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의 대정부질문 존재감...노련한 답변

박순봉 기자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65)에게 질의한 야당 의원들은 여러 번 말문이 막혔다. 이 총리는 때로는 의원들의 의표를 찌르고, 때론 교묘하게 답변을 빠져나갔다. 대정부질문의 ‘꽃’은 통상 의원들이지만 이날 이 총리의 존재감은 그들을 압도했다.

‘정치 9단’이라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이 총리를 제압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의 4번째 질문자로 연단에 올라, 질의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총리를 압박했다.

박 의원은 “지난 9월4일 우리 정부는 한미 두 정상이 전화통화해서 탄두 중량 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한국정부가 미국산 첨단무기를 대량구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며 “우리 정부는 왜 이 (대량구매) 사실을 숨기느냐. 합의가 안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총리는 “구체적인 무기구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박 의원님께서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 백악관을 더 신뢰하지 않으시리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전날 대정부질문에서도 여러번 보였던 이 총리의 화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지금까지 백악관 발표가 다 맞는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우리는 대북 문제가 급한데 미국은 FTA,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기판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다”라며 “한미정상회담 했을 때도 우리는 ‘운전석에 앉는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 하자고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선 아니라고 했는데 결국 어디 말이 맞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미국 대통령은 FTA 폐기까지 말했다”고 맞받았다.

이어 다섯번째로 질의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한미 동맹이 끈끈하다는데 한미 FTA를 다시 (협상)하자고 하고, 일본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한국 안보나 한국 국민 안전에 대해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총리님, 그렇게 선문답으로 넘어갈 게 아니다”고 되묻자 이 총리는 “선문답이 아니다. 통화의 횟수가 모든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총리는 전날 대정부질문에서도 재치있는 답변을 보였다. 전날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최근 MBC나 KBS, 불공정한 보도, 기억나거나 보신 적 있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잘 안 본다”고 답해 장내가 웃음으로 가득찼다. 박 의원이 “뉴스 좀 보라”는 취지로 말하자 이 총리는 “꽤 오래 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 보고 있다”고 답했고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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