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 한 달… “거래 더 줄었다”

박철응 기자

집주인들 “올려 받을 기회” 호가 인상… 매수자들 외면

부동산 업계 “집값 상승 기대 높여… 기존 거래만 위축”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경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아 대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실제로 거래는 없이 호가만 오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오히려 그전까지 간간이 이어지던 거래마저 줄어들었다고 지적한다.

2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ㄱ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는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책을 내놓았겠지만 집주인들은 집값을 올려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면서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시세보다 높여버리니 ‘이참에 사볼까’ 했던 매수자들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책 발표 전까지 한 달에 2~3건은 계약이 있었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한 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ㄴ부동산 관계자는 “간혹 계약이 이뤄지는 물량이 있긴 한데 시세보다 낮게 급매물로 나온 것에 불과하다”면서 “현실과 상관없이 높은 호가를 부르는 경우가 있어 가격이 오른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전했다.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물건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물건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4·1 대책의 핵심인 양도세 면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남권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은 단기간에 사고팔기 위해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일어난다”면서 “4·1 대책이 아니라도 5년 이상 거주하면 양도세를 대폭 공제해주기 때문에 어차피 양도세 면제가 주택 구매 수요를 불러일으킬 만한 큰 유인책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강해야 양도 시세 차익에 따른 세금 부담을 고려할 텐데, 지금처럼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북지역도 이렇다할 변화는 없다. 성북구 하월곡동 ㄷ부동산 관계자는 “대책이 발표되면 투자 목적의 가수요가 좀 붙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반응이 없다”면서 “오히려 좀 더 두고 보자며 주택 매수 시기를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번 달 계약 건수는 전달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 거래 가격을 표본으로 삼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전국 매매가격지수(2012년 11월26일 가격=100)를 보면 지난 22일 기준 99.5로, 지난달 말 99.1에 비해 0.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서울 아파트의 상승률도 같았다. 5억원짜리 아파트라면 200만원가량 오른 셈이어서 최고 수천만원씩 오른 호가와는 거리가 멀다.

LG경제연구원이 올 초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2000~2007년 연평균 7.7%씩 올랐으며,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도 매년 3.1%씩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5~2011년 연평균 9.5%로,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 4.6%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집값은 비싸고 대출 여력이 없어 주택 매수세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함종영 한국감정원 책임연구원은 “대책 발표 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아 4·1 대책이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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