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현충사 은행나무길에 다녀올까 합니다
저번주말까진 시간이 안나서 이번주에 가려 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주말에 가면 잎도 다 떨어지고 떨어진 잎들도 다 말라서 날아가 버렸을까요?
현재 근처에 사셔서 자주 지나가시는분들에게 여쭤보고 싶네요~
부산이라서 가는길이 만만찮아서요...
답변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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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탑니다
생것이면 잘안타고요
조금 말랐으면 화력에 의하여 잘탑니다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 곽재구 시, '은행나무' 앞부분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로 노란 은행나무잎만한 게 또 있을까.
▲ 은행잎으로 만든 하트 은행잎으로 만든 하트. 누군가 은행잎과 단풍잎을 모아 하트를 만들었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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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로운 나무
알고 보면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다.
한자로 은행(銀杏)은 살구를 닮은 열매에서 흰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행나무의 자생지는 중국 절강성의 양자강 하류 천목산이라고 알려진다.
▲ 종로구 월암공원 은행나무 종로구 월암공원 은행나무. 홍난파 가옥 옆 월암공원에 외로이 서 있는 은행나무. 공원을 단장하고 옮겨 심은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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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가 자라기에는 한반도만한 곳이 없다.
은행나무가 살기에 최적지인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여럿 있다.
성균관 은행나무가 수나무가 된 사연
공자는 은행나무가 있는 행단(杏壇)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문묘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 성균관 은행나무 성균관 은행나무. 명륜당 앞마당 은행나무 두 그루 모두 수나무라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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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 은행나무 동쪽 은행나무. 전쟁 때 입은 상처로 줄기가 일곱 갈래로 갈라졌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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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은행나무 서쪽 은행나무. 서쪽 나무의 높이는 21미터에 이르고, 가슴 높이 둘레는 7.3미터이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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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천연기념물 59호로 지정된 성균관 문묘의 은행나무는 모두 수나무이다.
원래 성균관 은행나무는 암나무였다.
참다못한 성균관 유생들은 은행나무에 은행이 열리지 않게 해 달라고 제사를 지냈다.
▲ 은행나무 아래에서 웨딩사진 촬영 은행나무 아래에서 웨딩사진 촬영.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웨딩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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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들의 기념사진 촬영 연인들의 기념사진 촬영. 웨딩사진 촬영을 하는 예비 신혼부부가 부러웠을까. 은행나무 한편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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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전 처마와 은행나무 대성전 처마와 은행나무. 노랗게 단풍든 은행나무와 대성전의 처마가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자태를 뽐낸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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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잎과 단풍잎 은행잎과 단풍잎. 은행잎과 단풍잎이 늦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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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도 은행나무가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이름난 덕수궁 돌담길 은행나무들도 노랗게 물들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던 중명전을 둘러보고 나온
▲ 정동길 탐방객들 정동길 탐방객들.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인 정동일대를 답사하는 탐방객들의 모습.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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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학당 정문 옆 은행나무 이화학당 정문 옆 은행나무.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연신 떨어뜨리고 있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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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를 지나 정동교회에 이르면 조그마한 로터리가 있다.
"장독대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가정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작가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이 조각상을 보면
▲ 이환권 작가의 조각 작품 장독대 이환권 작가의 조각 작품 장독대. 이 조각상을 보면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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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희망이 되어라
2013년 11월 8일 저녁 7시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투쟁 1632일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 8년째
밀양 송전탑 반대 9년째
코오롱 노동자투쟁 3182일
골든브릿지 노동자투쟁 564일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투쟁 2255일
3M 노동자투쟁 1629일
▲ 대한문 앞 매일미사 대한문 앞 매일미사 ‘사람아, 희망이 되어라’ 모습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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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미사가 열리는 대한문 앞 은행나무 대한문 앞에도 서너 그루의 은행나무도 노랗게 단풍들었다. | |
ⓒ 전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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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 인도에도 몇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다.
노랗게 잎을 물들이고 겨울 채비를 시작한 이곳 키 작은 은행나무들은 기억할 것이다.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 곽재구 시, '은행나무' 뒷부분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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