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발병]“메르스 확진자, 입국 전 아내에게 ‘마스크 끼고 오라’ 했다”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응급의료센터 출입문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윤중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60대 남성 ㄱ씨가 국내 입국하기 전에 부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중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인이 몰고 온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전날 오후 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관련 회의에서 “조사하면서 추가로 알게 된 부분이 있다”며 “환자분은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했는데 아내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끼고 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사관은 또 “아내분이 자가용으로 왔는데 막상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아내분하고 따로 리무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며 “역학조사하면서 노출력을 조사했는데 (ㄱ씨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ㄱ씨가 인천공항을 통과할 때 열이 측정되지 않았던 것은 비행기를 타기 전 수액을 맞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사관은 “ㄱ씨가 9월4일 입국하려 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연기를 하고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며 “(귀국) 당일 날도 몸이 안 좋아서 그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공항에 갔다. 아마도 열이 측정 안 됐던 것이 수액이나 약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분(환자)이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치밀한 역학조사를 주문했다.

박 시장은 “확진 환자가 쿠웨이트에서 서울대병원에 이르기까지 전 시간대의 동선에 대해 우리가 가진 합리적 의문을 충분히 해소해주는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3년 전에도 자가 격리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몰래 빠져나와 장을 보고 회사도 간 사람들이 있다. 아랍에미리트 항공기에 탑승한 외국인 115명도 전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포위망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며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급과 행정 낭비 등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메르스 확진환자 탑승기 승객) 전체를 격리 조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지난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일주일간 바짝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의 ‘일상접촉자’ 중 서울 거주자는 총 17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상접촉자는 확진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한 ‘밀접접촉자’보다 감염 가능성이 낮지만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에 대해선 밀접접촉자에 준하는 1대1 감시를 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이 메르스 차단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한다. 서울시는 메르스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