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흘째 묵묵부답… 당분간 사퇴않고 ‘버티기’로

송현숙·류인하·박은하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7)이 지난 28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3)에게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는 기자회견을 한 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최측근인 강모 방송통신대 교수가 체포되고 부인이 소환 통보를 받으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단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과 비공식 모임에서 내비친 말을 종합하면 그의 입장은 ‘앞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8일 회견 당시 그는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선의의 지원을 했다.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부당한지 아닌지, 부끄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사법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시교육청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시교육청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9일 오전에는 비공개 회의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하면서 꿋꿋이 나가자”고 말했다. 오후에는 서울시의회 임시회 참석 전 교육의원들과 환담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고 수사과정과 법원에 가서도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선의’를 강조하고 있다. 대가성이 없어 결백하다는 논리다. 조신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법리적인 유불리를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라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 주변에선 서울대 법대 동문들과 진보성향의 변호사들이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기자회견문을 작성할 때도 이들 율사가 법률적 자문을 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곽 교육감의 지인은 “곽 교육감은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한 측근은 “절대로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교사들의 전화가 시교육청으로 엄청나게 걸려온다”면서 “내부 분위기는 사퇴 쪽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사퇴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먹이며 끝까지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던 공정택 전 교육감과 비교해보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대응에 대해 “안이한 판단”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현재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2억원은 큰 액수로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이로 인해 진보진영에 불필요한 논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와 함께 사퇴 촉구 성명을 낸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장은 “교육감이 민심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황상 표적수사·보복수사 의혹이 짙고 교육감 측의 억울함도 알겠지만,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진보진영에는 이번 사건이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또 “곽 교육감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그를 둘러싼 논쟁은 교육정책과 혁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부패 논쟁이 될 것”이라며 진보교육 정책의 진정성에 흠집이 날 것을 걱정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지지하는 글도 제법 올라오고 있지만 이게 정말 다수 의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세는 이미 기운 것 같다. 솔직히 일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 조금 넘어 교육청으로 출근했다. 그는 낮 12시쯤 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오후 3시쯤 들어온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집무실에서 보냈다.

이날 오전 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회원들이 ‘곽 교육감, 입으론 교육비리 척결, 뒤로는 교육비리 주범’이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출근저지 시위를 벌였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구두지시를 통해 교육청 전 직원이 참석하는 월례조회를 9월8일에서 9월1일로 앞당기도록 지시했다고 교육청 관계자들이 전했다. 9층 교육감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모두 차단됐다.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6시가 조금 지나 외부 인사와 측근들이 교육청으로 속속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후 8시31분쯤 곽 교육감은 홀로 청사를 떠났다. 굳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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