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로스' 김혁건, 이제는 '박사'…"절대 포기하지 말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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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재활 후 경희대 응용예술 박사과정 졸업한 더크로스 김혁건. (본인 제공=연합뉴스) 전신마비 재활 후 경희대 응용예술 박사과정 졸업한 더크로스 김혁건. (본인 제공=연합뉴스)

전신마비를 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더 크로스' 가수 김혁건씨의 근황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경희대 졸업식에서 응용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혁건씨는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김혁건씨는 2000년대 초 록밴드 '더 크로스' 보컬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2년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가 불법 유턴 차량과 총돌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고 2년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어깨 아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사고 당시 김씨는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중예술전공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24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김씨는 "재활치료를 막 끝낼 때만 해도 '학교를 다시 다닌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기도 어려울뿐더러,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남겨둔 상태였고, 주변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재입학을 결정했다.


학교생활을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전공서적을 일일이 스캔해 컴퓨터로 봐야 했고, 시험을 볼 때는 학습도우미가 대신 필기를 했다.


김씨는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것들도 계속 포기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일반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두 배, 세 배 이상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위와 함께 자신감도 얻은 김씨는 2017년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도 지원했다. 그는 "제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들보다 논문을 쓰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보니 입학과 동시에 졸업논문 주제를 음악치료로 잡았다"고 밝혔다.


김씨가 쓴 논문 '하모니카를 활용한 호흡재활 훈련이 척수 손상 환자의 호흡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인 '인간행동과 음악연구'에 실리기도 했다.


김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일상 속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입법에도 관심이 생긴 그는 3월 같은 대학 법무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김씨는 "도로 턱 때문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 멀리 돌아서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장애인 콜택시가 5시간을 기다려도 안 와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는데,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이 너무 넓어 내릴 수가 없어 종점까지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음악활동에도 열중하고 있다. 2015년 솔로 앨범 '넌 할 수 있어'를 발매한 데 이어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록밴드 'GIRL과 콜라보한 더크로스 싱글 앨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씨는 장애 때문에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런 힘든 시간을 나도 겪었지만, 견뎌내야 한다"며 "그렇게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안에서 웃음도 되찾을 수 있고, 행복한 시간도 온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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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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