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나 그 분야의 흐름을 바꾼 이정표가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야구에선 선동렬이 그랬으며, 만화에서는 이현세가 그랬죠.

만화를 예를 들자면 허영만 화백도 이현세 화백에 못지 않은 실력과 인기를 누리지만, 허화백은 이화백처럼 만화 역사를 바꾼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말그대로 가요계의 역사를 바꾼 그룹이죠.

그 전에는 조용필씨가 한국 가요계를 솔로-발라드 형태로 바꿔놓습니다. 이는 전영록, 이용 등 인기 솔로가수의 등장으로 계속이어졌죠. 하지만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면서 가요계는 당시 약간의 흔적이 있던 댄스가요가 중심이 됩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도 가요계는 3~4인조 그룹-댄스 위주로 흐르죠. 서태지 이전의 그룹은 한명은 노래부고 한명은 기타치고 한명은 드럼치는 형태의 록그룹이었지만 서태지 이후의 그룹은 각자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르고 악기보다는 춤을 추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서태지 이후 아류가 계속 등장하는데요. HOT나 신화, 젝스키스등 서태지 은퇴 이후 가요계를 석권한 그룹들이 대표적인 서태지 아류 그룹들이라고 볼 수 잇지요.

이같은 그룹 열풍은 여가수들에게도 번져 97년 SES가 나타나면서 가요계는 90년대까지 볼 수 없었던 여성 전성시대가 벌어집니다.

또 서태지의 특징이라면 랩입니다. 랩이란 미국 음악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89년 당시 댄스가수 중 가장 인기있던 박남정의 '멀리 보이네'입니다. 그전까지는 랩이라기보다는 나레이션이었죠. 그런데 박남정은 89년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는데요. 그래서 랩이 도입된 멀리보이네도 히트를 치지 못합니다.

그러다 1990년 신해철이 자신의 솔로1집에서 '안녕'을 불렀고 여기에 랩을 삽입, 엄청난 히트를 칩니다. 그래서 랩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1991년 공일오비가 전체 랩송인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불렀죠. 그런데. 이랩을 보편화시킨 가수도 역시 서태지와아이들입니다. 서태지 이후 모든 노래에 랩이 들어갑니다.

이런 것들이 서태지가 만들어놓은 가요계죠.

답변에 들어갑니다.

1. 서태지와 아이들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나요?

현직 가수들과는 비교가 안되네요.당시 92년은 지금과 달리 팬들의 분위기가 굉장히 열광적이긴 했습니다. 서태지가 가는 곳이라면 약 300명 정도의 중고생 팬이 모여 있었다고 하던군요. 거기다 서태지는 10대 중심의 인기를 끌긴 했지만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국민가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동방신기나 비처럼, 팬들의 충성도는 높지 않았스니다.

지금 동방, 비 등의 팬들은 자신의 우상을 건드리면 목숨건 전쟁에 들어가죠, 서태지팬들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암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가수였다는 것만 틀림 없습니다. 성적으로 봐도 데뷔곡 난알아요는 방송삼사 가요프로 1위를 독차지했으며 그해 서태지는 KBS에서 올해의가수와 신인상을. 그리고 MBC10대가수가요제에서는 신인왕과 함께 가수왕을 모두 석권해버립니다. 이후에도 서태지와 아이들은  연말 가수대상에 단골손님으로 들어가지요. 대상을 받아본적은 없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방송가요대상은 급격히 그 위상이 축소되는 문제도 있었고요.

2.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어땠나요?

서태지는 음악적인 재능에 있어서도 대단했다고 밖에 할 수 없는데요. 서태지의 데뷔는 하드록그룹 시나위였습니다. 시나위는 김종서씨가 보컬로 참여한 그룹이기도 한데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한국 남고생들의 관심은 하드록과 이를 디벨롭한 헤비메틀이었습니다. 인기를 누렸던 외국 그룹도 '헬로우윈', '본조비', '메틀리카' 등 하드록과 헤비메틀 그룹이었죠.

그런 시대 상황에서 서태지가 록으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것은 당연하겟죠. 하지만 서태지는 데뷔앨법에서 '난알아요'라는 랩과 펑키 음악을 합니다.

92년 MBC10대 가수가수요제에서 서태지와아이들은 유일하게 (10대가수가요제가 이제 없어졌으니 유일하죠) 신인-가수왕을 싹쓸이 합니다. 이 때 서태지는 '랩이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말을 하죠.

그런데. 93년 2집이 나올때 서태지는 펑키는 완전히 버리고 미약하지만 힙합을 도입합니다(큰 바지를 입고 엉거주춤 춤추는 그 모습은 상당히 웃겼는데요,. 불과 1년만에 모든 가수들이 그 큰 청바지를 다 입게됐습니다)

그리고 3집은 하드록을 다시 도입했고요. 4집에서는 그 유명한 갱스터랩을 다시 들고나옵니다. 총 네 개의 앨범 중 가요계에서 영향을 주지 않은 앨범은 3집 '발해를 꿈꾸며' 밖에 없습니다. 록은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 안먹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잊혀진 앨범인 3집에서도 서태지 팬들이라면 인기 1, 2위를 다투는 '널 지우려해'라는 명곡이 있지요.

서태지의 음악적 열정은 한 음악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모든 걸 다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 음악성이 있는 가수들, (신해철, 김수철 등등)이라면 모두 해보는 것인데. 그런 만큼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죠.

서태지는 자신이 가요계에 도입한 레게라는 한 우물을 판 김건모보다 음악성에서 나을지는 모르지만 김건모는 서태지와 비견되는 90년대 인기 가수가 됩니다. 하지만 서태지의 이런 저런 시도로 인해 우리나라 가요계는 더욱 강화됩니다.

3.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노래 전부 다 가르쳐주세요.

1집 대표곡 난알아요

02 난 알아요
03 환상속의 그대
04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05 이밤이 깊어가지만
06 내 모든것
07 이제는
08 BLIND LOVE
09 ROCK N ROLL DANCE

2집 대표곡 하여가

02 하여가(何如歌)
03 우리들만의 추억
04 죽음의 늪
05 너에게
06 수시아(誰是我)
07 마지막 축제
08 우리들만의 추억
3집 대표곡 발해를 꿈꾸며

02 발해를 꿈꾸며
03 아이들의 눈으로
04 교실이데아
05 내 맘이야
06 지킬박사와 하이드
07 영원(永遠)
08 발해를 꿈꾸며(MR)
09 널 지우려 해
4집 대표곡 컴백홈

02 슬픈 아픔
03 필승(必勝)
04 Come Back Home
05 시대유감(詩代遺憾)
06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07 Taiji Boys
08 Good Bye (Inst.)
09 Free Style
10 이너비리스너비 (Inst.)

4. 서태지와 아이들을 뛰어넘는 가수도 있었나요? (전세계 가수들중)

넓은 것이 가요계이니 서태지와아이들을 뛰어넘는 가수는 있었겠죠. 그런데 누구 누구를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제가 외국 가수는 잘몰라서..

아무튼 철학과 음악성, 가수로서의 쇼맨쉽까지 모두 갖춘 가수란 점에서 서태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참고로... 서태지의 전성기 때 일부 먹물 든 팬들이 신해철의 음악과 서태지를 비교했는데요. 신해철의 실험정신이 더 좋앗떤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신해철은 7년만에 서강대를 졸업하는데. 졸업식 한달전에 학교를 자퇴해버립니다.

그리고, 그는 "고등학교만 나오고 음악에 전념한 서태지를 존경한다. 나의 음악생활에도 대학 졸업장은 필요없다"고까지 말하죠.

이 한마디로 서태지의 음악성은 국내 최고가 됩니다. 참고로 음악성에 있어서는 서태지와 비견할 수 있는 가수는 신해철과 옛날 가수 김수철 뿐입니다.

머 언더그라운드에 누가 있다.. 이런 말 하실 분도 있겠지만. 언더가 계속 언더라면 그 실력도 언더일 뿐입니다.

5. 서태지와 아이들의 가창력은 뛰어났죠?

가창력은 뛰어났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서태지가 등장하기 직전인 90년과 91년  우리나라 가요계는 이문세의 시대가 지나고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는데요. 그중 그나마 두각을 나타냈던 가수는 변진섭이었습니다. 이 가수의 가창력이 비교적 뛰어났고요. 그 외엔 남자가수 중 가창력이 좋은 가수는 없었습니다. 서태지는 변진섭에 비할 수는 없어도 그리 떨어지는 가창력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노래 잘하는 가수는 아닙니다.

6. 서태지와 아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서태지(본명 정현철 72년생 서울북공고중퇴)를 필두로 현재 YG패밀리의 대표이사인 양현석(70년생 광명공고 졸), 이주노(본명 이상우 67년생 소래종고 졸)로 구성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명 모두 좋은 신분은 아닙니다. 다만 세명 다 집은 비교적 사는 수준이었죠.

앙현석은 이미 춤꿈으로 꽤 이름을 날렸고 솔로데뷔도 하려고 합니다. 양현석은 자신한테 춤을 배운 서태지를 대강 알고 있었는데요. 이 양현석을 서태지가 꼬셔내는데 성공합니다.

이주노는 박남정 백댄서 출신인데요. 이 이주노도 서태지와 아이들에 아이들로 합류합니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가요계 경력도 오래된 두 선배를 서태지가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거느리게 된거죠.

이 정도면 이 두사람 모두 서태지의 음악성에 심취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주노는 몰라도 양현석은 춤만 추는 사람이 아니었을정도로 음악성을 가졌으니깐요. 그런 양현석이 서태지 '밑으로' 군말없이 들어가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서태지에 승복하지 않는 한.

참고로 양현석은 서태지보다 한살 많습니다(서태지는 빠른 72입니다) 그런데 서태지는 끝까지 양현석을 형이라 안부르고 양군이라 부른 것으로 알려져있죠. 거기에 착안해 양현석이 만든 에이전시 회사명도 YG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