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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작품사전 : 로드무비

침입자

[ L’intrus ]

요약 프랑스 여류감독 클레르 드니가 연출하여 2004년 발표한 〈침입자〉는 해체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지닌 은유적인 영화다. 심장이 약한 루이 트레버가 스위스에서 거액의 현금을 찾아 부산에서 배를 구입하고 남태평양의 어느 섬으로 떠나는 여정을 다룬다.
침입자 대표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원본보기

제작연도 2004
감독 클레르 드니
출연 미셸 쉬보르, 그레고리 콜린, 예카테리나 고루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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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역에 위치한 산장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남태평양의 어느 해안에까지 이른다. 루이 트레보는 자신의 심장이 매우 쇠약해져 있음을 느끼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던 중, 심장이식 수술을 한 뒤부터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위험에서 벗어나 루이는 자신의 과거 그리고 현재와 화해하고자 여행을 시작한다. 부산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배를 한척 사고 그 배에 자신의 죽은 아들의 시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아들을 실은 채 남태평양으로 향한다.

작품해설

1. 철학자 장 뤽 낭시

〈침입자〉는 프랑스의 철학자 장 뤽 낭시가 심장이식 수술 경험에 대해 쓴 글과 폴 고갱의 타히티 일기, 그리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해양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중 클레르 드니와 낭시의 인연이 독특한데, 이 둘의 인연은 〈침입자〉가 완성되기 2년 전에 시작되었다. 영화감독들이 단편 작업으로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텐 미니츠 첼로〉(2002)의 수록작 중 한편이 클레르 드니가 연출한 〈낭시를 향해〉라는 작품이다. 이 단편은 낭시가 직접 출연해 그의 외국인 제자 아나와 함께 기차 여행을 하며 시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고 있다.

2년 뒤 다시 낭시의 소설에 감명받은 클레르 드니가 〈침입자〉를 영화화하겠다는 이야기를 낭시에게 전했을 때 낭시는 굉장히 기뻐하며 자신도 어떤 형태로든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드니 감독은 이를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낭시가 겪은 사연에서 포착할 수 있는 주제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방식으로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낭시는 주인공 미셸 쉬보르의 가슴에 분장된 흉터를 보고 자신의 흉터와 다르다고 지적하는 등 매우 꼼꼼하게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와 그 주제 의식에 무척 만족했다고 전해진다.

2. 공간적 배경 :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부산, 타히티

이 영화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그리고 한국의 부산과 남태평양의 타히티를 공간적 배경으로 이미지를 펼쳐나간다. 심장이 좋지 않은 루이 트레버는 스위스의 한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찾고 부산에서 배를 한척 구입해 남태평양의 섬으로 향한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의 전반부는 어둡고 음울한 정서가 지배하는 한편, 남태평양의 타히티 해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후반부에서는 비교적 밝고 희망적인 정서로 채워지는데, 그 중간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공간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국제크루즈터미널과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은 영화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국의 땅에 도착한 낯선 설렘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즉 이방인이 타자로서 느끼는 낯선 감정은 부산이라는 관문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로 도입해 들어가는 벅찬 감정으로 전환된다.

프랑스 감독 클레르 드니의 영화에 부산이 등장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녀가 2002년 자신의 영화 〈금요일 밤〉을 상영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것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산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던 것일까, 그로부터 2년 뒤 〈침입자〉를 촬영하기 위해 다시 부산에 온 그녀는 이후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산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해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김동호 전 위원장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도 부산에 대한 클레르 드니의 애정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물론 〈침입자〉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3. 영화의 주제

〈침입자〉는 심장이 약한 루이가 죽음의 공포를 떨치지 못하면서도 삶의 이상향을 좇으며 희망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로드무비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커다란 이야기 줄기는 비교적 선명한 편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 안에서 디테일한 지점들은 생략되어 있거나 불가사의한 편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결되지 않고 나열되는 듯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끝나고 마는 결말 등 일반적인 영화 구조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그 구조를 해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담한 연출은 클레르 드니가 이전부터 그리고 이 작품 이후에 보여준 연출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방인이나 타자에 대한 관심을 줄곧 보여왔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이 영화에서 공간의 경계를 침입해 들어가는 인물의 타자성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을 보여준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남태평양으로 공간을 크게 옮겨가면서, 육체에 침입한 심장병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루이의 이야기는 삶에 개입하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침입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거대한 은유와도 같은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루이 트레버(미셸 쉬보르) :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지만 병든 심장 상태가 점점 악화됨에 따라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여행을 시작하는 주인공.

명장면 명대사

너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숨어 있다. 그림자 속에. 네 마음속에.

- 루이 트레버

영화가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등장하는 첫 대사. 곧 시작될 긴 여정을 암시하며 영화의 주제를 응축하고 있다.

관련정보

원작

원작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 뤽 낭시가 심장이식 수술 경험에 대해 쓴 글과 폴 고갱이 타히티 섬에서 쓴 일기, 그리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해양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연관 영화

〈브로큰 플라워〉(2005, 짐 자무시) : 미국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는 돈 존스턴은 자신에게 열아홉살짜리 아들이 있다는 편지를 받고 그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참고로 클레르 드니는 짐 자무시가 연출한 〈다운 바이 로〉(1986)의 조감독 출신이기도 하다.

〈잠수종과 나비〉(2007, 줄리앙 슈나벨) : 줄리앙 슈나벨이 연출한 작품으로, 〈엘르〉의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보비가 감금 증후군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한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깨달아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처

제공처 정보

  • 집필 김민주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1987년 경기도 평택 출생.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예술전문사학위 취득. 2011년부터 독립영상집단 '초록머리마녀들'을 설립하여 활동. 현재 영화사 및 영상프로덕션 '시네마틱 퍼슨' 감독. 자세히보기

  • 감수 한창호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이탈리아 볼로냐국립대학교 영화학 전공(라우레아 과정 졸업). 저서로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영화와 오페라〉 등이 있고, 역서로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공저로 〈유럽의 영화와 문학〉 등이 있다. 〈씨네21〉 등 여러 대중매체에 영화평을 쓰고 있으며,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대중강의를 진행한다.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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