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비서실장, 9년 전에는 “대통령이 공직자 지휘 잘못하거나, 측근 비리 예방 못해도 탄핵”···‘신동아’ 보도

이재덕 기자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2003년11월7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법안의 통과를 선포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2003년11월7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법안의 통과를 선포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과거 “공직자 지휘·감독을 잘못하거나 부정·비리를 예방하지 못해도 탄핵사유”라는 글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월간 <신동아>는 이번 3월호에서 서울대 법학과 제16회 동창회가 2008년 엮은 ‘낙산의 둥지 떠나 반백년’이란 문집에서 8쪽 분량의 김 전 실장의 글 ‘대통령 탄핵소추의 의미’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0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당시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다.

신동아 3월호 기사를 보면, 김 전 실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의미’라는 글에서 “대통령 탄핵은 국회가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제헌 국회 속기록을 보면 헌법의 기초자들은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뿐아니라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과 국정을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경우 모두 헌법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고 설명한다”고 썼다.

김 전 실장은 미국의 탄핵제도를 소개하면서 “탄핵사유는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일 필요는 없고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부패행위를 한 경우, 공중의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 다른 헌법기관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 등 정치적 위반 행위도 탄핵사유가 된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 헌법이나 법률조항위반 행위 뿐 아니라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탄핵사유가 된다 할 것”이라고 썼다.

김 전 실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할 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권이 정지되지 않는데 반해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적었다. ‘무죄 추정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계층간 갈등을 조장했다. 그의 지휘, 감독 아래 있는 최측근들의 부정과 비리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연루됐으며, 감독하고 예방해야할 직무도 유기했다”면서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이 중범죄를 저질러 탄핵이 발의된 것이 아니고 부적절한 성적 접촉이나 거짓말 때문에 탄핵이 발의되고 대통령이 사임하기조차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과 헌법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상’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헌법을 수호해 줄 것”, “권력분립주의에 따라 상호 견제와 균형에 충실해 줄 것”,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준수하는 법치의 상징과 모범이 돼 줄 것”, “국민의 행복 추구에 최선을 다할 것”,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 국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데 앞장서서 공정하게 국정을 수행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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