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저보다 열살가량 어리신데, 제 남편과 비슷한 입장에 처하셨군요.

외도를 하면 본인과 상간자는 즐겁고 소중하며 아슬아슬하여 삶의 활력소가

될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결국 그 상처는 아내와 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니, 먼저 겪어본 제 입장에서는 님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를 쉽게

하거나 설득할수 없을듯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탈출한지 약 1년쯤 된듯 하군요. 우린 여전히 호적상 남남으로

기록되어있고 앞으로도 혼인신고는 할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도 있고 해서

굳이 그래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보겠지만,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려는지

지금으로서는 믿음이 가진 않는군요.

완전히 모르는 새로운 사이로 사람을 만나 맞춰가며 시작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님과 아내분 그리고 상간녀와 자녀가 모조리 공존하는 한, 관계란 어려워지고

회복하기엔 무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간혹 아직까지도 자다가 벌떡 깨서 고민하고 울게 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아이들이 받는 충격은 말도 못합니다. 님이 상상하는것의 백배쯤 됩니다.

저는 애가 아주 어려 다행이긴 했지만, 엄마와 떨어져있었던 시간이 아주 짧았음

에도 불구하고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어쨌거나 이 상황을 님이 원하는대로 끌어가려면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십시오. 원하는 조건이 있는지. 약은 사람들, 세상살이에 빠삭한

사람들은 이럴때 이혼하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외도하면 도저히 상대방과

살수 없다 생각했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군요. 한번 외도로 저처럼 팍 끊어져

버리는 일은 잘 선택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원하는대로 해주십시오. 당장은 이혼 이외엔 아무것도 원치 않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내가 간통을 시인하라 한다거나 여자측에 고소를 하겠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셔야 합니다. 거기서 상간녀를 두둔하거나 하셔선 안되는겁니다.

저도 해봐서 아는데, 이렇게 해도 속은 안풀립니다. 즉 그런 행동을 설령 아내가 원한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선에서 들어주고 기다려주면 곧 아내도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하고

제자리를 찾는거에요. 님이 그건 안된다, 그여자가 뭔죄냐... 이럼 빈정상합니다.

젤 먼저 중요한것은 이렇게 감정이 상한 것을 돌보며 모든것을 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겠다는걸 알리는 점입니다. 아내의 요구가 늘 정당하거나 옳을수만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이 정말 많이 참아야 합니다.

앞으로 약 40년 이상을 배우자로 지내셔야 하는데요. 이번 일로 인해 평생을 울궈

먹으며 뒤만 돌아보고 불행하게 살수는 없습니다. 남편이 참 조심했는데도

저는 기분이 몹시 나빠질때가 있더군요. 용서하자고 해놓고도 어느날은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믿을수도 없고... 이런거 아마 님 아내분도 곧 겪게될겁니다.

근데 본인이 뻔뻔해지는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이제 내 눈엔 아내와 아이 둘밖에

없고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한눈 팔 여유도 생각도 없다... 살아야 하지 않느냐

열심히 재미있게 또 아이들을 보면서... 그러니 뻔뻔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비난이 두렵지 않고 잘 사는게 목표다...

이것도 첨엔 좋게 안들려요.

남편이 한 짓을 보면서 체중이 20kg이 빠질 지경이었는데... 시간처럼 좋은 약이

없어요. 많이 노력하는것 보여주시고, 신뢰를 쌓는건 다른 방법이 없어요.

천천히 신뢰가 쌓여가다가 가속도를 붙이셔야 하는데, 남자들 대부분은 가속도가

붙기 전에 지쳐서 나가 떨어지기도 해요.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셔야 하구요. 배우자와 자녀는 나의 거울입니다.

님 마음이 깊으면 배우자나 아이들도 그래요. 본인을 잘 돌아보시고 어떻게 할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한반 깨들으시고 겁내지 말고 나서시길 바래요.

님이 아직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그나이에 아이들과 떨어지고 아내와 이혼한 후에

다른 선택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바람피워서 이혼한 남자 누가 좋다고 할것

같은가요? 애가 둘이나 먼저 존재해서 전처와 끊어질래야 끊어질수도 없는 인연인데

누가 님 옆자리에 새로 들어올거라 생각해선 안됩니다.

죽기살기로 매달리시길바래요.

그래야 길이 생깁니다.

더 무서운 여자들은 그냥 바람피울때 눈 질끈 감고 평생 벼르면서 살아요.

오히려 님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펄펄뛰는겁니다. 잘 달래시고 여러모로 변하는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그리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아내에게 잘보이는 길입니다.

반복하는걸 젤 두려워하거든요. 아예 그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하면 노력하는

것을 인정받으실수 있을꺼에요.

행운을 빕니다.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마음속에 공존해요.

어떤걸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요.

더이상 일 벌이지 마시고 평생의 교훈으로 간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