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2010년

2010 시즌에는 윤석민의 손 부상, 그리고 아킬리노 로페즈의 부진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6월 2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투구수 129개, 피안타 4개, 사사구 2개, 삼진 9개).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호세 리마[1]가 생각난다'고 대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해에 상당히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혈액암에 시달렸던 팬이 마지막 소원으로 양현종 선수와 통화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부탁을 하여 이례적으로 프론트가 허가를 해주었으나, 그 팬이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되면서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통화시도가 무산되었다. 결국 해당 팬의 부모님과 통화를 한 후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고 이후 원정경기 때 중환자실에 직접 찾아가[2] 자신의 사인볼과 팀원들의 사인이 담긴 종이를 전달하며 20승에 도전할 때 VIP석에 초대하겠다며 완쾌를 기원했지만[3]...

결국 6월 28일 새벽에 미니홈피를 통해 그 팬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 때 양현종은 슬픈 눈물을 흘렸다고. 관련기사 보기 그리고 그 다음날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후 7월 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11승째를 올렸고, 팀 16연패를 끊었다. 승리투수는 되었지만 경기 내용은 (양현종 입장에서) 아쉬웠다.

7월 21일 광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12승째, 그리고 7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5⅔이닝 3실점으로 13승째를 올렸다. 이날 타선은 한 이닝 사이클링 홈런으로 10득점을 포함하여 무려 12점이나 내주었다.

8월 3일 광주 LG전에서 5⅓이닝 3실점으로 14승째를 올렸다.

하지만 그 이후 5경기서 5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단 2경기에 불과했다. 나올 때마다 발리고 발리고 반복. 에이스라는 놈이 이 모양이라 팀의 4강행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거기다 개인 4연패까지 당했다. 팬들은 4강행 호흡기 떼더니 무덤자리까지 알아봤냐,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못 가면 어쩌냐며 까는 중. 탱구의 9번을 달면 버프가 생기려나?[4] 게다가 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친KIA적 성향의 기자들이 좌완 트로이카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안티도 증가했다.(...)[5]

9월 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 되었지만 4점대의 방어율과 볼넷은 풀타임 선발투수 중 최고. 후반기의 모습과 최종 성적으로 미루어볼 때 이보다 성적이 좋았던 다른 팀 투수도 있었던지라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9월 7일 군산 한화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15승을 달성하며 타이거즈 좌완 최다승을 기록했다.

9월 14일 광주 두산전에서 7⅓이닝 2실점 11K 호투로 16승을 챙겨 다시 다승 공동 1위에 오르며 다승왕 경쟁에 더욱 더 가까워졌다.[6] 다행히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표된 이후의 2경기에선 호투했다. 반면 윤석민은..

9월 19일 잠실 LG전에선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17승을 눈앞에 뒀으나, 불펜진의 방화로 승수는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방어율을 3점대로 낮추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서의 체면은 세웠다.

마지막 경기인 9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공동 다승왕을 노렸으나 3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8실점의 처참한 투구를 보여주며 무너졌다. 10시즌 방어율은 4.25로 치솟았고 남은 건 볼넷왕(103개로 리그 1위)의 칭호뿐이었다. 최종 성적은 16승 8패 ERA 4.25 WHIP 1.58(리그 13위).

허약한 KIA 타선이 이상하리만큼 양현종만 나오면 분발하며 높은 득점지원을 받았고, 동시에 양현종의 좋은 구위가 합쳐지며 가장 먼저 10승을 달성하며 다승왕에 한 걸음 더 다가섰으나 후반기에 부진하면서 류현진을 위시한 다른 투수들에게 승수를 따라잡혔다. 시즌 초, 중반엔 좋은 구위를 앞세운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구로 높은 WHIP과 피안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방어율을 유지했으나 시즌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난타당해 그나마 좋았던 방어율마저 4점대로 치솟고 말았다. 방어율 4점대 다승왕 후보 야구팬들 사이에 논란은 있었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후반기에 들어와서 투구 내용이 심하게 나빠졌다. 전반적으로 보면 작년에 이어 10승 이상을 달성하는데 성공하면서 일단 10승급 투수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전반기와 후반기의 투구 내용이 매우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풀타임을 뛰기에는 체력이 매우 부족한 듯. 실제로 후반기 경기들을 보면 당일 두 자리수 방어율 찍은 경기가 많았다. 거기다가 2008 시즌을 연상케 하는 볼질마저 시전하였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시즌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유원상에 비견될 정도였으며, 피안타는 로페즈에 이어 리그 2위에 투구수는 30이닝 가까이 더 던진 류현진보다 100개 이상 많았다. 본인도 이 부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을 할 정도였다고. 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메달을 따고 병역 문제를 해결했으니 겨우내 체력훈련을 단내나도록 해야 할 듯.[7][8]

10월 27일, 국가대표 훈련 중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서 컷 패스트볼을 단 10분만에 배웠다고 한다.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조범현 감독이 넥센 전에선 쓰지 말라고 농담을 했다고.[9][10]

11월 18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 중국전 선발로 나와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스탯만 보면 괜찮은 성적을 찍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대부분의 공이 코너워크 그런 거 없이 배팅코스로 들어가는 직구였다! 그것도 병역 면제에 목마른 미필 선수들의 물샐틈 없는 호수비가 아니었더라면.. 닥치고 남자의 직구만 던지는 투수는 이젠 중국 상대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대만을 꺾은 중국 야구의 성장세를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KIA 타이거즈 갤러리에서는 당연하게도 폭풍처럼 까였다. 아마야구 수준인 중국에게 첫 점수를 헌납한 프로선수라면서..

같은 좌완 영건이었던 롯데의 장원준이 2011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하고, 반대로 양현종은 군면제를 받고도 2011년 들어 볼질로 폭망하는 모습을 보여서 롯데팬들에게 본의 아니게 까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성적은 양현종이 근소한 차이로 더 좋았다.[11] 양현종의 타선 지원에 힘입어 얻은 16승과 탈삼진쇼, 그리고 2009년의 우승 프리미엄이 양현종이 국대에 발탁되는데 크게 작용한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1. 호세 리마가 KIA에 있었을 당시 가장 친했던 선수가 양현종이었다고 한다. 서로 아버지 아들 하면서 지낼 정도였을 지경. 특히, 그렇게 지냈던 때가 양현종의 암흑기임을 감안한다면 그 만큼 각별했다고 할 수 있다.
  2. 관련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호흡기 때문에 대화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방문 이후에서야 문자로 고마움의 뜻을 밝혔다고.
  3. 모자에 그 팬의 이니셜을 새기기도 했다.
  4. Oh 뮤비 보면 태연의 배번이 9번이니까.
  5. 애시당초 양현종 본인도 류현진, 김광현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6. 블론 직전에 두산 주자 유재웅이 다리를 다쳐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승리를 챙겼다. 끝내기 햄스트링
  7. 일단 투구폼이 지나칠 정도로 다이나믹해서 체력소모가 많다. 거기에 제구력이 좋은 투수도 아니라서 투구수 관리에도 애를 먹었다.(실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지만 투구수를 보면 꾸준히 120개 정도를 던졌다.) 유연성을 키우고 투구폼을 교정해 체력소모를 줄이거나 제구를 확실하게 잡는 방법밖에 없지만 하나같이 쉬운게 아니라서..
  8. 게다가 작년 투수코치로 있던 칸베 토시오 코치가 짜준 중심나누기 훈련을 2010 시즌 들어 쪽팔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시즌 중반 이후 무지막지한 볼질과 체력 방전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9. 물론 이런 걸 실전에서 쓰려면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10분만에 배웠다는 것은 컷 패스트의 개념 및 던지는 방법을 익혔다는 얘기고, 실전에서 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중국전에서 던지긴 던져봤다.
  10. 재미있게도 2012년 양현종의 투구밸런스가 무너진 원인 중 하나가 이 때 배운 커터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래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히 커터를 배운 것만으로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할 수는 없을 듯. 김시진 감독님은 무슨 죄
  11. 양현종은 30경기 169⅓이닝 16승 8패 ERA 4.25 169피안타 104사사구 145탈삼진 84실점 80자책점, 장원준은 26경기 144⅓이닝 12승 6패 ERA 4.43 158피안타 56사사구 113탈삼진 77실점 71자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