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이 말라가는 계절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기사승인 : 2019-05-08 1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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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잘 마른 장작이 건강과 환경을 지킨다
▲ 마른 장작과 젖은 장작의 비교연소실험. 출처: http://www.tfz.bayern.de

 

그룹 송골매가 전성기를 누리던 때는 80년대 초반이었다. 이때 송골매의 리드보컬은 지금도 라디오 디제이로 인기가 좋은 배철수가 아니라 구창모였다. 1985년에 송골매를 탈퇴한 구창모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는데 구창모의 솔로 1집에 수록된 노래 중에 ‘희나리’라는 노래가 있다. 20대의 젊은 가수가 불러내기엔 가사가 퍽 무겁다. ‘나의 잘못이라면 그대를 위한 내 마음의 전부를 준 것뿐인데,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남이 아닌 남이 되어 버린 지금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노랫말에 등장하는 ‘희나리’는 덜 마른 장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뜻을 알고 나면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라는 말의 의미가 더 모호하다. 아마도 작사가는 잘 말린 장작이 타서 재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을 퇴색한다고 생각한 모양이고 덜 마른 장작은 불에 잘 타지 않으니 수분을 가진 생나무처럼 사랑도 마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사에 담은 것 아닐까?


‘젖은 장작이 오래 탄다’는 얘기는 잘못된 상식이다. 젖은 장작을 사용하면 자체 수분을 건조시키기 위해 나무가 가진 발열량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게 되므로 에너지 손실이 많아진다. 또 연료가 가진 높은 함수율은 불완전연소의 원인이 되어 다량의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독일 바이에른 주립 바이오에너지 연구기관인 TFZ(Technologie und Foerderzentrum) 연소비교실험은 이를 잘 말해준다. 동일한 조건에서 함수율 12%인 마른 장작과 함수율 29%인 젖은 장작의 연소를 비교한 결과 젖은 장작이 3배가량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나무를 자르면 중량대비 약 50%는 물이다. 이를 ‘함수율’이라고 하는데 자연건조 방식으로 6개월 이상 건조시키면 함수율을 2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장작을 잘 말리기 위해서는 우선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위치를 선택해야 하고 반드시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도록 경사 있는 지붕을 설치해야 한다. 통나무는 일정한 크기로 잘라 세로로 쪼개 쌓아야 표면적이 넓어져 잘 마른다. 나무를 자르지 않고 말리게 되면 곰팡이가 쉽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곰팡이가 하얗게 피는 것은 나무의 생분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분해과정이 시작되면 발열량을 잃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작을 쌓을 때는 벽면으로부터 5~10㎝, 바닥으로부터 20~30㎝ 간격을 두고 장작을 쌓는다. 쌓아놓은 장작의 경우 햇볕을 받으면 상층부부터 따뜻해지고 더워진 공기가 이동하면서 증발된 수분은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상부뿐 아니라 아래와 옆으로 수분이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매우 더운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에는 장작 건조가 비교적 수월하다. 봄에 건조를 시작하면 가을이면 함수율 20%까지 만들어낼 수 있고 1년 이상 건조하면 장작은 15% 내외의 함수율을 가지게 되는데 이렇게 잘 말린 장작을 사용하면 점화도 간편하고 최적의 온도에 빠르게 도달하며 미세먼지 배출도 적다.

 

▲ 잘 마른 장작 끝에 세제를 바른 후 다른 쪽 면에 입술을 대고 불면 세제 바른 면에 거품이 생긴다.


이처럼 함수율이 연료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장작을 여전히 무게 단위로 거래하고 있다. 젖은 장작이, 즉 품질이 더 나쁜 장작이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직접 말려서 사용할 경우 장작의 함수율 변화는 무게를 재 보면 알 수 있지만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고주파 측정 장비로도 효과적으로 잴 수 있다. 함수율 측정 장비가 없는 경우에도 주방용 세제만 있으면 함수율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장작의 한쪽 면에 세제를 바른 후 반대쪽 면에 입술을 대고 세게 바람을 불어 넣는 것이다. 잘 마른 장작의 빈 물관 사이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세제를 바른 면에 작은 기포가 많이 생긴다. 작은 기포가 많이 생기면 함수율 15~18%의 잘 말려진 장작이다.


구창모의 ‘희나리’가 퇴색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했을지는 몰라도 젖은 장작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과 사람에게 대한 사랑은 못 된다. 젖은 장작은 오래 타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로 사람 속을 태운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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