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메콩강 쥐어짠 댐 건설 ‘재앙’으로

최민지 기자
라오스, 메콩강 쥐어짠 댐 건설 ‘재앙’으로

라오스는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주변국에 수출하는 이른바 ‘동남아시아 배터리’ 계획에 매진해왔다. 댐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난 23일(현지시간)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그런 점에서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내륙국가로, 별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라오스가 수력발전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1986년이 돼서야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이후 30여년간 유치한 투자액의 33.4%인 약 66억달러(약 7조4350억원)를 메콩강 유역의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쏟아부었다. 동남아의 젖줄인 메콩강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뒤 태국 등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주변국가에 팔아 외화를 벌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동남아시아의 배터리’ 계획이었다.

이후 라오스 전역에 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라오스통신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라오스에 46개 수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발전소만 54개다.

현재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3분의 2는 수출용이며, 라오스의 전체 수출액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100개 발전소를 가동해 현재 2배 수준인 2만8000㎿의 전력을 생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23일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 댐도 정부 계획의 일환이다. 이 댐에서 생산된 전력의 90%는 태국에 수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댐 건설이 홍수 등 재해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생태계를 파괴해 메콩강을 젖줄 삼아 살아가는 주민의 생존도 위협한다고 경고해왔다.

라오스 670만 인구의 농업종사자 비율은 80%에 달한다. 라오스 전력수출의 최대 고객인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메콩강을 공유하는 주변국가도 우려를 표했다. 메콩강 유역 4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베트남)이 참여한 국제기구 메콩강위원회(MRC)는 지난해 “강 유역의 수력발전사업이 식량 안전을 낮추고 빈곤 수준을 잠재적으로 높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메콩강 유역국들이 경쟁적으로 댐 건설에 나서면서 갈등 요인이 된 것이다. 우기에 상류지역 댐들이 일제히 방류를 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2016년 12월 라오스 남동부 세콩주의 쎄까만 3댐의 수로가 붕괴돼 아랫마을에 홍수가 났다. 지난해 9월에는 라오스 북동부 시엥쿠앙주의 남아우 댐이 터지면서 농지와 상수도 등에 피해를 냈다.

2년 연속 댐 사고가 발생하자 라오스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댐 건설 시 안전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일제 점검 후 기준에 미달하는 프로젝트는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환경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의 모린 해리스는 “이번 사고는 라오스의 댐 건설 계획과 관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도 즉각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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