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한반도서 밭농사 지었다

주영재 기자

강원 문암리서 발굴…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5000년 전인 신석기시대 중기(기원전 3600~기원전 3000년)에 한반도 동해안에서 농작물을 재배했음을 알려주는 경작 유적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6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 유적 발굴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신석기시대 농경의 구체적인 증거인 ‘밭’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신석기시대의 밭 유적이 발굴된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연해주 등 동아시아에서 처음이다.

문암리 유적에서 발굴된 밭은 크게 상·하층으로 구분된다. 조사지역 전체에서 확인되는 상층 밭의 면적은 1260㎡ 정도로 두둑과 고랑이 있는 전형적인 이랑 밭의 형태를 띠고 있다. 연구소는 이 밭 유적을 청동기시대 밭과 비교할 때 두둑과 고랑의 너비가 일정하지 않고 이랑이 나란하게 이어지지 않는 고식(古式) 형태라고 말했다.

하층 밭은 1000㎡ 규모로 조사구역 전체에서 확인되나 동쪽으로 갈수록 좁아져 상층 밭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두둑 너비 45~150㎝, 고랑 너비 40~87㎝, 고랑 높이 13~15㎝의 이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연구소는 “하층 밭 가운데 750㎡ 정도의 좁은 면적에서 다양한 이랑짓기 모습이 확인됐다”며 “여러 작물을 심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동아시아 최초 신석기시대 밭 발견</b>한반도에서 약 5000년 전인 신석기시대부터 농작물을 재배했음을 보여주는 밭 유적이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강원 고성군 문암리에서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밭 유적 상층의 토양연대측정 결과와 밭 하층에서 빗살무늬토기 파편이 출토된 점을 들어 밭 유적의 연대를 기원전 3600년에서 기원전 3000년 사이의 신석기시대 중기로 추정했다. 사진에서 파란색의 실선은 상층 밭을, 흰색은 하층 밭을 표시한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동아시아 최초 신석기시대 밭 발견한반도에서 약 5000년 전인 신석기시대부터 농작물을 재배했음을 보여주는 밭 유적이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강원 고성군 문암리에서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밭 유적 상층의 토양연대측정 결과와 밭 하층에서 빗살무늬토기 파편이 출토된 점을 들어 밭 유적의 연대를 기원전 3600년에서 기원전 3000년 사이의 신석기시대 중기로 추정했다. 사진에서 파란색의 실선은 상층 밭을, 흰색은 하층 밭을 표시한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강원 고성군 문암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두 개의 집터.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강원 고성군 문암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두 개의 집터.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하층 밭에서는 신석기시대 중기의 빗살무늬토기 조각과 돌화살촉 등이 확인됐다. 하층 밭 주변 야외 화덕에서는 탄화된 조 1점도 출토됐다. 특히 하층 밭을 파서 나중에 만든 것이 확실한 집자리(수혈 주거지)의 바닥에서 신석기시대 중기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조각 4점이 발견됐다. 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하층 밭 유적이 신석기시대에 속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반도의 신석기시대 농경은 그동안 돌괭이·뒤지개·보습·갈돌 등과 같은 석기, 조·기장 등의 탄화곡물, 토기의 안쪽 밑바닥이 곡물에 눌린 흔적 등으로 추정해왔지만 유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이른 시기의 밭 유적은 진주 대평리, 밀양 금천, 청도 송읍리 등으로 모두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기원전 400년)의 것이었다.

강원 고성군 문암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파편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강원 고성군 문암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파편들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문암리 유적은 1998년 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 집자리와 야외 화덕, 신석기시대 전기의 덧무늬토기, 낚시어구 등 다수의 유물이 확인되면서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426호로 지정됐다. 연구소는 2010년부터 선사유적 종합정비 사업의 하나로 문암리 유적 발굴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번 발굴은 구체적인 농경의 증거인 밭 유구가 확인돼, 신석기시대 한반도의 농경문화 단초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연구소 고고연구실의 조미순 학예연구사는 “기존에는 신석기시대의 농경을 화전이나 산파(씨뿌리기)와 같은 원시농경으로 파악했지만 이번 발굴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고랑을 파서 밭을 만들어 농작물을 관리해 훨씬 많은 곡물을 생산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농경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밭에서 재배했던 곡물의 종류를 파악하기 위해 토양을 물에 풀어 유기물을 채집하는 물체질(water-sieving)조사를 하고 더 정확한 연대를 파악하기 위해 방사성탄소연대측정(AMS)과 광자극루미네선스측정(OSL)도 시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이 신석기시대 밭 유적이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로 보고 발굴과 함께 전 세계적인 자료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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