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1950년 44세의 푸이는 소련군의 감시 아래 중국인 전쟁범 800명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비판의 생애를 기록하며 황제였던 과거를 회상한다.”
1988년 개봉된 이탈리아의 베르나르토 베르톨루치 감독이 만든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의 서두다. 이는 청나라 마지막 비운의 황제인 선통제(宣統帝) ‘푸이’의 자전적 영화로, 푸이 역은 존 론이 연기했다.
이 영화는 ‘황제에서 시민으로(From Emperor To Citizen)’라는 원작이 말해주듯, 중국대륙의 최정점인 청나라 황제에서 만주국의 허수아비 황제, 전쟁포로에 이어 중국시민으로 급전직하하기까지 푸이(溥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소용돌이친 근대 중국의 역사를 담았다. 17일 오후 10시 방송 예정인 KBS 1TV '역사저널 그날' 248회는 이 영화 주인공인 푸이와도 직접 연관이 있는 나라 ‘만주국’의 미스터리를 다룬다.
만주국(滿洲國)은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에 세운 괴뢰국이었다. 국토는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러허(?河)의 4개 성이었고, 인구는 3000여만 명이었다.
푸이는 1908년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청나라의 황제에 올랐으나 1912년 쑨원을 대총통으로 중화민국이 탄생하는 ‘신해혁명’과 함께 퇴위한다.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듯 보였던 푸이는 1932년 만주국 건국과 함께 황제가 되었으나 1945년 8월 선양(瀋陽)에서 소련군에 체포돼 전범 신세로 전락한다.
이날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푸이를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시켰던 만주국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고, 만주국 건국 후 독립군에게 닥쳤던 새로운 시련, 박정희 등 만주국 인맥이 대한민국 현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되짚어 본다.
만주국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져 있는 국가다. 이날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6살 먹은 말 한 필을 스튜디오에 등장시키며 미스터리한 만주국의 비밀을 살펴볼 예정이다.
만주국은 1931년 일제 관동군이 류탸오후(柳條湖) 폭파사건을 날조해 만주침략을 본격화한 다음해에 세운 괴뢰정권이었다. 류타오후 사건은 일제가 만주철도를 스스로 폭파하고 만주사변의 발단으로 삼은 사건이다.
관동군은 중국 만리장성의 관문인 산하이관(山海關) 동쪽에 주둔한 일본 군대였다.
일제는 왜 조선에서처럼 식민지 총독부를 설치하지 않고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웠을까?
이날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당시 만주국 실권자인 일본인 지도부의 면면들을 살펴봄으로써 일제가 기획했던 만주국의 정책에 대해 들여다본다.
만주국 지도부 인물 중에는 현재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도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만주국 실력자를 일컫는 ‘2키3스케’(도조 히데키 등 2명의 ‘키’와 기시 노부스케 등 3명의 ‘스케’) 5명 중 한 명이다.
본명이 사토 노부스케인 그는 1936년 만주국 정부로 건너가 총무청 차장 등을 지내며 ‘산업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는 등 계획경제와 통제경제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어 1941년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이 됐다.
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용의자로 복역하다 1948년 석방됐으며 이후 자유민주당 간사장, 외무상, 총리 등에 오르며 일본 정치의 거물로 군림했다.
이날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일제의 꼭두각시 괴뢰국 만주국을 기회의 땅으로 삼은 조선인들의 흔적도 거슬러 올라간다.
만주국을 무대로 성장한 조선인 중에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움직인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만주 인맥’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 수석으로 나온 뒤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만주군관학교 시절 ‘다카기 마사오’로 창씨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4년 만주국 소위로 임관한 뒤 광복 때까지 관동군에 배치됐다. 당시 박정희의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방송에 따르면,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조선인은 48명이다. 해방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고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에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도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날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국 경험이 대한민국 현대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독립군을 사냥하는 개’라는 별명이 붙었던 ‘간도특설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간도특설대는 만주국이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 등 항일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을 중심으로 조직한 부대로, 항일조직의 게릴라전에 특화된 부대였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 해병대 초대사령관 신현준 장군 등이 간도특설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던 대원들 중 몇몇은 광복 후 과거를 숨긴 채 대한민국의 국군에 들어가 장관, 군 사령관, 고위 관료 등으로 출세가도를 달렸다.
만주국은 13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끝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유산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과연 만주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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