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하람, 납치 여학생 풀어주며 "다시는 학교 가지마라"

심윤지 기자

지난달 나이지리아 북부의 한 중학교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됐던 여학생 대부분이 무사히 풀려났다. 갑작스러운 귀환에 부모들은 딸을 끌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이지리아 북부 다프치의 한 학교에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 110명 중 105명이 21일 오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북부 다프치의 한 학교에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 110명 중 105명이 21일 오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현지매체 프리미엄타임스와 CNN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당국은 지난달 19일 북부 요베주 다프치시에서 납치된 학생 110명 중 105명이 이날 석방됐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수도 아부자로 떠난 상태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보코하람의 무장대원들은 이날 새벽 다프치시 인근에 차량 9대를 끌고 들어와 학생들을 내려준 뒤 떠났다. 주민들에게 납치 사건을 사과하면서도 “다시 납치되기 싫으면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석방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귀환 학생 카디자 그레마는 “우리를 풀어주는 명확한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다만 ‘너희들은 우리과 같은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만 했다”고 프리미엄타임스에 말했다. 억류 기간 폭행이나 성학대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교로 개종을 거부한 기독교도 1명은 풀어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5명은 납치 도중 차량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석방의 대가로 몸값을 지불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알하지 라이 무함마드 정보장관은 “막후 채널을 가동했고 주변국들의 도움도 있었다”며 “협상은 조건없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의 요구조건은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학생들을 내려주는 것 뿐이었다고도 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다프치 납치 사건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수색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앰네스티인터네셔널은 나이지리아 군이 납치 직전 보코하람의 경고 전화를 무시하는 등 무능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BBC는 “보코하람과 그 파벌은 이번 석방으로 손해본 것이 전혀 없다. 그 대가로 분명 무엇인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다른 무장 단체들의 납치나 공격이 잦아지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로, ‘아프리카의 IS’로 불린다. 서구의 과학·기술과 교육제도, 특히 여학생의 교육에 반감을 갖고 있다. 2014년에도 치복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악명을 떨쳤다. 당시 실종된 학생 100여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부하리 대통령은 2016년 12월 보코하람 격퇴를 공식 선언했지만, 단체는 지난달에도 여학생 납치극을 벌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관련기사 : 또다시 나타난 ‘보코하람’의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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