래의 틀 안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 성형수술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과거엔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을 마치 은밀한 비밀인 듯 감추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성형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수술을 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드물다. 오히려 수술했다고 밝히면 참 솔직하고 용기 있다며 호감을 살 정도이다. 이처럼 미용 성형수술이 성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중시 풍조 때문이다. 확실히 능력 보단 외모가 중시되며, 특히 과거에는 여자일수록 차별대우가 심하였는데, 어떤 기업은 사원의 공개 채용 시에 업종에 상관없이 고졸 여직원을 뽑을 때 키와 얼굴에 제한을 두어 여성단체들로부터 남녀차별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도 등장하기도 하였다.

‘인식의 전환’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TV를 보면 가끔(!) 확인할 수 있는데,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인들이 자신의 성형 사실을 극구 부인했던 것에 반해 요즘은 자랑스레(?) 성형수술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탑 클래스’에 해당하는 연예인들의 경우 여전히 자신들의 아름다움이 ‘자연미’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성형수술 여부가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도 한참이나 옛날 일이다(이영자와 관련한 논란도 따지고 보면 정직성이 문제였다).

성형수술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당연하게도 성형수술의 양적 증가, 보편화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양적 증가에 대해 한편에서는 서구적 미의 기준의 도입으로 인한 특정지역(아시아)의 현상이라고도 보는데, 성형수술의 양적 증가, 보편화는 또한 한국이나 아시아와 같이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얼마 전에 발표된 한 통계자료는 아시아에 못지 않게 미국인들도 성형수술을 많이 하고 있으며 성형수술의 확산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성형수술이 이렇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형수술에 대한 무수한 분석(대개“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로 마무리되는)을 다시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성형수술이 보편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의식의 부족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역시 자의식의 부족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이 원하는 쪽으로 자신을 맞추어 가게 되고, 외모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는 여성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온당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올바른 자의식을 갖는 것은 사회의 영향을 받고 여부를 떠나서 한 개인이 독립된 주체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나인 것으로 떳떳하지 않을 바에 나의 삶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지만 우리 사회를 살아가면서 확고한 자의식을 갖기에는 너무나 힘든 사회문화적 그리고 교육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사회는 한명의 여자에게 너무나 많은 명찰을 달리 운다. 김영희라는 평범한 30대 주부의 경우를 보자. 우리는 그녀에게 아이의 엄마로, 남자의 아내로, 집안의 며느리로써 빈틈이 없기를 원한다. 여기에 한 가지라도 소홀이 할 경우, 여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되며 돼먹지 못한 여자로 낙인 찍히기 일쑤이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에나 허울좋은 이름 석 자, 김영희가 남는다. 게다가 평소 철수엄마로 불리는 만큼 이름마저 희미하다. 여기서 자아 정체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녀에겐 사치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태도나 자의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기인 그녀의 지난 학창 시절을 보더라도 그렇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오랜 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유치원 땐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와중에 영어교육이다 뭐다 해서 시달리다가 초등학교부턴 고등학교까지 ‘명문대 간판 획득’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대입을 위해선 다른 과목은 중요치 않다. 핵심과목 국어 영어 수학이 중요하지 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을 갖는 건 한눈 파는 것에 진배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역시 ‘나는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먼저 가르치기 보다는 효율성 높은 기능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올바른 자의식 확립은 결코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사회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lf esteem을 높여야만 했지만 우리 여성들은(남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 소홀히 해왔다.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

self esteem을 실추시킨 또 다른 원인이자 여성이 외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여전히 바닥에서 맴돌고 있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이다. 요즘 아동들 사이에선 심각한 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할 만큼 현대화와 첨단을 자랑하는 요즘 세상에도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은 변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만큼 동시대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여성의 사회적인 권익은 저열하기만 하다. 사회적으로 자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성에게 자신의 생존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애써 실력을 키워 봤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손쉬운 선택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뿐이리라. 남성은 여성에게 아름답기를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서 성형수술은 여성들에게는 거부 하기 어려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 되어있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자. 물론 그 쪽도 성형수술이 많이 보편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외모에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애처로운 노력이 줄을 잇고 있는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유력 일간지의 머릿기사에서 비아냥거릴 정도라면 우리의 모습이 꽤나 우습긴 우스웠나 보다.



공자가 죽어야 여자들 얼굴이 산다?

여기에 또 다른 유교적 잔재인 체면의식이란 것이 우리 사회에 기저에 깊이 깔려 있다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다. ‘양반은 얼어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아직도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된다. 빚을 아무리 많이 지더라고 결혼식을 으리으리하게 해야 하고, 집은 못 사도 차는 폼 나도록 큰 차를 사야 하며, 작은 차는 우스개시리즈로 만들어질 만큼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체면을 차린다는 것은, 실상은 어떠하든 간에 상관없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지나친 관심을 쓰다보니, 자연히 학벌이나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돼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성에게 있어선 외모가 곧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실업계 여고생들은 부기, 컴퓨터 등 실무 대신, 한창 성장기에 쌍꺼풀 수술 과 다이어트 등으로 외모 만들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全校(전교) 1등을 해도 작은 키에 섭섭하게 생긴 얼굴로는 취직이 어렵지만, 수업 시간에 거울만 보던 예쁘장한 친구들은 쉽게 합격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우리나라가 유독 유행에 민감한 것도 이러한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행을 발맞추지 못할 경우, 남들에 비해 뒤쳐지고 열등한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라고들 한다. 마르크 데깡은 "유행은 사회적으로 불완전이 미화된 형식"이라며 "그것은 뿌리와 전통을 잃은 사회에서 꽃핀다"고 단언한다. 성형수술의 유행이 열병처럼 퍼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사회가 되돌아볼 지적이다.



소비 지향적인 사회와 매스미디어

단순히 체면의식만으로는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여기엔 여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우리사회의 소비지향성과 더불어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매스미디어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대 사회는 소비 중심의 사회이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광고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보다 강한 시각적 자극, 즉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상기한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남성을 자극하고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여기서 빠질 수 않는 것이 여성이다. 여성은 하나의 이미지로 재생산되고 만들어진다.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야 말로 시쳇말로 가장 잘 나가는 최고의 상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매스미디어의 전파력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전달된다. 티비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들은 멋진 이미지이자 상품이요 여성들에게 있어선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을 너무나도 닮고 싶어하는, 그러나 그렇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성형수술이란 하나의 희망이자 구원인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텔레비전이 아예 성형외과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며 수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오락프로는 물론 주부 정보프로그램에서도 성형수술의 모든 것 , 성형외과 가이드 등을 충실히 전달해준다. 또 미모가 아니거나 조금만 얼굴이 큰 연예인이 등장하면 「대갈장군」「큰 바위얼굴」등의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한 여자 연예인에겐 사회자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성형수술을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매스컴에선 ‘눈은 동그래야 하고 코는 오똑해야 하고 턱은 날렵해야 한다’ 등등의 규격기준을 만든다. 가뜩이나 자의식의 확립이 덜 된 사회에서 매스미디어의 힘은 거의 일방적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미적인 관점마저 다양성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90년대 중반까지의 성형수술이 개인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던 반면,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성형수술은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90년대 중반까지의 성형수술이 그 자체로 개인적 미의 추구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90년대 중반 이후의 성형수술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취업을 앞둔 20대의 성형수술이 늘어나고, 또한 남성들의 성형수술이 증가하는 것은 자신의 외모를 ‘사회적 가치(=상품가치)’이자 ‘경쟁무기’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성형수술을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그리고 성형수술을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의 많은 책임은 남성에게 있지만), 90년대 중반이후 지금의 성형열풍을 새로운 ‘자본주의적 아름다움의 탄생’으로 재정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편 90년대 중반 이후 이루어진 성형수술의 질적 변화는 사회적으로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자유주의가 특정한 경제체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 생활에까지 ‘이윤논리’, ‘경제논리’를 침투시키는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좁아진 취업문에다 토익점수나 어학연수 정도는 기본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경쟁의 새로운 수단으로 성형수술이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그리고 가히 한국판 ‘비너스의 죽음’으로 부를만한 지금의 성형수술 열풍 속에서 시나브로 인간의 생활에 파고드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를 느껴본다.

200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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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두세시간만 누워있으면 예쁜 새 얼굴이 되는데 왜 성형수술을 안하겠어요”,“수술을 하면 한 3개월은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거울을 보면 고친 곳보다 앞으로 고칠 곳만 보이고 누가 나보고 예쁘다고 하면 그게 진심일까 의심이 들고 화까지 나요” 요즘 우리 여성들에게서 쉽게 들려지는 말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어느덧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이미 보편화되어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성형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토록 우리 사회를 왜곡시킨 것일까?



자의식의 부족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역시 자의식의 부족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이 원하는 쪽으로 자신을 맞추어 가게 되고, 외모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는 여성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온당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올바른 자의식을 갖는 것은 사회의 영향을 받고 여부를 떠나서 한 개인이 독립된 주체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나인 것으로 떳떳하지 않을 바에 나의 삶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지만 우리 사회를 살아가면서 확고한 자의식을 갖기에는 너무나 힘든 사회문화적 그리고 교육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사회는 한명의 여자에게 너무나 많은 명찰을 달리 운다. 김영희라는 평범한 30대 주부의 경우를 보자. 우리는 그녀에게 아이의 엄마로, 남자의 아내로, 집안의 며느리로써 빈틈이 없기를 원한다. 여기에 한 가지라도 소홀이 할 경우, 여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되며 돼먹지 못한 여자로 낙인 찍히기 일쑤이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에나 허울좋은 이름 석 자, 김영희가 남는다. 게다가 평소 철수엄마로 불리는 만큼 이름마저 희미하다. 여기서 자아 정체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녀에겐 사치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태도나 자의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시기인 그녀의 지난 학창 시절을 보더라도 그렇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오랜 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유치원 땐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와중에 영어교육이다 뭐다 해서 시달리다가 초등학교부턴 고등학교까지 ‘명문대 간판 획득’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대입을 위해선 다른 과목은 중요치 않다. 핵심과목 국어 영어 수학이 중요하지 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을 갖는 건 한눈 파는 것에 진배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역시 ‘나는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먼저 가르치기 보다는 효율성 높은 기능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올바른 자의식 확립은 결코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사회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lf esteem을 높여야만 했지만 우리 여성들은(남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 소홀히 해왔다.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

self esteem을 실추시킨 또 다른 원인이자 여성이 외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여전히 바닥에서 맴돌고 있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이다. 요즘 아동들 사이에선 심각한 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할 만큼 현대화와 첨단을 자랑하는 요즘 세상에도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은 변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만큼 동시대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여성의 사회적인 권익은 저열하기만 하다. 사회적으로 자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성에게 자신의 생존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애써 실력을 키워 봤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손쉬운 선택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뿐이리라. 남성은 여성에게 아름답기를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서 성형수술은 여성들에게는 거부 하기 어려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 되어있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자. 물론 그 쪽도 성형수술이 많이 보편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외모에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애처로운 노력이 줄을 잇고 있는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유력 일간지의 머릿기사에서 비아냥거릴 정도라면 우리의 모습이 꽤나 우습긴 우스웠나 보다.



공자가 죽어야 여자들 얼굴이 산다?

여기에 또 다른 유교적 잔재인 체면의식이란 것이 우리 사회에 기저에 깊이 깔려 있다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다. ‘양반은 얼어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아직도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된다. 빚을 아무리 많이 지더라고 결혼식을 으리으리하게 해야 하고, 집은 못 사도 차는 폼 나도록 큰 차를 사야 하며, 작은 차는 우스개시리즈로 만들어질 만큼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체면을 차린다는 것은, 실상은 어떠하든 간에 상관없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지나친 관심을 쓰다보니, 자연히 학벌이나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돼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성에게 있어선 외모가 곧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실업계 여고생들은 부기, 컴퓨터 등 실무 대신, 한창 성장기에 쌍꺼풀 수술 과 다이어트 등으로 외모 만들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全校(전교) 1등을 해도 작은 키에 섭섭하게 생긴 얼굴로는 취직이 어렵지만, 수업 시간에 거울만 보던 예쁘장한 친구들은 쉽게 합격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우리나라가 유독 유행에 민감한 것도 이러한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행을 발맞추지 못할 경우, 남들에 비해 뒤쳐지고 열등한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라고들 한다. 마르크 데깡은 "유행은 사회적으로 불완전이 미화된 형식"이라며 "그것은 뿌리와 전통을 잃은 사회에서 꽃핀다"고 단언한다. 성형수술의 유행이 열병처럼 퍼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사회가 되돌아볼 지적이다.



소비 지향적인 사회와 매스미디어

단순히 체면의식만으로는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여기엔 여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우리사회의 소비지향성과 더불어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매스미디어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대 사회는 소비 중심의 사회이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광고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보다 강한 시각적 자극, 즉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상기한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남성을 자극하고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여기서 빠질 수 않는 것이 여성이다. 여성은 하나의 이미지로 재생산되고 만들어진다.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야 말로 시쳇말로 가장 잘 나가는 최고의 상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매스미디어의 전파력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전달된다. 티비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들은 멋진 이미지이자 상품이요 여성들에게 있어선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을 너무나도 닮고 싶어하는, 그러나 그렇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성형수술이란 하나의 희망이자 구원인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텔레비전이 아예 성형외과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며 수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오락프로는 물론 주부 정보프로그램에서도 성형수술의 모든 것 , 성형외과 가이드 등을 충실히 전달해준다. 또 미모가 아니거나 조금만 얼굴이 큰 연예인이 등장하면 「대갈장군」「큰 바위얼굴」등의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한 여자 연예인에겐 사회자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성형수술을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매스컴에선 ‘눈은 동그래야 하고 코는 오똑해야 하고 턱은 날렵해야 한다’ 등등의 규격기준을 만든다. 가뜩이나 자의식의 확립이 덜 된 사회에서 매스미디어의 힘은 거의 일방적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미적인 관점마저 다양성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200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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