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6명 접촉, 간호하던 딸도 감염…태국 방문 뒤 '우한폐렴' 정확한 원인 파악 안 돼
  • ▲ 5일 '우한폐렴' 확진자가 2명 추가된 가운데, 중국 외 감염 사례가 늘어난데다 첫 병원 내 감염 사례까지 나오면서 검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권창회 기자
    ▲ 5일 '우한폐렴' 확진자가 2명 추가된 가운데, 중국 외 감염 사례가 늘어난데다 첫 병원 내 감염 사례까지 나오면서 검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권창회 기자
    태국 방문 후 우한폐렴에 걸린 16번 환자 A씨(여·42)의 감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A씨가 광주 21세기병원에서 일주일 넘게 머무르며 모두 272명과 접촉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날 추가된 2명의 확진자에 A씨의 첫째딸 B씨(21)가 포함되면서, 검역에 구명이 뚫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졌다.

    16번 환자, 병원서만 272명 접촉… '슈퍼 전파자' 되나

    질병관리본부는 5일 "이날 오전 9시 기준 2명의 추가 확진환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질본에 따르면, 18번째 확진자인 B씨는 어머니 A씨가 우한폐렴 의심환자로 분류된 지난 3일부터 병원에 격리된 상태다. B씨는 어머니에게 간병받다 감염된 국내 첫 병원 내 감염사례로 파악된다.  A씨가 무(無)격리 상태에서 광주 21세기병원 3층에 머문 사실이 밝혀지면서 A씨가 '슈퍼 전파자'가 되고, 이 병원이 '슈퍼 전파지(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6번 환자는 현재까지 306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광주 21세기병원에서만 일주일간 머무르며 272명과 접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외 전남대병원 19명, 가족·친지 15명 등이다. 지금까지 확진자 접촉인원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정 본부장은 "A씨는 지난달 15~19일 가족과 태국 여행 후 입국했고, 25일 저녁부터 오한 증상이 발생했다"며 "당시 광주 21세기병원 1인실에 입원한 딸과 함께 지냈다"고 전했다. A씨는 딸을 간병하는 동안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고, 입원과 외래를 오가며 폐렴 치료를 받았다. 이들 모녀는 현재 전남대병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각각 격리돼 치료받는다.

    질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9일 귀국해 같은 달 25일 자신의 차량으로 전남 나주시 친정집을 방문한 뒤 오후 8시쯤 광주광역시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날 저녁부터 오한 증상을 느낀 A씨는 26일에는 종일 집에 머물렀다.

    A씨는 발열 증상이 이어지자 27일 오전 9시쯤 자신의 차량을 타고 광주 21세기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는 딸 B씨가 인대봉합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쯤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뒤 오후 8시쯤 광주 21세기병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지난 2일까지 딸 간병과 자신의 치료를 위해 이 병원에 머물렀다.

    A씨는 지난 3일 이 병원 진료 결과 폐렴 악화 소견이 나오자 다시 전남대를 찾아 격리조치됐고, 다음날인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머물렀던 광주 21세기병원은 당초 의료인과 입원환자 모두 격리되는 '코호트 격리'가 처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질본은 "18번 환자와 같은 층인 3층에 입원한 환자들은 1인실로 이동했고, 그 외 환자들은 퇴원 후 증상에 따라 자가격리 또는 이송조치 중"이라며 '코호트 격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A씨의 감염 경로와 관련 "증상 발현과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태국 여행지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고, 국제공항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태국에서 6명의 확진자가 생겼고, 태국 당국이 확진자 이동 경로 등 공조를 요청해 태국과 함께 공동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딸 B씨는 현재 발열, 호흡기 증상이 없다. 접촉자 검사에서 양성 확인돼 확진으로 분류한 것"이라며 "감염에 대한 판단은 A씨 확진 이전에 공동 노출됐거나, A씨와 같이 병실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기도 해서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17번째 확진자는 싱가포르서 확진자 접촉한 38세 남성

    이날 추가된 17번째 확진자는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38세 한국인 남성 C씨다. C씨는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지난달 18~24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지난 3일 컨퍼런스 참가자 중 확진자(말레이시아)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이튿날인 4일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받은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C씨는 경기북부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5일 우한폐렴 양성반응이 나와 현재 명지병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격리돼 치료받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C씨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1월27일과 지난 3일 구리시에 위치한 내과의원 2곳을 방문했다. 그는 내과 2곳을 다녀오기 전인 1월26일에도 발열 등 증상으로 선별진료 의료기관인 한양대구리병원을 찾았으나 관리 대상인 중국을 방문한 이력이 없어 단순 처방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이날 오전 C씨가 다녀간 의원 2곳을 바로 폐쇄했다. 구리시는 체육관·청소년수련관 등 공공 다중이용시설을 14일간 폐쇄하고 예정된 공공 행사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