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키는 오랜 친구인 스티브를 등지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국가를 위해 군인으로서 싸웠으나 하이드라에게 납치된 이후 각종 고문과 세뇌, 생체실험을 당했습니다. 결국 자아를 잃고 60여 해가 넘는 긴 시간 동안 냉동 수면과 살인을 반복해가는 잔혹한 세월을 지내오던 와중에 〈윈터 솔져〉에서 오랜 친구이자 전우였던 스티브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세뇌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본인의 인격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즉, 버키는 국가를 위해 군인으로서 맞서 싸웠으나 적에게 납치되어 끔찍한 고문과 세뇌, 강화 수술을 받고 난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자신이 자신의 손으로 친구인 하워드 스타크와 아내 마리아 스타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상태였던 것이죠. 법적으로도 이러한 심신 미약 상태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 범죄는 법적으로도 무죄이고요. 버키의 의지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면 처벌을 받을 필요도 없으며, 더군다나 단 한번도 변호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채 바로 수용소로 끌려간 버키의 무죄를 아는 캡틴은 이를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삼인방 중에 가해자는 없습니다. 오직 피해자만이 존재할 뿐이며, 버키 역시 하이드라에 의해 인생이 망가진 아이언맨과 캡틴과 같은 똑같은 피해자일 뿐입니다. 연출상으로 보면 살인자와 살인자의 친구가 피해자가 선물해준 방패로 피해자의 아들을 먼지나도록 패는 장면이 나오는지라 버키와 버키를 옹호하는 캡틴이 인간 말종 쯤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