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장고 끝 이낙연과 종로서 건곤일척 승부...정권심판론으로 반전극 이룰까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8 00: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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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장고 끝에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황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며 "자랑스러운 종로를 반드시 무능정권, 부패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 대표 간의 '총선 빅매치'가 '대한민국 정치1번지'인 종로를 무대로 펼쳐지게 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간의 역사적인 빅매치도 성사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며 "오직 두려운 건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능정권, 부패정권, 오만정권의 심장에 국민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 모든 국민께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문재인 정권의 가면을 벗기고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겠다"며 "대한민국의 찬란한 성공신화를 무너뜨리는 문재인 정권의 역주행 폭주를 최선봉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이번 4·15총선에서 당의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간판’이다. 특히, 둘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를 달리는 여야 최대 거물급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의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4·15 총선에서 종로는 최대 승부처를 넘어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은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출마’를 공언한지 한달 여만에 나왔다.


그러나 황대표는 종로 출마라는 ‘정공법’을 택하기까지 그간 구체적인 출마 지역에 대해 함구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황 대표의 결심이 늦어지자 당 전체의 선거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 여론에 내몰리기까지 했다.


이미 ‘종로’에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가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고, 여기에 같은 보수진영에 속한 이정현 의원도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특히 정치적 상징성이 큰 '정치 1번지'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당과 보수진영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워낙 크다는 점도 장고를 거듭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종로 이외의 지역구를 선택하는 것은 정면 대결을 회피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 대표의 선택지는 사실상 ‘종로 출마’와 ‘불출마’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링 위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는 것보다 ‘정공법’을 택해 대반전을 노려보는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공천관리위원회는 물론 황 대표의 측근 의원들과 당 핵심 관계자들도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황 대표에게 "'불출마'는 과거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고, '종로 승부수'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니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면 미래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날 황 대표는 "저는 지금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권심판'에 선거전략을 맞췄다. 10분간 읽어내린 출마 선언문에서 '정권 심판'은 총 7번이 등장했다. 출마 선언 서두부터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 경제·안보·외교·국민 안전 등이 무너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대표는 "4·15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내겠다. 종로를 반드시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복안은 종로에서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켜 수도권 전체를 거쳐 전국을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상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와 지지율 격차는 큰 상황이다. 이 전 총리에게 패배하게 되면 대정부 심판 자체가 흔들릴 뿐 아니라 황 대표 개인도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2000년 이후 한국당의 전신 보수정당이 줄곧 깃발을 꽂았던 종로였지만,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내리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내줬다. 탈환에 만만치 않은 지역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거취를 놓고 너무 시간을 끌다 ‘등 떼밀리듯’ 종로를 택할 수 없게 되면서 명분과 모양새를 모두 잃어버렸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두 달여 남은 선거 기간 대역전의 반전극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불리한 입장에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해 한국당이 제1당으로 올라선다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4·15 총선을 68일 앞둔 이날 황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종로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이낙연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총선 출마 선언이 있자 언론에 배포한 한 문장짜리 입장문을 통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황 대표가 건곤일척의 ‘종로 빅매치’에서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바람을 일으키며 사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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