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계 큰 족적 남기고 천상으로 떠나다

이유진 기자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1세대 아나운서’ 임택근씨 별세

2011년 10월25일 MBC 창사 50주년 특집 MBC라디오 표준FM <MBC와 나>에 출연한 ‘1세대 아나운서’ 임택근씨의 모습.  MBC 제공

2011년 10월25일 MBC 창사 50주년 특집 MBC라디오 표준FM <MBC와 나>에 출연한 ‘1세대 아나운서’ 임택근씨의 모습. MBC 제공

‘1세대 아나운서’로 꼽히는 임택근씨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임택근씨 유족 측은 12일 “전날 오후 8시쯤 돌아가셨다”며 “지난해 10월 심장 문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11월에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그때는 바로 시술해서 괜찮았는데 지난달 다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갔다”고 밝혔다. 또 “마지막까지 의식이 있었고, 가족이 직접 간병해 가족 곁에서 편안하게 가셨다. 하지만 유언을 남길 만한 상황은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932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임씨는 연희대학교 1학년생이던 1951년 중앙방송국(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19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을 처음 중계하면서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이란 멘트를 최초로 한 것으로 유명하며, 1963년 MBC로 이직한 뒤 1966년 6월 한국의 김기수씨와 이탈리아 니노 벤베누티의 WBS 주니어미들급 타이틀 매치를 중계하는 등 스포츠 중계방송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기수씨는 이 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라디오조차 귀했던 방송 격동기에, 임씨는 목소리 하나로 대중을 사로잡은 라디오·흑백TV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임택근 모닝쇼>(1969)로 진행자의 이름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첫 MC이기도 하다.

1971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MBC로 복귀해 사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퇴사 후에는 개인사업을 시도했으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대한고용보험 상무를 역임했다.

1990년 KBS <노래는 사랑을 싣고>로 20년 만에 진행자석에 서기도 했으나 주로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오랜 기간 휠체어 신세를 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14일 오전 7시40분 예정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천주교묘원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혜민씨와 아들인 가수 임재범씨, 배우 손지창씨 등이 있다. 배우 손지창씨는 임씨의 혼외자로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이모부의 성을 따랐다. 임재범씨는 2011년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에서 아버지 임택근씨과 이복동생인 탤런트 손지창씨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공개했다. 세 사람은 연이 끊어진 채 살다가 가족사가 공개된 후 잠시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인은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성 김의 아버지인 전 중앙정보부 요원 김기완씨가 임택근씨의 자형이다. 임택근씨의 동생 임양근씨도 1967년 동양방송 아나운서 4기로 입사해 1970년대 형과 같이 아나운서로 활동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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