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히어로보다 다른 히어로를 더 선호할 순 있지만 두 사람을 두고 딱히 누구의 희생정신이 누구보다 높다고 평가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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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대화 내용은 「어벤져스」에서 나왔습니다. 헬리캐리어에서 사람들끼리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캡틴 아메리카는 아이언맨에게 수트 입고 영웅인 양 행세는 하지만 실은 스스로를 위해 싸우는 것일 뿐이라 디스하였고, 여기에 아이언맨은 특유의 말장난으로 대응하여 오히려 심기를 더 건드렸습니다.

여기까지 두 사람의 배경을 살펴보면,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은 자기가 평생 만들던 무기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쓰이면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이언맨이 되었습니다. 「아이언맨 2」에선 이반 반코가 스타크 가문에 원한을 품고 오로지 개인적인 이유로 접근해 아이언맨을 죽이려 했고, 아이언맨이 여기에 방어한 것뿐이고요.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순수한 정의감에서 입대를 지원합니다, 그러나 신체 조건 때문에 번번이 떨어지고 낙심하던 중 에이브러햄 어스킨 박사를 만나고, 어스킨은 그 숭고한 정신을 높게 평가하여 수퍼 솔져 프로젝트에 그를 쓰게 됩니다. 이후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 전쟁 속에서 하이드라와 싸우다 결국엔 하이드라 폭격기를 자신과 함께 북극에 추락시킴으로써 세상을 구했죠.

그러니까 캡틴 아메리카는 이미 완성된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한 반면, 아이언맨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정체성을 하나씩 쌓아올리면서 서서히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러니까 「어벤져스」 시점까지만 두고 본다면 캡틴 아메리카의 이러한 발언도 이해가 갑니다, 아이언맨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자기희생적인 면을 보인 건 「어벤져스」가 끝날 무렵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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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결말만 두고 보면 자기 목숨을 잃은 아이언맨보다 결국 원하던 삶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가 이기적이라 느껴질 순 있지만 사실 꼭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언맨은 애초에 부족할 것이 없는 환경을 살아오면서 결국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딸까지 얻었습니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갑자기 현대 시대에 내던져져 아는 사람이라곤 치매 걸린 옛날 여자친구와(그것도 작중 사망), 하이드라에 정신이 세뇌당한 자기 베프(그것도 작중 사망) 뿐이었죠. 그러니까 아이언맨은 자기 노고에 이미 보상을 받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야 보상을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을 두고 봤을 때에도, 아이언맨은 다가올 미래(타노스)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캡틴 아메리카는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아이언맨은 자신의 가장 큰 악몽이었던 타노스를 자기 손으로 죽임으로써 마침내 안식을 얻은 것이고,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가 살던 과거로 돌아감으로써 안식을 얻은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언맨의 죽음 자체는 슬프지만 본인에겐 스스로를 희생해 타노스를 죽인 게 가장 큰 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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