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허지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구하라를 추모했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은 24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허지웅은 악성림프종 투병 당시를 떠올리며 "가장 어둡고 깊었던 그 밤을 버티고 몇 개월이 지났다. 놀랍게도 아프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는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말했다면 그 밤이 그렇게까지 깊고 위태로웠을까.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면서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고 성찰했다.

이어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일 테다"라며 "'망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심신이 괴로운 청년들을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허지웅은 "저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필요 이상으로 건강하다.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달라. 대신 주변에 한 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달라. 끝이 아니라고 전해달라"며 "구하라 님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 사진=허지웅, 구하라 인스타그램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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