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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해리포터 죽음의성물 소설
cv**** 조회수 2,326 작성일2011.02.08

책으로도읽엇다가 요즘다시읽고싶어서 인터넷을뒤져보니깐..

텍스트가 잇긴있는데 영어문장을 번역돌린건지...

문맥도 엉망이고 몇몇문장 단어는 해석도안되있고 읽기 거슬리더군요..

 

좀 제대로써져있는것좀 읽고싶어요

내공100걸어요 이메일로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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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신 될테야
초인
번역, 통역, 영어 독해, 읽기, 영화 69위 분야에서 활동
본인 입력 포함 정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해리포터 시리즈 제7탄) 
조앤 K. 롤링
지음 /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차례
제1장 마왕의 비상
제2장 추도문
제3장 떠나는 더즐리 가족
제4장 일곱 명의 포더
제5장 쓰러진 전사
제6장 파자마를 입은 굴 귀신
제7장 알버스 덤블도어의 유언
제8장 결혼식
제9장 은신처
제10장 크리처의 이야기

제1장 마왕의 비상

달빛이 비치는 좁은 오솔길, 두 남자가 약간 거리를 두고 허공에서 불현듯 나타났다.
그들은 상대방의 가슴에 지팡이를 겨눈 채, 잠깐 동안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곧 서로의
 정체를 확인한 그들은 지팡이를 다시 망토 속에 집어넣고 같은 방향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소식이라도?”
두 사람 중에 키가 더 큰 자가 물었다.
“최고의 소식을 가져왔지.”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대답했다.
오솔길 왼쪽에는 낮게 자란 야생 가시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말끔하게 손질한
 산울타리가 높이 솟아 있었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의 긴 망토 자락이 발목
근처에서 펄럭거렸다.
“하마터면 늦는 줄 알았어”
악슬리가 말했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나뭇가지가 달빛을 가릴 때마다 흐릿한 그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까다롭더군. 부디 그분께서 만족하시면 좋겠는데. 그런데 자네 말투로
 보니 꽤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자신하는가 보군?”
스네이프는 성의 없이 그저 고개만 까닥했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돌아선 두 사람 앞에 저택으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나타났다. 역시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높은 산울타리는, 길을 가로막고 우뚝
선 화려한 문양의 철 대문을 지나서 안쪽으로 한없이 이어져 있엇다. 하지만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앗다. 대신 아무 말 없이 인사를 하듯 왼쪽 팔을 번쩍 치켜들더니
마치 어두운 철문이 연기로 변해 버린 것처럼 곧장 통과해 버렸다.
 빽빽이 들어선 주목나무 울타리가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그때 오른편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악슬리는 재빨리 지팡이를 다시 뽑아들고
 동행자의 머리 위로 겨누었다. 소리를 낸 것은 다름 아닌 새하얀 공작새였다. 공작새는
산울타리 위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날개를 활짝 펴고 걷고 있엇다.
“루시우스 그놈은 항상 호화판으로 살았지. 공작새라니....”
악슬리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지팡이를 다시 망토 속에 넣었다.
곧게 뻗은 진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으리으리한 저택이 어둠 속에 우뚝 서 있었다.
마름모꼴 유리를 끼운 아래층 창문에서 불빛들이 반짝였고, 산울타리 너머 어두운 정원
어딘가에선 분수가 물을 내뿜고 있었다. 스네이프와 악슬리가 현관문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는 자갈이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현관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 하지만 문을 열어 준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현관 복도는 아주 넓고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는데, 대리석 바닥
대부분이 근사한 양탄자로 뒤덮여 있었다. 벽에 걸린 파리한 얼굴의 초상화들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스네이프와 악슬리를 계속 주시했다. 두 사람은 옆방으로 통하는 육중한 나무
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마침내 스네이프가 청동 손잡이를 돌렸다.
응접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긴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방에 있던 다른 가구들은 아무렇게나 벽 쪽으로 밀쳐져 있었다.
금박을 입힌 거울이 놓인 웅장한 대리석 벽난로에서는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며 희미한
빛을 던지고 있었다. 스네이프와 악슬리는 잠깐 동안 문간에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어둠에 차츰 익숙해지자, 방 안에서 가장 기묘한광경 쪽으로 시선이 저절로 올라 갔다.
분명 의식을 잃은듯한 한 사람이 테이블 위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채, 천천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 것이다.마치 투명한 밧줄이 그자를 매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거울과
그 밑에 놓인 테이블의 매끄러운 표면에 고스란히 비치고 있엇다. 하지만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이 이상한 광경을 쳐다보지 않았다. 딱 한 명,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바로 밑에 앉아 있는 창백한 얼굴의 젊은이만 예외였다. 그는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듯,
 거의 1분마다 힐끗힐끗 위를 올려다 보았다.
“악슬리, 스네이프”
테이블 머리 쪽에서 날카롭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마트면 늦을 뻔했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벽난로 바로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방금 방에 들어온 사람들 눈에는
한동안 검은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이 점차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고, 콧구멍은 가느다랗게 뜷렸으며, 동공이
세로로 쭉 찢어진 새빨간 눈이 번뜩거리는 것이, 꼭 뱀 같은 얼굴이었다. 그의 낮빚이 어찌나
 창백했던지 마치 진주처럼 뿌연 광택을 발하는 것 같았다.
“세베루스, 이리로."
볼드모트가 자신의 바로 오른쪽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악슬리, 돌로호브 옆에.”
두 사람은 각기 지정된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테이블에 둘러앉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스네이프 만 뒤쫒았다. 볼드모트가 제일 먼저 말을 건 사람도 바로 그였다.
“어떻게 됐지?
“주인님. 불사조 기사단은 다음 주 토요일 해질 녘에 해리포터를 현재의 은신처에서
 이동시킬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테이블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술렁였다. 어떤 이는 몸을 꼿꼿이 세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시선은 오직 스네이프와 볼드모트에게로
쏠려 있었다.
“토요일... 해질 녘이라...”
볼드모트가 되뇌였다.
그러더니 새빨간 눈으로 스네이프의 까만 눈동자를 뜷어져라 들여다보았다.
 그 눈빛이 어찌나 강렬하고 무시무시하던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
 중 몇몇은 슬며시 눈을 돌렸다. 자신들도 그 소름 끼치는 시선을 마주하게 될까 봐
 벌벌 떠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어떤 동요도 없이 볼드모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입술이 없는 볼드모트의 입이 살짝 벌어지면서 미소
 비슷한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좋아. 훌륭해. 이런 정보는 어디서...”
“전에 말씀드렸던 그 정보원으로부터 얻었습니다.”
스네이프가 대답했다.
“주인님.”
악슬리가 긴 테이블 저쪽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볼드모트와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 제가 들은 정보는 좀 다릅니다.”
악슬리가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하지만 볼드모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악슬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러인 도울리쉬가 무심결에 흘린 정보에 따르면, 포터가 30일까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 녀석이 만 열일곱 살이 되기 전날 밤까지 말입니다.”
스네이프가 씩 미소를 지었다.
“제 정보원이 저에게 말하길,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짜 정보를 흘릴 거라고 했는데,
바로 그건가 봅니다. 도울리쉬는 틀림없이 혼동 마법에 걸렸을 것입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요. 그는 이미 마법에 잘 걸리기로 유명한 자입니다.”
“주인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도울리쉬는 꽤 확신이 있어 보였습니다.”
악슬리가 다시 주장했다.
“그자가 혼동 마법에 걸렸다면, 당연히 그렇겠지.”
스네이프가 대꾸했다.
“악슬리. 내가 장담하는데, 오러 사무국은 더 이상 해리포터의 신변 보호문제에
관여하지 못할거야. 불사조 기사단은 우리가 마법부 내부까지 침투했다고 믿고 있거든.”
“그렇다면 기사단이 한 가지는 맞혔구먼, 안 그래?”
악슬리 근처에 앉아 있던 한 땅딸막한 남자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테이블 여기저기에서도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머리위에서 천천히 돌고 있는 사람을
 향해 옮아갔다.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주인님....”
악슬리가 끈질기게 말을 이었다.
“도울리쉬는 그 녀석을 이동시키는데 모든 오러들이 총동원될 거라고....”
그러나 볼드모트가 크고 하얀 손을 들어 올리자, 악슬리는 당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다시 스네이프를 향해 몸을 돌리는 광경을 분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 녀석을 어디에 숨길 작정인가?”
“불사단 기사단 중 한 명의 집이라고 합니다.”
스네이프가 대답했다.
“정보원에 따르면 그곳은 기사단과 마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보호를 다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일단 그 녀석이 그곳에 들어가면 붙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질 것 같습니다.
 주인님. 물론 다음 주 토요일까지 마법부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만약 마법부가 무너지면
 우리는 상당수 마법들을 알아내어 해제한 다음에 나머지 마법들도 뜷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어떤가, 악슬리?”
볼드모트가 테이블 끝 쪽을 향해 물었다. 그의 새빨간 눈이 벽난로 불빛을 받아 기괴하게 빛났다.
“다음 주 토요일까지는 마법부가 무너지겠지?”
다시 한 번 모든 사람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악슬리는 어깨를 쫙 폈다.
“주인님, 제가 그 문제와 관련해서 아주 좋은 소식을 갖고 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참으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마침내 파이어스 씨크니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거는데 성공했습니다.”
악슬리 주위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감탄하는 것 같았다. 바로 그의 옆에 앉아 있던
 긴 쭈그렁바가지처럼 생긴 돌로호브는 악슬리의 등을 탁탁 두드리기까지 했다.
“이제 시작이군.”
볼드모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씨크니스 한 명뿐이지 않은가? 내가 행동을 개시하기 전까지 우리 쪽 사람들이 완전히
 스크림저 주변을 장악해야만 한다. 장관을 한 번에 처치하지 못하면, 나는 아주 한참을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의 부장인
씨크니스는 정기적으로 장관을 직접 만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마법부 부서의 부장들을
만납니다. 이제 그런 고위 관료가 우리 손에 있으니 다른 관료들을 예속 시키기가 쉬워질 것이고,
 그러면 다 함께 스크림저를 끌어내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친구 씨크니스가 다른 관료들을 포섭하기 전에 발각되는 일이 없다면 말이지.”
볼드모트가 말했다.
“어쨋든 다음 주 토요일까지 마법부가 내 손아귀에 들어올것 같진 않군. 일단 녀석이 은신처에
 들어가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테니, 녀석이 이동하는 도중에 해치워야겠어.”
“그런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유리합니다. 주인님.”
악슬리가 얼른 나섰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볼드모트에게 인정받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현재 마법 교통부에도 우리 쪽 사람들을 여러 명 심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포터가
 순간이동이나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면 즉시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녀석은 그 어느 것도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불사조 기사단은 마법부에서 관리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그 어떤 운송 수단도 피하고 있습니다.
 마법부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잘됐군.”
볼드모트가 말했다.
“그렇다면 녀석은 공공연하게 이동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붙잡기도 훨씬 더 쉽겠지.”
볼드모트는 이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사람을 또다시 올려다보았다.
“녀석의 일은 내가 직접 맡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리 포터가 관련된 문제마다 너무 실수가 많았다.
 그중 일부는 나의 실수였어. 포터가 여태껏 살아 있는 것은 녀석의 공이라기보다는 내가
실수했기 때문이다.”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볼드모트를 쳐다보았다. 모두 혹시나
 해리 포터가 계속 살아 있는 것에 대한 비난이 자신에게 쏠릴까 봐 두려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그자들에게 말하기 보다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머리 위에 의식 없는 상태로 떠 있는 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부주의했어. 그래서 완벽한 계획이 아니면 모두 좌절시키고 마는 훼방꾼들인 운과 우연이
 번번이 방해를 놨지. 히지만 이제 난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내가 바로 해리 포터를 죽일 그 사람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통과 절망에 못 이겨 내지르는 처절한 절규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밑을 내려다보았다. 왜냐하면 그 소리는 발밑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윔테일.”
볼드모트가 조금도 변함없이 침착하고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머리
 위에서 회전하는 몸을 향하고 있었다.
“죄수를 조용히 시키라고 네게 이르지 않았느냐?”
“네, 주, 주인님.”
테이블 중간쯤에서 조그만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의 몸이 어찌나 푹 꺼져 있던지
얼핏 보면 그가 앉아 있는 자리가 비어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제 그는 황급히 의자에서
 기어 내리더니 허둥지둥 방을 나가 버렸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이상한 은빛 섬광만이 남았다.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이제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볼드모트가 바짝 긴장한 추종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가령, 내가 해리 포터를 죽이러 갈 때에는 그 전에 너희 중 한사람으로부터 지팡이를 빌려야
할 것이다.”
볼드모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에는 충격만이 가득했다.
마치 그들의 팔 한짝을 빌려야겠다는 선언이라도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
“누구 자원자 없느냐?”
볼드모트가 물었다.
“어디 보자.... 루시우스, 너는 더 이상 지팡이를 갖고 다닐 이유가 없을텐데.”
루시우스 말포이가 고개를 들었다. 벽난로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노랗게 질려 있었다.
두 눈은 푹 꺼지고 눈 밑에는 시커멓게 그늘이 져 있었다. 그가 쉰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네에? 주인님?”
“네 지팡이를 달란 말이다. 루시우스.”
“저.....저는.....”
루시우스 말포이가 옆에 앉은 부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부인은
 남편만큼이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똑바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테이블 밑으로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손목을 잠깐 잡았다 놓았다. 그러자 말포이는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지팡이를 꺼내서 볼드모트에게 전달했다. 볼드모트는 그의 새빨간 눈 앞에 지팡이를
바싹 갖다 대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었으로 만들었느냐?”
느뤂나무입니다. 주인님.“
루시우스 말포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속에 넣은 것은?”
“용입니다. 용의 심장을 넣었습니다.”
“좋아.”
볼드모트는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더니 서로 길이를 비교해 보았다. 그때 루시우스 말포이가
 무심결에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자세를 취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기 지팡이를 바친
 대신 볼드모트의 지팡이를 받을 거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볼드모트가 그런 동작을 놓칠 리가
 없었다.
“루시우스, 내 지팡이를 너에게 달라는 거냐? 내 지팡이를?”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몇몇은 키득키득 숨죽여 웃었다.
“루시우스, 난 너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느냐? 그런데 최근에 너와 네 가족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는 걸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내가 네 집에 머물러 있어서 기분이
나쁜게냐, 루시우스?”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다니, 루시우스...”
볼드모트의 잔인한 입이 더 움직이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가 쉭쉭거리는 것 같았다.
 쉭쉭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법사 한두명은 부르르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뭔가 육중한 것이 테이블 밑 마루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거대한 뱀이 모습을 나타내어 볼드모트의 의자 위로 천천히 기어올랐다. 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이 계속해서 기어오르더니, 볼드모트의 어깨를 휘감았다. 뱀의 목은 거의 성인 남자의
허벅지 만큼이나 굵었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뱀의 눈은 한시도 깜박이지 않았다. 볼드모트는
여전히 루시우스 말포이를 노려보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는 무심히 뱀을 쓰다듬었다.
“어째서 너희 말포이 집안 사람들은 자기들의 역할에 대해 그토록 못마땅해하는 것처럼 보이느냐?
 나의 귀환, 내 힘의 부활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 너희 입으로 소망한다고 공언했던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물론입니다. 주인님.”
루시우스 말포이가 황급히 대답했다. 윗입술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는 그의 손이 와들와들 떨렸다.
“저희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랐습니다. 지.....지금도 그렇습니다.”
루시우스 말포이의 왼쪽에 앉아 있는 그의 아내는 볼드모트와 뱀을 외면한채 뻣뻣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른쪽에 있는 아들 드레이코는 줄곧 머리 위에 떠 있는 의식 잃은
 몸뚱이를 쳐다보고 있다가 볼드모트 쪽을 한 번 재빨리 쳐다보더니 시선을 마주칠까 두려워서
 얼른 얼굴을 돌렸다.
“주인님.”
테이블 중간쯤에 앉아 있던 검은 머리의 여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 감정을 잔뜩 억누른 듯한
 목소리 였다.
“주인님을 저희 집안의 저택에 모시는 것은 커다란 영광입니다.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
수 없습니다.”
머리가 검고 눈꺼플이 두꺼운 그녀는, 옆에 앉은 여동생 나시사와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태도와
 행동까지도 매우 달랐다. 나시사가 뻣뻣하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엇던 반면, 벨라트릭스는 그저
 말만으로는 그녀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는지 표현하기에 모자라는 듯,
 볼드모트를 향해 잔뜩 몸을 기울이고 있엇다.
“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단 말이지.”
볼드모트가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인 채,벨라트릭스를
 쳐다봤다.
“벨라트릭스, 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아주 의미심장하군.”
그녀의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두 눈에 기쁨의 눈물이 고였다.
“저는 오직 진실만을 말한다는 걸 주인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더 큰 기쁨이 없다..... 내가 듣기론 이번 주에 너희 집안에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던데,
 그보다도 더 기쁘단 말인가?”
그녀가 입을 헤벌리고 볼드모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인님.”
“네 조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벨라트릭스. 그리고 루시우스와 나시사, 너희 두 사람의
 조카이기도 하지. 바로 얼마전에 늑대인간 리무스 루핀과 결혼을 했다면서.
 무척이나 자랑스럽겠군.”
테이블 주위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아주 재미있다는 듯 한 표정을 주고받았다. 어떤 이는 깔깔거리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기도 했다. 이 갑작스런 소란에 약이 오른 커다란 뱀이 입을 딱 벌리고 신경질적으로
 쉭쉭소리를 냈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벨라트릭스와 말포이가족이
 모욕당하는 꼴을 보고 너무 신이 났던 것이다. 방금전까지 기쁨에 겨워 달아올랐던 벨라트릭스의
 얼굴은 이제 흉하게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 계집애는 저희 조카가 아닙니다. 주인님!”
웃음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벨라트릭스가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저희는, 그러니까 나시사와 저는 동생 안드로메다가 잡종과 결혼한 이후로 눈길 한 번 준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계집애와 저희는 아무련 관련이 없습니다. 그 계집이 어떤 짐승이랑
 결혼했든 저희가 알 바가 아닙니다.
“드레이코, 너는 무슨 할말이 없느냐?”
볼드모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시끄러운 야유와 조소 속에서도 똑똑히 들렸다.
“그 애새끼들의 보모 노릇이라도 하려느냐?”
웃음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공포에 질려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계속 자기 무릎만 내려다보고 있자, 이번에는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살짝 머리를 흔들더니, 다시 무표정하게 맞은편 벽을 응시했다.
“그만.”
볼드노트가 성난 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만.”
일순간 웃음소리가 싹 사라졌다.
“우리의 가장 유서깊은 마법사 가문들 중에 상당수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다.”
볼드모트가 말을 이었다. 벨라트릭스는 숨도 쉬지 못하고 애원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건강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쓸데없는 가지를 쳐내야만 하지 않겠느냐? 나머지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부는 잘라 버리도록 해라.”
“네, 주인님.”
벨라트릭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다시 감사의 눈물이 고였다.
“기회가 되는 대로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머잖아 기회가 올 것이다.”
볼드모트가 말했다.
“너희 집안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우리는 오직 진짜 순수한 혈통을 지닌 자만 남을
때까지 우리를 병들게 하는 암덩어리들을 계속해서 잘라 낼 것이다.....”
볼드모트는 루시우스 말포이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매달려서 천천히 돌고
있는 사람을 향해서 곧장 겨누더니, 살짝 흔들었다. 갑자기 그 사람이 신음소리와 함께 깨어나더니
보이지 않는 결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우리의 손님이 누군지 알아보겠느냐, 셀베루스?”
볼드모트가 물었다. 스네이프가 눈을 들어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마치
 호기심을 드러내도 좋다는 허락이라도 받은 듯이, 죽음을 먹는 자들 모두가 그 포로를 올려다
 보았다. 빙빙 돌고 있던 그 사람의 얼굴이 마침내 벽난로의 불빛을 향하게 되었을 때,
 잔뜩 겁에 질린 여자의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베루스! 날 좀 도와줘!”
“아,네.”
스네이프가 대답했다. 그 포로는 다시 천천히 돌아갔다.
“그리고 너, 드레이코는 어떠냐?”
볼드모트가 지팡이를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뱀의 콧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드레이코는 경련을 일으키듯이 마구 머리를 흔들었다. 그 여자가 깨어난 이후로,
드레이코는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는 저 여자의 수업을 듣진 않았겠지.”
볼드모트가 말을 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오늘 밤 이 자리에는 채러티 벌베이지가 함께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까지 호그와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
테이블 주위에서 이제 알겠다는 듯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어깨가 넓고 등이 구부정하고
 이빨이 뾰족한 한 여자가 쇳소리를 내며 떠들어 댔다.
“맞습니다..... 벌베이지 교수는 마녀와 마법사들의 자식들에게 머글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왔습니다..... 머글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입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 중 한명이 마룻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채러티 벌베이지의 얼굴이 다시
스네이프를 향해 돌아갔다.
“세베루스....제발....제발....”
“조용.”
볼드모트가 또다시 루시우스 말포이의 지팡이를 까딱 움직였다. 그러자 채러티가 재갈이라도 물린
 듯,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
“마법 세계 아이들의 정신을 타락시키고 오염시키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벌베이지 교수는
 지난주 <예언자 일보>에 잡종들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글까지 썻다. 그리고 마법 세계는 우리의
 지식과 마법을 훔친 이자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했지. 순수혈통의 감소야말로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하면서..... 이 여자는 우리 모두가 머글들과 짝짓기를 바럴 것이다.
혹은 분명이 늑대인간과도.....”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볼드모트의 목소리에서는 분노와 멸시를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세 번째로, 채러티 벌베이지의 얼굴이 스네이프를 향해 돌아갔다.그녀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쏟아지더니 머리카락 속으로 흘러내렸다. 스네이프는 감정이라곤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다시 돌아갔다.
“아바다 케다브라.”
초록색 불빛이 번쩍하더니 방 안 구석구석까지 환하게 비추었다. 채러티가 쿵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테이블이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몇몇 죽음을 먹는 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심지어 드레이코는 의자에서 마루로 굴러 떨어지기까지
 했다.
“저녁식사다. 내기니.”
볼드모트가 조용히 말했다. 커다란 뱀이 몸을 흔들며 그의 어깨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반들거리는 나무 테이블 위로 향했다.
제2장 추도문
해리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꼭 움켜쥐고 들릴 듯 말 듯 욕을 하면서,
 해리는 어깨로 침실문을 밀어젖혔다. 순간 와작하고 도자기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침실 문 앞 복도에 누군가 갖다 놓은 식은 찻잔을 밟아 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게 뭐.....?”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리벳가 4번지의 층계참에는 개미 새끼 한마리 얼씬대지 않았다.
여기에 찻잔을 갖다 놓는 건 아마 두들리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함정이었을
 것이다. 피가 흐르는 손을 높이 치켜든 채, 해리는 다른 한 손으로 부서진 찻잔 조각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침실문 안쪽에 바로 보이는, 이미 쓰레기가 꽉 찬 휴지통에 버렸다. 그런 다음----
 해리는 쿵쿵거리며 욕실로 가서 손가락을 수도꼭지 밑에 갖다 댔다.
마법을 쓸 수 없는 날이 아직도 나흘이나 남았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스럽고 한심하고 바보 같았다..... 하지만 어쨋든 손가락에 난 이 날카로운 상처가 그를 좌절시켰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리는 한 번도 상처 치료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이 그의 마법 교육에 있어서 심각한 결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당장 실행해야 할 계획들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했다. 나중에 헤르미온느에게 상처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해리는 커다란 휴지뭉치를 가져다가 쏟아진 차를 최대한 말끔하게 닦아 냈다. 그러곤 침실로 돌아가서 문을 쾅 닫아 버렸다.
해리는 학교 트렁크를 바닥까지 싹 비우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 6년전 처음 학교 트렁크를 싼 이후로 처음이었다. 매 학기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그저 가방에서 위에 있는 내용물의 4분의 3만 덜어내고, 나머지 온갖 잡동사니들은 그냥 바닥에 내버려 둔채, 새로 산 물건들을 다시 채워 넣곤 했던 것이다. 덕분에 트렁크 바닥에는 낡은 깃펜이니 바싹 마른 딱정벌레 눈알이니 더 이상 맞지 않는 양말 한 짝 등이 굴러 다니고 있엇다. 방금 전에도 이 잡동사니 속에 손을 넣었다가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얼른 빼 보니,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이제 좀 더 조심스럽게 작업을 계속했다. 다시 트렁크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 바닥을 조심조심 더듬었다.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포터는 야비하다’란 글씨가 희미하게 교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옛날 배지와 금이 가고 망가진 스니코스코프, 그리고 R.A.B.라는 서명이 적힌 쪽지가 감추어져 있는 황금 로켓을 끄집어낸 끝에, 비로소 손에 상처를 입힌 날카로운 물건을 찾아낼 수 잇었다. 해리는 한눈에 그 물건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5센티미터 길이의 유리 조각으로, 세상을 떠난 대부 시리우스가 준 마법 거울이었다. 해리는 그것을 옆에 내려놓은 다음, 또 다른 파편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트렁크 안을 뒤졌지만, 대부의 마지막 선물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잘게 부서진 유리 가루만이 제일 바닥에 깔린 잡동사니들에 달라붙어 모래알처럼 반짝거렸다.
해리는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손가락에 상처를 입힌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살펴보았다. 거울 표면에는 자신의 밝은 초록색 눈동자만이 반사되어 보일 뿐이었다. 해리는 그날 아침에 받아서 읽지도 않은 채 침대에 던져 놓은 <예언자 일보>위에 거울 조각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트렁크 바닥에 남은 나머지 잡동사니들을 향해 맹렬하게 덤벼듦으로써, 깨어진 거울의 발견이 불러일으킨, 애타는 그리움과 쓰라린 후회와 가슴 아픈 기억들의 갑작스런 홍수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썻다.
쓸모없는 물건들은 버리고, 앞으로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따로 구별하면서 트렁크를 완전히 비우는 데에는 다시 한 시간이 더 걸렷다. 교복과 퀴디치 운동복, 냄비, 양피지, 깃펜, 그리고 교과서 대부분은 두고 가기 위해서 한쪽 구석에 쌓아 놓았다. 해리는 과연 이모와 이모부가 이 물건들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아마 무슨 끔찍한 범죄의 증거라도 되는 양, 한밤중에 몰래 태워 버릴 것이다. 머글 옷과 투명망토, 마법약 제조도구, 몇권의 책, 해그리드가 예전에 준 사진첩, 편지 뭉치, 그리고 지팡이는 낡은 배낭속에 다시 넣었다. 배낭 앞주머니에는 호그와트 비밀지도와 R.A.B.서명이 있는 쪽지가 담긴 로켓을 넣었다. 이 목걸이는 이 자리에 들어가는 명예를 누릴만한 가치가 있엇다. 실제로 값나가는 물건이라서가 아니라(사실 일반적인 의미로 보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치른 대가가 컸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눈처럼 하얀 부엉이 헤드위그와 나란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신문 더미 뿐이었다. 올여름 프리벳가에서 지내는 동안 하루에 한 장씩 배달된 것이었다.
해리는 마루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신문을 뒤적거리면서 한 장 한 장씩 쓰레기 더미위로 던져도 헤드위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이 들었거나 혹은 잠든 척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요즘 새장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간을 제한 했기 때문에, 헤드위그는 화가 나 있었다.
신문 더미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자 해리는 차츰 속력을 늦추었다. 그리고 여름을 보내러 프리벳가로 돌아온 직후에 배달되었던 신문을 찾아보았다. 그가 기억하기론, 그 신문의 1면에는 호그와트의 머글 연구 과목 선생인 채러티 벌베이지의 사임에 관한 짤막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마침내 그 신문을 발견하자 해리는 10면을 펼쳐들고 책상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찾던 기사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알버스 덤블도어를 기억하며
-엘피아스 도지
알버스 덤블도어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열한 살때였다. 그날은 우리가 호그와트에 입학한 첫날이었다. 그와 내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 우리 둘다 자신이 왕따라고 느꼇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교에 들어오기 직전 드래곤 수두에 걸렸고, 전염성이 없어진 후에도 곰보자국이나 푸르스름한 얼굴색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를 꺼렸다. 한편 알버스는 원치 않는 악명을 짊어지고 호그와트에 들어왔다. 불과 1년 전에 그의 아버지 퍼시발이 세 명의 어린 머글들에게 잔인하고 널리 알려진 공격을 가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알버스는 절대로 자기 아버지(결국 아즈카반에서 세상을 떠났다)가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그에게 물어보았을때, 알버스는 아버지가 죄를 지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 비극적 사건에 대해서 그 이상 언급하는 것은 거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햇지만 말이다. 사실 어떤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행동을 높이 칭송했고, 알버스 역시 반 머글주의자일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오해였다. 알버스를 알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언하듯이, 그는 반 머글적인 성향을 눈곱만큼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반대로 머글들의 권리에 대한 확고한 지지때문에 그 후로 수년 동안 많은 적들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나자, 알버스의 아버지의 명성은 아들의 유명세에 가려 빛을 잃기 시작했다. 1학년을 마칠 무렵에는, 그는 결코 반 머글주의자의 아들이 아니라 오직 호그와트 학교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학생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우리 중에서 그의 친구가 되는 특권을 누린 학생들은, 그가 항상 기꺼이 베풀어 주는 도움과 격려는 말할 것도 없고, 모범적인 그의 행동으로 인해서 많은 덕을 보았다. 나중에 알버스는, 이미 그 시절부터 남을 가르치는 일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꼇다고 나에게 고백했다.
그는 학교에서 주는 상을 모두 휩쓰는데 그치지 않고, 곧 당대에 가장 유명한 마법사들과 정기적으로 서신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중에서 유명한 연금술사인 니콜라스 플라멜과 저명한 역사학자인 바틸다 백셧, 그리고 마법 이론가인 아달버트 와플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그가 쓴 여러 논문들은 <오늘날의 변신술>,<마법의 난제들>,<실용 마법약>등의 학술 잡지에 실렸다. 덤블도어의 장래는 별처럼 창창해 보였다. 문제는 오직 그가 언제 마법부의 장관이 되느냐 하는 것 뿐이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그가 장관이 될 때가 되었다는 말이 종종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알버스는 단 한 번도 장관 자리에 대한 야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우리가 호그와트 생활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었을때, 알버스의 동생인 애버포스가 입학했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달랐다. 애버포스는 결코 학구적이지 않았고, 알버스와는 달리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결투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기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추측하듯이, 두 형제가 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토록 서로 다른 두 소년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사이좋게 지냈다. 사실 애버포스 입장에서 말하자면, 알버스의 그늘 밑에서 사는 것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항상 알버스 보다 뒤쳐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친구가 되는 데 꼭 뒤따르는 위험요소였으니, 동생이라고 해서 더 유쾌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알버스와 내가 호그와트를 졸업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당시 전통이었던 세계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계획했다. 각자 서로 다른 길로 들어서기 전에,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을 만나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이 우리를 방해했다.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 밤에, 알버스의 어머니인 켄드라가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 알버스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생계를 이어갈 유일한 책임자가 되었다. 나는 여행을 연기하고 켄드라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조의를 표했다. 그런 다음 혼자서 외로운 여행길에 올랐다. 돌봐야 할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 그리고 얼마 안 되는 금화를 물려받은 알버스는 더 이상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교류가 뜸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어쩌면 눈치없게도, 알버스에게 여행 중에 본 놀라운 일들에 대해 자세히 써서 보냈다.그리스에서 키메라들을 만나 간신히 도망친 이야기며 이집트 연금술사들이 하는 각종 실험에 대해서까지 말이다. 반면 알버스의 편지에는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분명 그토록 명석한 마법사에게는 짜증이 날 정도로 지루한 하루하루였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이 끝날 무렵, 나만의 여행에 푹 빠져 있던 내게 너무나 끔직한 소식이 전해졌다. 덤블도어에게 또 다른 비극이 닥쳐온 것이다. 바로 그의 여동생인 아리애나의 죽음이었다.
비록 아리애나가 오랫동안 건강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어머니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어 잇달아 찾아온 불행은 두 형제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알버스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모든 사람들-나도 그 운 좋은 사람들 중 하나인데-은 아리애나의 죽음과 그에 대해 알버스가 느끼는 개인적인 죄책감(물론 그의 잘못은 전혀 아니지만)이 그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고국으로 돌아온 나는 일찍부터 어른들의 고통을 경험한 한 젊은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알버스는 전보다 훨씬 말수도 줄고 더 어두워져 있었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한것은, 아리애나의 죽음이 알버스와 애버포스의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어 주기는 커녕 서로 더 소원해지게 했다는 사실이었다(얼마 지나자 소원함은 사라졌다. 몇 년후에 그들은 비록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분명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관계가 되었다.). 알버스는 그때부터 부모님이나 아리애나에 대해서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친구들도 그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계속된 업적에 대해 쓰려면 깃펜이 몇 개는 더 필요할 것이다. 그가 위즌가모트의 의장으로 있는 동안 남긴 수많은 판례들에서 보여 준 지혜는 물론이고, 용의 피를 사용하는 열두 가지 방법의 발견을 비롯하여 마법 학계에 기여한 헤아릴수 없이 많은 공헌들은 다음 세대에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1945년에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가 벌였던 마법 대결을 능가할 만한 시합은 없다고 말한다. 이 대결을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은, 이 비범한 마법사 두 사람이 결투를 벌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두려움과 경외에 대해 쓰곤 했다. 덤블도어의 승리와 그에 따라 마법 세계에 나타난 여러가지 결과들은 마법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것은 국제 비밀 법령의 도입이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의 몰락에 필적할 만한 것이었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결코 자만하거나 허영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서든지, 아무리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해도, 장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일찍 가족을 잃은 경험이 그에게 위대한 인류애와 세상 사람들에 대한 이해심을 키워 주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와 나누었던 우정을 그리워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상실은 마법사 세계가 잃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역대 호그와트 교장들 중에서 덤블도어야말로 가장 커다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장 커다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란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평생 살아온 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던 그날에 드래곤 수두에 걸린 어린 소년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던 그 모습 그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언제나 더 커다란 선을 위해 노력하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해리는 신문을 다 읽은 후에도 멍하니 추모기사 옆에 실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낯익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신문에 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해리를 꿰뜷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슬픔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그의 마음을.
해리는 평소 덤블도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추모기사를 읽고 나니,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해리는 덤블도어 역시 어린 시절이나 청년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상상을 단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 웬지 덤블도어는 해리가 알았던 그 모습 그대로, 머리가 하얗게 센 기품 있는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났을 것 같았다. 십대 시절의 덤블도어를 상상하는 것은 멍청한 헤르미온느나 온순한 폭탄 꼬리 스크루트를 상상하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이상했다.
해리는 한 번도 덤블도어에게 과거를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틀림없이 기분이 어색했을 것이고, 심지어 무례하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그린델왈드와 전설적인 대결을 펼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는데도, 해리는 덤블도어에게 그 대결이 과연 어떠했는지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덤블도어의 다른 유명한 업적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어제나 해리의 과거, 해리의 미래, 해리의 계획.... 해리, 해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자신의 장래가 아무리 커다란 위험에 처해 있고 불확실하다 해도, 덤블도어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걸 묻지 못한 것은 참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쳐 버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가 덤블도어에게 딱 한 번 개인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웬지 덤블도어가 솔직히 대답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딱 한 가지 질문이기도 했다.
“교수님은 이 거울을 보면 뭐가 보이나요?”
“나? 두꺼운 양모 양말 한 켤레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지.”
몇 분 동안의 생각에서 깨어난 해리는 <예언자 일보>에서 추모 기사를 오려 내어 조심스럽게 접었다. 그리고 <실용 방어마법과 사용법>의 초판본 안에 끼워 넣었다. 그런 다음 남은 신문들을 버릴 쓰레기 더미에 던져 넣고 방 안을 향해 돌아섰다. 방은 훨씬 더 말끔해 보였다. 남아 있는 것은 침대에 얌전히 놓여 있는 오늘 날짜 <예언자 일보>와 그 위에 놓인 깨진 거울뿐이었다.
해리는 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거울 조각을 밀쳐놓고 신문을 펼쳐 들었다. 오늘 아침 일찍 우편 배달 부엉이게게 돌돌말린 신문을 받았을때, 머리기사만 대충 흟어보고 볼드모트에 대한 기사가 한 줄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한쪽으로 밀쳐 두었던 것이다. 해리는 마법부가 <예언자 일보>에 볼드모트의 기사를 싣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 했다. 그러므로 이제야 아침에 보지 못하고 놓쳤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1면 하단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덤블도어의 사진위로 작은 표제가 실려 있었다.
덤블도어-드디어 진실이 밝혀질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당대에 가장 위대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던 불완전한 천재의 충격적인 이야기, 다음 주에 전격공개. 리타 스키터는 은빛 수염을 기른 온화한 현자라는 덤블도어의 대중적 이미지를 걷어 내고,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방탕했던 젊은 시절, 평생에 걸친 불화 그리고 무덤까지 가지고 간 추악한 비밀들을 낱낱이 밝혀낸다. 왜 그는 마법부의 장관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단지 평범한 교장으로 남아야만 했는가? 불사조 기사단이라고 알려진 비밀 조직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덤블도어는 실제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가?
이와 같은 의문들과 그 밖의 여러 의문들에 대한 대답이 새로 출간되는 충격적 전기,<알버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말>(리타 스키터 지음)에서 명쾌하게 밝혀진다. 관련기사 베티 브레이스웨이트의 독점 인터뷰, 13면에 계속
해리는 신문을 펼쳐서 13면을 찾아보았다. 또 다른 낯익은 얼굴이 실린 사진 한 장이 그 지면의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었다. 정성 들여 구불구불하게 손질한 금발에 보석 박힌 안경을 쓴 여자가 이빨을 다 드러내며 분명 제 딴에는 애교있는 미소라고 여겼을 표정을 짓고 있엇다. 그리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해리는 최대한 이 구역질나는 모습을 무시하려고 애를 쓰며, 기사를 읽어내려 갔다.
개인적으로 만난 리타 스키터는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글이 주는 인상보다는 훨씬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아늑한 자택의 현관 복도에서 나를 반갑게 맞은 그녀는 곧장 나를 부엌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따뜻한 차와 파운드케이크 한조각을 내놓았다.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가십을 한 보따리 풀어 놓는 것도 잊지않았다.
“물론 덤블도어는 전기 작가들의 꿈이죠.”
스키터가 말했다.
“그토록 갖가지 사건으로 가득 찬 긴 생애를 살았으니까요. 분명히 제 책을 시작으로 해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분명 스키터는 출발이 빨랐다. 9백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전기는 지난 6월에 덤블도어가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맞이한 뒤로 불과 4주만에 완성된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이토록 초특급으로 일을 해닐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오, 당신도 저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해 왔으니, 마감일에 맞추어 기사를 쓰는 것이 제2의 천성처럼 몸에 배었을 거예요. 저는 마법 세계 전체가 이 사건의 전모를 간절히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그 요구를 충족시켜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나는 위즌가모트의 특별고문이자 알버스 덤블도어의 오랜 친구인 엘피아스 도지의 널리 알려진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스키터의 책은 개구리 초콜릿 카드만큼의 진실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스키터는 고개를 젖히고 큰 소리로 웃었다.
“오, 깜찍한 노인네! 몇 년 전인가 인어들의 권리에 대해서 그와 인텨뷰를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 가엾어라. 완전 노망난 사람 같았어요. 우리가 원더미어 호수(잉글랜드 북서부에 있는 잉글랜드 최대호수:역주)바닥에라도 앉아 있는 줄 아는지 계속해서 저더러 송어(‘trout'에는 ’송어‘와 ’짜증나는 여자‘라는 뜻이 있음:역주)를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녀의 책이 부정확하다는 엘피아스 도지의 비난은 여기저기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스키터는 불과 4주라는 짧은 시간이 덤블도어의 길고 비범한 생애를 완전히 그려 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이, 참”
스키터는 내 손마디를 다정하게 살짝 내려치며 활짝 미소지었다.
“겔레온 한 보따리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지 당신도 나만큼이나 잘 알잖아요. ‘안 되요’란 말을 막는데 특효약이죠. 게다가 예리하고 훌륭한 속기 깃펜도 있고요! 어쨋든 덤블도어에 대한 험담을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니까요. 당신도 알겠지만 세상 사람들 전부 덤블도어를 그렇게 대단하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사람들의 심기도 엄청나게 많이 건드렷죠. 늙고 교활한 도지도 그 높은 히포그리프에서 떨어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자들이 기꺼이 자기 지팡이와도 맞바꿀 그런 소식통과 제가 만났거든요. 그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었는데, 덤블도어가 가장 난폭하고 소란스런 젊은 시절을 보낸 때 그와 아주 가까이 지냈답니다.”
스키터의 전기에 대한 사전 광고를 보면, 덤블도어가 흠 없는 삶을 살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음을 분명히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키터가 밝혀낸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무었이었을까?
“오우, 베티, 괜한 소리 말아요. 사람들이 책을 사기도 전에 나더러 제일 흥미로운 대목을 다 말해 버리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스키터는 깔깔 웃었다.
“하지만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어요. 아직도 덤블도어가 그의 흰 수염처럼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이 번쩍날 거에요! 덤블도어가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덤블도어 자신이 젊은 시절에 어둠의 마법에 손을 댄 적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걸요?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그토록 관용을 호소해 온 마법사가 젊은 시절에는 전혀 너그럽지 못했다는 사심도! 그래요, 알버스 덤블도어는 수상한 집안내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극히 어두운 과거를 지녔어요. 그리고 그걸 감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죠.”
나는 스키터에게 덤블도어의 동생인 애버포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잇는지 물었다. 15년전 그가 부적절한 마법 사용으로 위즌가모트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은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오, 애버포스는 그 더러운 똥구덩이의 일각일 뿐이죠.”
스키터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에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염소들이랑 빈둥대며 놀기 좋아하는 동생이라든가. 머글들을 병신으로 만든 아버지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그보다 훨씬 더 심한 거예요. 어쨋든 덤블도어는 두 사람 모두 조용히 덮어 둘 수는 없었죠. 양쪽 다 위즌가모트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흥미를 끈 쪽은 오히려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었어요. 그래서 약간 파헤쳐 본 결과, 엄청난 범죄의 온상을 발견했죠.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9장에서 부터 12장에 걸쳐 읽으시게 될거에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덤블도어가 어쩌다가 코를 부러뜨리게 되엇는지에 대해서 절대 말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다는 겁니다.”
집안의 비밀은 그렇다고 해도, 스키터는 수많은 마법의 발견을 이룬 덤블도어의 명석함까지 부인할 것인가?
“머리는 좀 있는 사람이었죠.”
스키터가 인정했다.
“비록 요즘 들어 과연 그가 이룩했다고 주장하는 모든 업적들이 전적으로 그의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는 하지말 말이죠. 제가 이책의 16장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아이버 딜론스바이는 덤블도어가 그의 논문을 ‘표절’했을 때, 자신은 이미 용의 피를 사용하는 여덟가지 방법을 발견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래도 덤블도어의 어떤 업적들은 그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린델왈드를 패배시킨 그 유명한 사건은 어떤가?
“오, 드디어 그리델왈드 이야기를 꺼내 줘서 기쁘군요.”
스키터가 감질나게 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덤블도어의 그 요란한 승리를 순진하게 바라 보았던 사람들은 폭탄선언을 듣게 될 거예요. 어쩌면 그것도 똥 폭탄을 말이죠. 참으로 더러운 일이죠.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전설적인 엄청난 대결이 진짜 있었다고 너무 확신하지 말라는 겁니다. 제 책을 읽고 나면, 사람들은 결국 그린델왈드가 지팡이 끝에 마법으로 불러낸 하얀 손수건을 달고 조용히 걸어 나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겁니다.”
스키터는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대신 우리는 틀림없이 다른 무엇보다도 더욱 그녀의 독자들을 매혹시킬 인간관계로 화제를 돌렸다.
“오, 그래요.”
스키터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이 책의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포터와 덤블도어의 관계를 밝히는 데 할애했어요. 사실 그것은 대단히 불건전하고 심지어 사악한 관계로 알려져 왔지요. 독자 여러분이 그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원한다면, 역시 제 책을 사 보셔야 할 거예요. 하지만 덤블도어가 처음부터 포터에 대해 비정상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과연 그것이 그 소년에게 정말 이익이 되는 일이었는지는, 글쎄요, 두고 봐야겠지요. 포터가 누구보다도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니까요.”
나는 스키터에게 아직도 해리와 연락이 되느냐고 물었다. 작년에 스키터는 해리와의 인터뷰로 명성을 날렸다. 그 획기적인 인터뷰에서 포터는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독점 공개한 바 있다.
“오, 그럼요. 우리는 꽤 긴밀한 유대를 맺어 왔거든요.”
스키터가 말했다.
“가엾은 포터에겐 진정한 친구가 거의 없어요. 게다가 우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인 트리위저드 시합 때 만났잖아요. 저는 아마 해리 포터의 참모습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살아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일 거예요.”
그 말은 자연스럽게 덤블도어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싸고 아직도 떠돌고 있는 수많은 소문들로 이어졌다. 스키터는 덤블도어가 죽을 때 그 자리에 포터가 있었다고 믿고 있는가?
“글쎄요. 너무 많은 이야기는 해 드릴 수가 없네요. 모두 다 제 책에 적혀 있어요. 하지만 호그와트 성의 내부 목격자들은 덤블도어가 쓰러졌는지 누군가 덮쳤는지, 아니면 떠밀렸는지 어쨋든 그런 직후에, 해리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걸 보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포터는 세베루스 스네이프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했지요. 해리가 원한을 품은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이죠. 과연 모든 게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 일까요? 그거야 마법사 사회에서 결정할 일이죠. 일단 제 책을 읽어 본 다음에 말이죠.”
이 흥미로운 발언을 끝으로, 나는 스키터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스키터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될 책을 쓴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덤블도어의 수많은 추종자들은 머잖아 자기네 영웅에 대해서 어떤 사실이 드러날 것인지 두려움에 떨 것이다.
해리는 기사를 마지막 줄까지 다 읽은 후에도 여전히 멍하니 신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역겨움과 분노가 토할 듯이 밀려올라왔다. 해리는 신문을 돌돌 뭉쳐서 있는 힘껏 벽을 향해 던져 버렸다. 신문 뭉치는 이미 넘쳐 나는 쓰레기통 근처에 쌓아 놓은 폐품 더미 위로 떨어졌다.
해리는 무턱대고 방 안을 성큼성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괜히 텅 빈 서랍을 열어 보기도 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기도 하면서,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거의 의식이 없었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리타의 기사에 나온 구절들이 뒤죽박죽 떠오르며 자꾸만 맴돌았다.
저는 이 책의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포터와 덤블도어의 관계를 밝히는 데 할애했어요..... 사실 그것은 대단히 불건전하고 심지어 사악한 관계로 알려져 왓지요.....덤블도어 자신이 젊은 시절에 어둠의 마법에 손을 댄 적이 있어요.....대부분의 기자들이 기꺼이 자기 지팡이와도 맞바꿀 그런 소식통과 제가 만났거든요.....
“거짓말이야!”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창문 너머로 잔디 깍는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려고 멈춰 서 있던 이웃집 사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해리는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 바람에 깨어진 거울이 춤추듯 흔들렸다. 해리는 거울을 집어 들고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돌렸다. 덤블도어와, 리타 스키터가 그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해서 꾸며 낸 거짓말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순간 아주 밝은 푸른색이 번쩍했다. 해리는 그 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못했다. 이미 베인 손가락이 다시 거울의 깔쭉깔쭉한 가장자리 위로 미끄러졌다. 헛것을 본 것이다.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해리는 어깨 너머로 힐끗 뒤를 돌아 보았다. 하지만 벽은 페투니아 이모가 고른 그 끔찍한 복숭아 색 그대로였다. 거울에 비칠만한 푸른색이 나는 것은 전혀 없었다. 해리는 다시 거울 조각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의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만이 빤히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헛것을 본 것이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돌아가신 교장선생님에 대해서 줄곧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상상을 한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것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빛나는 푸른 눈이 두 번 다시 해리를 꿰뜷듯이 바라보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제3장 떠나는 더즐리 가족
쾅!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계단 위까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너!”
지난 16년 동안 항상 이런 식으로 불려 왔기 때문에, 해리는 이모부가 누구를 부르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해리는 즉시 대답하지 않고, 순간 덤블도어의 눈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울 조각을 여전히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곧이어 이모부가 “이 녀석아!”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해리는 비로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깨진 거울 조각을 배낭에 집어넣었다. 배낭 안에는 그가 가지고 갈 온갖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거냐!”
해리가 계단 꼭대기에 모습을 나타내자, 버논 더즐리가 호통을 쳤다.
“당장 이리 내려와라! 할 말이 있다.”
해리는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채, 어슬렁어슬렁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로 들어서자, 더즐리 가족 세 명이 다 모여 있었다. 그들은 여행을 떠나는 옷차림이었다. 버논 이모부는 엷은 황갈색의 지퍼 달린 재킷을 입고, 페투니아 이모는 깔끔한 살구 빛 코트를 입고 있었다. 금발에 덩치 크고 근육질인 사촌 두들리는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네?”
해리가 물었다.
“앉아!”
버논 이모부가 명령했다. 그러자 해리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여기 좀 앉으려무나.”
버논 이모부가 부드럽게 어조를 바꾸었다. 하지만 그 말이 가시가 되어 목에 걸린듯 살짝 인상을 지푸렸다.
해리는 앉았다.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알 것 같았다. 이모부는 거실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리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마침내 너무 생각에 골똘한 나머지 불그죽죽한 그의 커다란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질 지경이 되었을때, 버논 이모부는 해리 앞에 딱 멈춰 서더니 말했다.
“마음을 바꿨다.”
“그거 놀라운 일이군요.”
해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란.....”
페투니아 이모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으려고 하는 순간, 버논 더즐리가 손을 흔들며 가로막았다.
“이건 전부 허튼수작이야.”
버논 이모부가 돼지 같은 작은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난 그 말을 한마디도 안 믿기로 결심했다. 우린 계속 이집에 있을 게다. 어디에도 가지 않겠단 말이다!”
해리는 이모부를 올려다보았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버논 더즐리는 지난 4주 동안 날마다 마음이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바뀔 때마다 차에 짐을 쌌다가 풀었다가 다시 싸곤 했다. 그러는 동안 해리가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지난번 짐을 풀었을 때 두들리가 상자 속에 아령들을 넣어 둔 것을 모르고 버논 이모부가 상자를 번쩍 들어 차 트렁크에 넣으려고 하다가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더불어 욕설을 퍼부으며 털썩 주저앉았을 때였다.
“네 말은 그러니까.....”
버논 더즐리가 다시 거실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 그러니가 페투니아와 두들리 그리고 내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거지? 그, 그.....”
“저랑 같은 ‘패거리’중 어떤 놈들 때문에 말이죠. 맞아요.”
해리가 말을 받았다.
“어쨌든 난 못 믿겠다.”
버논 이모부가 말을 되풀이하며 다시 해리 앞에와서 딱 멈춰섰다.
“밤을 반쯤 세우다시피 하며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집을 차지하려는 음모인 것 같다.”
“집이요?”
해리가 되물었다.
“무슨 집이요?”
“바로 이 집 말이다!”
바논 이모부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꽥 소리를 질렀다.
“우리 집! 이 동네 집값이 천정부지도 뛰고 있단 말이다! 네 놈이 우리를 방해가 되지 않게 내몬 다음, 무슨 수리수리 마술을 부려서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집문서를 네녀석 이름으로 해 놓으려고 하는거지!”
“지금 제정신이세요?”
해리가 물었다.
“이 집을 차지하려는 음모라고요? 정말 그렇게 생긴 것 만큼이나 멍청하신 건가요?”
“이 녀석이 감히!”
페투니아 이모가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또다시 버논 이모부가 손을 흔들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자신의 생김새에 대한 조롱 따위는 자기가 발견한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모부가 잊고 계실까 봐 하는 말인데요, 저에게는 이미 집이 한 채 있어요. 제 대부가 저에게 물려주셧다고요. 그런데 제가 왜 이집을 원하겠어요? 무슨 행복한 추억이라도 있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이모부가 자기 말에 다소 납득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네 주장은 그 경인지 뭔지 하는 것이.....”
버논 이모부가 다시 서성거리며 말했다.
“볼드모트라니까요.”
해리가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벌서 그 이야기를 백 번쯤 했잖아요. 이건 제 주장이 아니라, 진짜 사실이에요. 작년에 덤블도어 교수님도 이모부에게 말했잖아요. 킹슬리와 위즐리 아저씨도.....”
이 이름을 듣자, 버논 더즐리는 성난 듯이 어깨를 움츠렷다.
해리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며칠 지났을 무렵에, 두 명의 어른 마법사가 불시에 방문했던 불쾌한 기억을 밀쳐 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더즐리 가족에게 킹슬리 샤클볼트와 아서 위즐리가 현관문 앞에 느닷없이 출현한 것은 참으로 불쾌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위즐리 씨가 예전에 거실의 절반을 날려 버린 적이 있으니, 버논 이모부가 그의 재출현을 기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킹슬리와 위즐리 아저씨도 모든 걸 설명해 주셧잖아요.”
해리는 가차 없이 몰아붙였다.
“제가 열일곱살이 되면,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던 보호 마법이 풀리게 되고 저뿐만 아니라 이모부네 가족도 위험에 노출된다고요. 기사단에서는 볼드모트가 틀림없이 이모부를 노릴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이모부를 고문해서 제가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하거나, 혹은 이모부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 제가 이모부를 구하기 위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버논 이모부와 해리의 눈이 마주쳤다. 해리는 이 순간 두사람 모두 똑같은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버논 이모부가 다시 서성거렸고, 해리는 말을 이었다.
“이모부네 가족은 은신처로 가야만 해요. 기사단은 돕고 싶어해요. 이모부네 가족은 철저한 보호를 받게 될 거예요. 최고의 보호를 말이죠.”
버논 이모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기만 했다. 밖에서는 태양이 쥐똥나무 산울타리 위로 낮게 걸려 있었다. 이웃집 잔디 깍는 기계도 다시 멈추었다.
“마법부라는 것이 있는 줄 아는데?”
버논 더즐리가 불쑥 물었다.
“있어요.”
해리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마법부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거지? 내가 보기에는, 요주의 인물을 받아 준것 이외에는 아무런 죄가 없는 무고한 희생자들로서, 우리야말로 정부의 보호를 요청할 만한 자격이 되지않나!”
해리가 큰 소리로 웃었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경멸하고 불신하는 마법 세계 내에서조차 어쨌든 정부기관에 매달리고 싶어 하는 태도가 너무나 버논 이모부다웠기 때문이었다.
“위즐리 아저씨와 킹슬리가 하는 말을 이모부도 들었잖아요.”
해리가 대답했다.
“저희 생각에는 마법부에 저쪽 세력이 침투한 것 같아요.”
버논 이모부는 벽난로 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검고 무성한 콧수염이 흩날릴 정도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은 머리를 쥐어짜느라 여전히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좋다.”
이모부가 다시 해리 앞에 우뚝 서서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논의를 위해서 일단 우리가 이 보호를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런데 왜 우리 가족이 그 킹슬리인지 뭔지 하는 놈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구나.”
해리는 가가스로 눈알을 굴리지 않고 참았으나, 무척 힘들었다. 이 문제 역시 이미 대여섯번쯤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해리는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킹슬리는 머글..... 그러니까 당신들의 수상님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이죠”
“바로 그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최고란 말 아니냐!”
버논 이모부가 꺼진 텔레비젼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더즐리 가족은 머글 수상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는 킹슬리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았던 것이다. 이 사실과 더불어 킹슬리의 느리고 낮은 목소리가 웬지 신뢰감을 준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머글처럼 옷 입는 요령을 완전히 터득했다는 것 때문에 더즐리 가족은 그를 여느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물론 그들은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킹슬리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쨋든 그는 다른 일을 맡았어요.”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헤스티아 존스와 데달루스 디글이 그런 일에는 훨씬 더 적.....”
“혹시 우리가 그자들 이력서라도 본다면 모를까.....”
버논 이모부가 다시 불평을 시작했다. 순간 해리는 참을성을 잃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모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차량 충돌이니 폭파니 열차 탈선이니,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뉴스를 본 이후로 또 무슨 사고가 일어났는지는 모르겟지만 어쨋든 이런 모든 사고들이 그냥 단순한 사고가 아니란 말이에요! 사람들이 계속 사라지거나 죽고 있어요. 그리고 배후에는 그자가 있다고요. 바로 볼드모트요! 제가 벌써 몇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그자는 재미 삼아 머글들을 죽인단 말이에요. 심지어 안개도 디멘터들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디멘터가 뭔지 기억이 안 나신다면, 어디 당신 아드님께 물어보시고요!”
두들리가 발작을 일으키듯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부모님과 해리가 빤히 보고 있는 가운데, 천천히 손을 내리고 물었다.
“그..... 그런 것들이 더 있단 말이야?”
“더 있느냐고?”
해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를 공격한 그 두 놈 말고 더 있느냔 뜻이야? 당연히 더 있고말고 수백 명, 아니 지금쯤은 수천명이 더 될 거야. 그놈들은 공포와 절망을 먹고 사니까....”
“알았다. 알았어.”
버논 더즐리가 호통을 쳤다.
“네 말은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제발 그러셨으면 좋겠군요. 제가 일단 열일곱살이 되면, 그놈들, 그러니까 죽음을 먹는 자들과 디멘터들, 어쩌면 인페리우스들까지, 인페리우스가 뭐냐 하면요, 놈들은 어둠의 마법사에 의해서 마법에 걸린 송장들인데요, 그들 모두가 이모부 가족을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고, 분명히 공격을 할 테니까요. 지난번에 마법사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려 하셧다가 어떤 일이 있엇는지 기억하신다면, 이모부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 하시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해그리드가 나무 현관문을 때려 부수던 요란한 소리가 오랜 시간의 간격을 건너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페투니아 이모는 버논 이모부만 바라보고 있었고, 두들리는 해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버논 이모부가 불쑥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내 직장은 어떻게 한단 말이냐? 두들리의 학교는 또 어떻게 하고? 물론 떠돌이 마법사 놈들이야 그런 문제에 신경도 안쓰겠지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시겠어요?”
해리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그자들은 제 부모님에게 그랬듯이, 이모부네 가족도 고문하고 죽일 거라고요!”
“아빠!”
갑자기 두들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빠, 전 기사단 사람들이랑 갈래요.”
“두둘리, 네 평생 처음으로 지각있는 말을 하는구나.”
해리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는 드디어 이 싸움에서 이겼다는 걸 알았다. 두들리가 겁에 질려서 기사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면, 그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갈 것이다. 그들의 귀염둥이 자식과 헤어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해리는 벽난로 선반 위에 놓인 여행용 휴대시계를 힐끗 보았다.
“5분 후면 기사단 사람들이 도착할 거예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가 방을 떠날 때까지 더즐리 식구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사촌과 헤어진다는 것은-그것도 어쩌면 영원히-그로서는 무척 즐겁게 여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도대체 16년 동안이나 지독히 싫어했던 사람들이 헤어지는 순간에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자기 방으로 돌아간 해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배낭 안을 뒤적였다. 그런 다음 헤드위그의 새장 창살 사이로 부엉이 먹이용 나무 열매 두 알을 집어넣어 주었다. 나무 열매는 새장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헤드위그는 모르는 척했다.
“우린 곧 떠날거야. 이제 곧 말이야.”
해리가 헤드위그를 달랬다.
“그럼 넌 다시 날아다닌 수 있어.”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해리는 잠깐 망설이다가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헤스티아와 데달루스에게 더즐리 가족을 직접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해리 포터!”
해리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엷은 자주색 중산모를 쓴 자그마한 남자가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변함없이 영광일세!”
“고맙습니다. 데달루스.”
해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검은 머리의 헤스티아를 향해서 쑥스러운 듯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다.
“이런 수고를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 이모와 이모부, 사촌은 여기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해리 포터의 친척 여러분!”
데달루스는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면서 유쾌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더즐리 가족은 이런 인사를 받는 것이 전혀 유쾌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해리는 혹시 또다시 마음이 바뀌는게 아닐가 걱정했다. 두들리는 마녀와 마법사를 보더니 엄마곁으로 바싹 몸을 숨겼다.
“벌써 짐도 다 싸 놓고 떠날 준비가 되셨군요! 아주 훌륭합니다! 해리가 벌서 말씀드렸듯이, 계획은 아주 간단합니다.”
데달루스가 양복 조끼에서 커다란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우리는 해리보다 먼저 떠날 것입니다. 이 집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해리가 아직 미성년자라서 까딱하면 마법부가 해리를 체포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자동차를 타고 16킬로미터 정도 간 다음에,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선정한 안전 지역으로 순간이동을 할 것입니다. 운전하는 법은 아시겠지요?”
데달루스가 버논 이모부에게 공손하게 물었다.
“뭐..... 뭘 아느냐고? 물론 운전하는 법이라면 끔찍하게 자알 알고 있소!”
버논 이모부가 침을 튀기며 대답했다.
“아주 똑똑하시군요. 정말 똑똑하십니다. 저라면 이 단추니 손잡이니 하는 것이 완전히 혼이 빠져 버릴 텐데요.”
데달루스가 칭찬을 늘어 놓았다. 제 딴에는 버논 더즐리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버논 이모부는 데달루스가 한마디 할 때마다 이 계획에 대해서 점점 신뢰를 잃어 가는 표정이 역력했다.
“운전도 못한다니.”
이모부가 들릴 듯 말 듯 낮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의 콧수염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다행이 데달루스도 헤스티아도 그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해리, 너는.”
데달루스가 말을 이었다.
“여기서 호위대가 올 때 까지 기다려. 계획에 약간 변화가 생겨서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죠?”
해리가 곧바로 물었다.
“매드아이가 이곳으로 와서 저랑 동반 순간이동 하는 줄 알았는데요.”
“그럴 수가 없게 됐어. 설명은 매드아이가 할 거야.”
해스티아가 딱 잘라 말했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서 있던 더즐리 가족은 갑자기 어디선가 “서둘러!” 하는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해리도 어리둥절해서 방 안을 둘러보다가, 뒤늦게 데달루스의 회중시계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우린 지금 아주 빡빡한 스케줄에 따러서 움직이고 있단 말이야.”
데달루스가 시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조끼에 넣엇다.
“해리, 우리는 너희 친척들이 순간이동을 하는 바로 그때, 너도 이 집을 떠나는 걸로 시간을 맞출 생각이야. 그러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은신처로 향하는 바로 그 순간, 보호 마법도 깨지는 거지.”
“그럼 모두 짐을 싸고 떠날 준비가 되었겠지요?”
더즐리 가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버논 이모부는 아직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불룩 튀어나온 데달루스의 조끼 호주머니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잠깐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 데달루스.”
헤스티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해리와 더즐리 가족이 애정 어린, 그리고 어쩌면 눈물 어린 작별 인사를 주고받는 자리에 두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은 눈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버논 이모부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딱 잘라 말했다.
“그래, 그럼 이걸로 작별이다, 애야.”
버논 이모부는 해리에게 악수를 청할 듯이 오른쪽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도저히 자신이 없는 듯이 그저 주먹을 꼭 쥐더니 메트로늄처럼 팔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디디, 준비됐지?”
페투니아 이모도 해리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괜히 부산스럽게 핸드백이 꼭 잠겼는지 확인하면서 두들리에게 물었다.
두들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살짝 벌린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해리는 웬지 거인 그롭이 떠올랐다.
“그럼, 어서 가자.”
버논 이모부가 재촉했다. 그리고 이모부가 벌서 거실 문 앞까지 다 갔을 때, 갑자기 두들리가 중얼거렸다.
“이해가 안가요.”
“뭐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니, 우리 아가?”
페투니아 이모가 아들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두들리가 커다란 햄 덩어리 같은 손을 들어서 해리를 가리켰다.
“왜 해리는 우리랑 같이 안 가죠?”
그러자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가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두들리를 쳐다보았다. 마치 두들리가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이라도 한 것 같았다.
“뭐라고?”
이모부가 버럭 소리를 질럿다.
“어째서 해리는 함께 가지 않는 거죠?”
두들리가 물었다.
“글세, 그..... 그건 해리가 원하지 않아서다.”
버논 이모부는 시선을 돌려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며 덧붙엿다.
“그러고 싶지 않지? 안그러냐?”
“전혀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거봐라. 자, 이제 가자, 어서 떠나야지.”
버논 이모부가 두들리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먼저 방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두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페투니아 이모도 머뭇머뭇 몇 발자국 움직이더니 역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번엔 또 뭐냐?”
버논 이모부가 문가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며 호통을 쳤다.
두들리는 마치 말로 표현하기에 너무 어려운 생각들과 씨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분 동안 고통스럽게 머릿속으로 씨름을 하던 두들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면 해리는 어디로 가는 거죠?”
페투니아 이모와 버논 이모부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두들리의 행동 때문에 분명 놀란 것 같았다. 그때 헤스티아 존스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그렇지만..... 물론 조카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계신 거죠?”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알고말고.”
번논 더즐리가 대답했다.
“당신네 패거리 중 누군가와 떠나는 거잖소, 안 그렇소? 두들리, 어서 차에 타거라, 저 사람 말 못 들었느냐? 서둘러야 한단 말이다.”
버논 더즐리는 또다시 현관문까지 걸어갓다. 하지만 두들리는 따라가지 않았다.
“우리 패거리 중 누군가와 떠나는 거라고요?”
헤스티아가 성난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전에도 이런 반응을 본 적이 있었다. 마녀들이나 마법사들은 해리의 살아 있는 가장 가까운 친척들이 그 유명한 해리 포터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해리가 헤스티아를 달랬다.
“솔직히 아무 상관 없어요.”
“상관이 없다고?”
헤스티아가 그의 말을 반복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험악하게 높아졌다.
“이 사람들은 네가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니? 네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도? 반 볼드모트 운동의 중심에서 네가 차지하고 있는 그 특별한 위치에 대해서도?”
“어..... 그게,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몰라요.”
해리가 대답했다.
“사실 저 사람들은 제가 그저 자리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전 그런 대접을 받는 데 익숙해서....”
“난 네가 자리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않아.”
만약 두들리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다면 해리는 그 사실을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촌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두들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게 확실한 한 가지 이유로, 두들리의 얼굴이 새빨갰던 것이다. 해리는 몹시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어....그래.....고마워, 두들리.”
또다시 두들리는 뭔가 좀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듯 하더니 입속말로 웅얼거렸다.
“넌 내 목숨을 구해 주었어.”
“꼭 그런 건 아니야”
“디멘터들이 노렸던 건 네 목숨이 아니라 영혼이었으니까”
해리는 새삼스런 눈길로 사촌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이번 여름이나 지난여름 동안, 거의 마주친 일이 없었다. 해리가 너무 잠깐 프리벳가에 돌아왔다가 떠난 데다, 항상 자기 방에 쳐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날 아침에 밟았던 식은 찻잔이 함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다소 감동을 받긴 했지만, 두들리가 마친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능력을 다 써 버린 듯 보이자 해리는 크게 안도 했다. 두들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한두번 입을 벙끗거리더니 얼굴만 빨개진 채,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때 페투니아 이모가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헤스티아 존스는 비로소 만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페투니아 이모가 앞으로 달려 나가더니 해리가 아니라 두들리를 껴안는 걸 보고 금세 다시 성난 얼굴이 되었다.
“차..... 착하기도 하지, 우리 아가.”
이모는 두들리의 거대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렸다.
“이..... 이렇게 사..... 사랑스러울 수가..... 고맙다는 마..... 말도 다 하고.....”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거든요!”
마침내 헤스티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단지 해리가 자리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말만 했어요!”
“맞아요, 하지만 두들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사랑해’란 말과 같은 거예요.”
해리가 말했다. 마치 방금 두들리가 불타는 건물에서 해리를 구해 내기라도 한 듯이 자기 아들을 꼭 붙잡고 있는 페투니아 이모의 모습을 보자, 해리는 짜증스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대체 갈 거야, 말 거야?”
버논 이모부가 또다시 거실 문 앞에 모습을 나타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정이 아주 빡빡한 줄 알았는데!”
“맞아요, 맞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넋을 놓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데달루스 디글이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
“이제 진짜로 떠나야겠군, 해리.....”
그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다가오더니 두 손으로 해리의 손을 감싸 쥐었다.
“행운을 빌겠어,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네. 모든 마법 세계의 희망이 자네의 어깨에 달려 있어.”
“오,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안녕, 해리. 항상 너를 생각할게.”
헤스티아도 해리의 손을 꼭 잡으며 인사했다.
“모든 일이 잘되길 빌어요.”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리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오, 우리는 틀림없이 결국에는 제일 좋은 친구 사이가 될텐데 뭐.”
디글이 유쾌하게 말하더니 모자를 흔들며 방을 나섰다. 헤스티아가 그 뒤를 따랐다.
두들리는 자신을 꼭 붙들고 있던 엄마를 살짝 떼어 놓더니 해리를 향해 걸어왔다. 해리는 마법으로 그를 위협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러야만 했다. 그때 두들리가 커다란 분홍색 손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이런 제기랄, 두들리.”
해리는 또다시 터져 나오는 페투니아 이모의 흐느낌을 무시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디멘터 놈들이 너에게 새로운 성격이라도 불어넣어 준거니?”
“나도 몰라.”
두들리가 웅얼거렸다.
“또 보자, 해리.”
“그래..... 어쩌면.”
해리는 두들리의 순을 잡고 흔들었다.
“몸조심해, 빅D"
두들리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듯 하더니, 쿵쿵거리며 방을 나가 버렸다. 해리는 자갈이 깔린 진입로를 걸어가는 그의 육중한 발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자동차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있던 페투니아 이모는 그 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해리와 단둘이 남아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았다. 이모는 눈물에 젖은 손소건을 황금히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더니 말했다.
“그럼..... 잘 가거라.”
그리고는 해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안녕히 가세요.”
해리가 인사를 했다.
이모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 동안 해리는 이모가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전전공공하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말을 할 듯이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살짝 젓더니 남편과 아들의 뒤를 쫒아서 부산스럽게 방을 나가 버렸다.
제4장 일곱 명의 포터
해리는 자기 방이 있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창가에 도착하자마자, 더즐리 가족의 자동차가 진입로를 막 벗어나서 도로로 올라서는 모습이 보였다. 뒷자석에 앉은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리 사이로 데달루스의 중산모가 보였다. 자동차가 프리벳가의 끝에서 우회전을 했다. 잠깐 동안 석양을 받아 자동차 유리창이 빨갛게 타오르는 듯하더니 자동차는 곧 사라졌다.
해리는 헤드위그가 든 새장과 파이어볼트, 배낭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말끔하게 정돈된 침실을 마지막으로 한 번 쭉 돌아보고는, 낑낑거리며 현관 복도까지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그는 계단 발치에 새장과 빗자루,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제 빠르게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 노을 속에 현관 복도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이 집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적막한 집에 혼자 서 있으려니,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이상했다. 오래전, 더즐리 가족이 자기들끼리만 즐기기 위해 외출을 나가고 혼자 집에 남게 되면, 그 고독한 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 귀하고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잠깐씩 냉장고에서 뭔가 맛있는 걸 살짝 꺼내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는 줄곧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서 두들리의 컴퓨터를 가지고 놀거나, 혹은 텔레비젼을 켜고 마음 내키는 대로 채널을 돌리곤 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이상하게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잃어버린 남동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심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한번 돌아보지 않을래?”
해리가 헤드위그에게 물었다. 헤드위그는 아직도 샐쭉해서 날개 밑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우린 여기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 모든 즐거웠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 현관 매트를 좀 봐. 어떤 기억이 있었나..... 내가 두들리를 디멘터한테서 구한 뒤에 그 녀석은 여기다 토했었지..... 알고 보니 그 녀석도 그 일을 고마워하고 있었어. 넌 그게 믿어지니?..... 지난 여름에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 현관문을 통해서 걸어 들어왔었는데.....
해리는 잠깐 동안 상념에 젖어 들었다. 하지만 헤드위그는 그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도와줄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계속 날개 밑에 머리를 파묻고 앉아 있었다. 해리는 현관문을 등지고 돌아섰다.
“그리고 여기 아래 좀 봐. 헤드위그”
해리는 계단 밑에 나 있는 벽장문을 당겨서 열었다.
“옛날에는 내가 여기서 잠을 잤는데! 그때 너는 나를 전혀 몰랐지. 아이고, 참 좁기도 하군. 까맣게 잊고 있엇는데.....”
해리는 높이 쌓여 있는 신발과 우산 더미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 계단 밑바닥을 올려다보곤 했던 일을 떠올렸다. 대개는 거미 한두 마리가 밑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때는 자신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왜 그렇게 이상한 일들이 자기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런 시절에도 계속 그를 괴롭히던 꿈들을 여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 눈부신 초록 불빛이 등장하는 혼란스런 꿈이었다. 한번은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가 나왔는데, 해리가 그 꿈 이야기를 하자 버논 이모부는 거의 차를 들이박을 뻔했었다.
그때 갑자기 근처 어디선가 귀를 멍하게 할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키다가 낮은 문틀에 머리를 쾅 부딪혔다. 그는 버논 이모부가 쓰는 가장 험악한 욕설 몇 마디를 내뱉은 후에 머리를 감싸 쥔채, 부엌으로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그리고 창 너머로 뒷마당을 열심히 내다보았다.
어둠이 넘실거리고 공기조차 파르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투명 마법이 사라지면서 한 사람씩 차레차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뛰는 것은 해그리드였다. 헬멧과 보안경까지 쓴 그는 검은색 사이드카가 옆에 달린 거대한 오토바이 위에 턱하니 올라타고 있었다. 한편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빗자루에서 내렸고, 그중 두명은 검은 날개가 달린, 해골 같은 말에서 내렸다.
해리는 뒷문을 활짝 열고 그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반가운 함성 속에서 헤르미온느가 두팔로 그를 끌어 안았다. 론은 그의 등을 탁탁 쳤다. 해그리드는 옆에서 계속 말을 걸었다.
“어이, 해리. 잘 지냈지? 떠날 준비는 됐나?”
“물론이죠.”
해리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어요.”
“계획이 변경되었단다.”
매드아이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랗고 불룩한 자루가 두 개나 들려있었다. 그의 마법의 눈은 어둠에 물든 하늘과 집과 정원을 교대로 살피느라 정신없이 팽팽돌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집으로 들어가자.”
해리는 사람들을 모두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왁자지껄 웃고 떠들면서 각자 의자나 페투니아 이모가 번쩍번쩍하게 닦아 놓은 조리대 위에 앉거나, 얼룩 한 점 없는 가전제품에 몸을 기대고 섰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론, 부스스한 머리를 길게 땋아서 하나로 묶은 헤르미온느, 똑같이 씩 웃고 있는 프레드와 조지, 심한 흉터가 얼굴에 남은 긴 머리의 빌, 약한 휘어진 안경을 쓰고 머리가 벗겨진 선량한 얼굴의 위즐리 씨, 숱한 전투를 치르고 외다리에 눈구멍에서는 빛나는 푸른 마법의 눈이 빙빙 돌고 있는 매드아이, 짧은 머리를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선명한 분홍색으로 물들인 통스, 머리가 더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이 더 많아진 루핀, 날씬하고 아름다운, 은빛나는 긴 금발의 플뢰르, 대머리에 얼굴이 검고 어깨가 떡 벌어진 킹슬리,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는 것을 피하려고 허리를 잔뜩 수그린,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해그리드, 그리고 풀 죽은 바셋 하운드 사냥개 같은 눈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지닌, 왜소하고 지저분하고 비굴한 먼던구스 플레처. 이들의 모습을 보자 해리는 가슴이 뜨거워지고 터질 듯이 부풀었다. 이들 모두에게 무한한 애정이 솟구치는 걸 느꼇다. 심지어 지난번에 만났을 때에는 목을 졸라 버리려고 했엇던 먼던구스에 대해서 까지.
“킹슬리, 당신은 머글 수상을 지키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해리가 물었다.
“하룻밤쯤은 나 없이도 잘 지낼거야. 그보다는 네가 훨씬 더 중요하지.”
킹슬리가 대답했다.
“해리. 무슨 일이 있었게?”
세탁기 위에 떡하니 올라앉은 통스가 물었다. 그러면서 그의 눈앞에 왼쪽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손에서는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결혼했어요?”
해리가 통스와 루핀을 번갈아 쳐다보며 소리쳤다.
“해리. 부르지 못해 미안해. 아주 조용한 결혼식이었어.”
“와, 멋지네요. 정말 축하.....”
“자, 자, 안부는 나중에 한가한 시간에 묻도록 하지.”
왁자지껄한 가운데 무디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순식간에 부엌 안이 조용해졌다. 무디가 배낭을 발밑에 내려 놓더니 해리를 향해 돌아섯다.
“아마 데달루스가 말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획A를 포기해야만 했다. 파이어스 씨크니스가 저편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우리 처지가 아주 곤란해졌거든. 그자가 이 집을 플루가루 네트워크에 연결하거나, 여기에 포트키를 설치하거나, 순간이동으로 드나드는 행위 모두를 감옥에 갈 만한 중죄로 만들어 버렸어. 그게 전부 널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취해진 조치란다. 그 사람이 너를 잡으러 들어오는 걸 막는답시고 말이지. 하지만 네 어머니의 마법이 벌써 이 집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완전히 쓸데없는 짓이거든. 그가 실제로 한 것은 네가 이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걸 막은 것이지.
두 번째 문제는 네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거야. 그 뜻은 네가 아직도 ‘추적 마법’에 걸려 있다는 거지.“
“하지만 전.....”
“추적, 추적 마법 말이다!”
매드아이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17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마법 행위를 추적하는 마법이야. 그걸 통해서 마법부에서 미성년 마법 행위를 알아낸단 말이다! 만약 너나, 혹은 네 주위의 누군가가 마법을 써서 너를 이집 밖으로 내보내게 되면, 씨크니스는 당장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따라서 죽음을 먹는 자들도 알게 되지.
하지만 우린 추적 마법이 깨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네가 열일곱 살이 되는 그 순간, 네 어머니가 너에게 부여한 모든 보호의 힘도 사라질 테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파이어스 씨크니스는 너를 아주 제대로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할 게다.“
해리 역시 씨크니스라고 하는 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그래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을 이용할 거야. 추적 마법이 알아챌 수 없는 유일한 수단 말이지. 왜냐하면 그걸 사용하는 데에는 굳이 마법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바로 빗자루와 세스트랄, 그리고 해그리드의 오토바이란다.
해리는 단박에 이 계획이 허점투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매드아이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네 어머니의 마법은 오직 두 가지 조건하에서 풀리게 되어있다. 하나는 네가 성년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디가 청결한 부엌 안을 손짓으로 휙 가리켰다.
“네가 더 이상 이곳을 집이라고 부르지 않을 때이다. 오늘밤 너와 네 이모와 네 이모부는 각자 다른 길로 헤어질 것이다. 그리고 두번 다시 함께 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서로 충분히 알고 잇겠지. 그렇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가 네가 이 집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보호 마법은 깨어질 것이다. 우린 그 마법을 조금 일찍 깨뜨리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찾아와서 네가 열일곱살이 되는 순간에 너를 붙잡아 갈 때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쪽에 유리한 한가지 사실은 그 사람이 우리가 오늘 밤 너를 이동시키기로 했다는 계획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법부에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단다. 그자들은 네가 30일이 될때까지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의 상대가 다름아닌 그 사람인 만큼, 그자가 잘못된 날짜를 믿고 있단 사실에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어. 그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죽음을 먹는 자들 두 명에게 이 지역 전반의 하늘을 순찰하도록 지시를 내렸단다. 그래서 우리는 열두 채의 서로 다른 집에다 우리가 걸 수 있는 모든 보호 마법을 걸어 놓았어. 열두 채의 집들 모두 앞으로 우리가 너를 숨기려고 하는 장소처럼 보이도록 말이지. 그 집들 모두 불사조 기사단과 관련이 있거든. 한 채는 우리집이고 또 하나는 킹슬리네, 또 몰리의 뮤리엘 아주머니네..... 무슨 말인 줄 알겠지.“
“네.”
해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완전히 진심은 아니었다. 여전히 이 계획에는 커다란 허점이 보였던 것이다.
“너는 우선 통스의 부모님 댁으로 갈 거야. 일단 우리가 집에 걸어 놓은 보호 마법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게 되면, 너는 포트키를 사용해서 버로우까지 갈 수 있어. 질문 있니?”
“어.....있어요.”
해리가 입을 열었다.
“물론 제가 열두 채의 은신처들 중에서 제일 먼저 어느 집으로 갈지 저들이 모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해리는 재빨리 머릿수를 헤아려 보았다.
“우리 열네명이 같이 통스의 부모님 댁으로 날아가면 당연히 눈에 띄지 않겠어요?”
“아 참.”
무디가 말했다.
“제일 중요한 사항을 깜박 잊고 말하지 않았구나. 우리 열네명이 모두 통스의 부모님 댁으로 날아가지는 않을 게다. 그 대신 오늘 밤 일곱 명의 해리 포터가 하늘을 날게 될 거야. 각기 동료 한 사람씩과 함께 서로 다른 은신처로 향할 거란 말이다.”
무디가 망토 안에서 진흙처럼 보이는 것이 담긴 플라스크를 꺼냈다. 굳이 다른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해리는 당장 어떤 계획인지 알아차렸다.
“안 돼요!”
해리는 부엌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절대로 안 돼요!”
“나는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 사람들에게 말했어.”
헤르미온느가 약간 우쭐하며 말했다.
“여섯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걸 제가 그냥 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리 모두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그랬지.”
론이 얼른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달라. 나로 위장하는 건.....”
“그래, 사실 이 일을 정말로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해리”
프레드가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다 뭔가 잘못되어, 영원히 이 비쩍 마르고 몰골사나운 꼬마의 몸으로 남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봐.”
하지만 해리는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제가 협조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을걸요. 제 머리카락이 필요하실 테니까 말이죠.”
“이런, 우리 계획이 말짱 도루묵이 되겠는걸.”
조지가 말했다.
“네가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우리 여럿이서 네 머리카락 몇 가닥쯤 빼앗을 가망성이 전혀 없으니 말이야.”
“그래, 우리 열세 명이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꼬마 한 명을 상대한단 말이지. 아이쿠, 이걸 어떻게 이긴담?”
프레드가 말했다.
“퍽도 재밌군. 아주 재미있어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꼭 강제로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무디가 성난 어조로 말했다. 그가 해리를 노려보자. 그의 마법의 눈이 눈구멍 안에서 파르르 떨렸다.
무디가 말을 이었다.
“포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야. 게다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순간 먼던구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무디의 마법의 눈이 머리 한쪽으로 쑥 튀어나오더니 그를 째려보았다.
“더 이상 괜한 입씨름은 하지 말자꾸나. 아까운 시간이 자꾸 흘러가고 있어. 이제 그만 머리카락 몇 가닥만 내놓아라.”
“하지만 이건 미친 짓이에요. 이럴 필요까지는 없......”
“이럴 필요가 없다고!”
무디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 사람이 저 바깥에 있고 마법부의 절반이 그 사람의 편이 되엇는데도? 포터, 혹시 우리가 운이 좋다면 그자가 거짓 미끼를 물어서 30일에 너를 덮칠 계획을 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 한두 명에게 감시를 하지 말라고 지시할 만큼 정신 나간 작자는 결코 아니야. 나라도 그렇게 할 테니까. 그자들은 네 어머니의 마법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너나 이집을 건드리지 못할 게다. 하지만 곧 마법이 깨질 때가 되었고, 그 자들도 대충 이 집이 어디쯤인지는 알고 있어. 우리의 유일한 기회는 적을 유인하는 것 뿐이야. 그 사람도 자신을 일곱으로 쪼개진 못할 테니.”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 그러나 해리는 곧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 포터, 네 머리카락을 어서 내놓거라. 부탁이다.”
해리는 론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냥 어서 해 버리란 식의 표정을 지었다.
“어서!”
무디가 호통을 쳤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해리는 머리를 향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고 확 잡아당겼다.
“잘했다.”
무디가 마법약이 담긴 플라스크의 마개를 뽑으면서 절룩절룩 다가왔다.
“여기다 바로 넣어라.”
해리는 진흙 같은 액체 속으로 머리카락을 떨어뜨렸다. 머리카락이 표면에 닿자마자, 마법약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연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맑고 투명한 황금색 액체로 변했다.
“오우 해리, 넌 크레이브나 고일보단 훨씬 더 맛있게 생겻다.”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하지만 곧 론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걸 알아채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덧붙였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고일로 변신하는 약은 마치 말라붙은 코닥지 같았거든.”
“좋아, 그럼 가짜 포터들은 이쪽으로 와서 한 줄로 서게나.”
무디가 지시했다.
론, 헤르미온느, 프레드, 조지, 그리고 플뢰르가 페투니아 이모의 반짝반짝 윤이 나는 싱크대 앞에 줄지어 섰다.
“한 사람이 부족한 걸”
루핀이 말했다.
“여기 있어.”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더니 먼던구스의 목덜미를 잡고 번쩍 들어서 플뢰르의 옆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플뢰르는 대 놓고 코를 찡그리며 얼른 프레드와 조지 사이로 가서 섰다.
“말했잖아. 난 경호를 맡고 싶다고.”
“시끄러워.”
무디가 호통을 쳤다.
“이미 말하지 않았나, 이 비겁한 버리지 같은 놈아. 혹시라도 죽음을 먹는 자를 만나게 되면, 그들은 포터를 사로잡으려고 하지 죽이려고 하진 않을거야. 덤블도어가 항상 말했듯이, 그 사람은 포터를 직접 끝장내고 싶어 한단 말이야. 그러니 제일 걱정스러운 건 오히려 경호원들이야. 죽음을 먹는 자들은 경호원을 죽이려고 할 테니까.”
이 말을 듣고도 먼던구스는 별로 안심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디는 이미 삶은 달걀 담는 컵 정도의 크기의 유리잔 여섯 개를 망토 속에서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잔을 나누어 준 다음, 폴리주스 마법약을 각기 조금씩 따라주었다.
“그럼, 다 함께......”
론과 헤르미온느, 프레드, 조지, 플뢰르 그리고 먼던구스가 잔을 쭉 들이켰다. 마법약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모두 숨을 헐떡이며 얼굴을 찌푸렸다. 즉시 그들의 얼굴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뜨거운 촛농처럼 녹아내렸다. 헤르미온느와 먼던구스는 위로 쑥 커졌고, 론과 프레드, 조지는 키가 줄어들었다. 그들의 머리 색이 검어졌고, 헤르미온느와 플뢰르는 머리카락이 다시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한편 무디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가져온 커다란 자루들의 끈을 풀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다시 허리를 폈을때, 그의 눈앞에는 여섯 명의 해리 포터들이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서로를 돌아보더니 동시에 소리쳤다.
“우와, 우리가 똑같아졌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 그래도 내가 훨씬 더 잘생긴 것 같아.”
프레드가 주전자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빌, 쳐다보지 마. 내 모습이 너무 끔직해.‘
플뢰르가 전자레인지 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푸념을 했다.
“옷이 좀 헐렁하면, 여기 더 작은 것이 있다.”
무디가 첫 번째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면 옷이 좀 작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들 안경을 잊지 말도록. 옆 주머니에 안경 여섯개가 들었으니까. 옷을 다 입은 사람은 다른 자루에 있는 짐들을 챙겨라.”
한편 진짜 해리는 지금껏 참으로 이상한 것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거야말로 가장 괴상한 광경일 거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분신 여섯명이 자루를 뒤져서 옷을 꺼내 입고 안경을 쓰고 각자 입었던 옷을 자루 속에 쑤셔 넣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그들에게 부디 자신의 사생활을 좀 더 존중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 모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옷을 홀홀 벗어 던졌던 것이다. 자기들 몸이었다면 안 그랬을 것을, 그의 몸이기에 훨씬 더 쉽게 내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지니가 문신 어쩌고 한 것은 다 거짓말이었군.”
론이 벌거벗은 가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해리, 너 시력이 지독하게 나쁘구나.”
이번에는 헤르미온느가 안경을 쓰며 외쳤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나자, 가짜 해리들은 두 번째 자루에서 배낭과 박제된 하얀 부엉이 한 마리가 들어 있는 새장 하나씩을 꺼내 들었다.
“좋아.”
마침내 옷을 갈아입고 안경을 쓰고 가방을 짊어진 일곱명의 해리가 그의 앞에 우뚝 서자 무디가 말했다.
“다음과 같이 한 조를 이루도록. 먼던구스는 나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간다.”
“왜 하필 나야?”
뒷문에 제일 가까이 서 있던 해리가 투덜거렸다.
“자네야말로 반드시 감시가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렇지.”
무디가 윽박질렀다.
과연 말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무디의 마법의 눈은 먼던구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서와 프레드”
“저는 조지인데요.”
무디가 지적한 쌍둥이 중 하나가 말했다.
“저희가 해리로 변신했을 때 조차도 저희를 구별하지 못한단 말인가요?”
“조지, 미안하네.”
“그저 장난 좀 쳤어요. 제가 프레드 맞아요.”
“쓸데없는 장난 좀 그만 쳐!”
무디가 호통을 쳤다.
“거기 자네는, 조지든 프레드든 누구든 간에 리무스랑 가도록, 그리고 델라쿠르 양은.....”
“제가 플뢰르와 함께 새스트랄을 타고 가겠어요.”
빌이 얼른 앞으로 나섰다.
“플뢰르는 빗자루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플뢰르는 냉큼 걸어 나와 빌 옆에 바싹 붙었다. 그러더니 해리가 자기 얼굴에는 절대로 그런 표정이 떠오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만큼, 느끼하고 비굴한 얼굴로 빌을 바라보았다.
“그레인저 양은 킹슬리와 가도록, 역시 세스트랄을 타고.”
헤르미온느는 크게 안도하는 표정으로 킹슬리의 미소에 웃음으로 답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도 빗자루 타는 데 별로 자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와 나만 남는구나. 론!”
통스가 밝게 웃으며 론에게 손짓하다가 그만 머그컵 걸이를 쳐서 넘어뜨렸다.
하지만 론은 헤르미온느만큼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해리, 너는 나랑 가는 거야. 괜찮지?”
해그리드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린 오토바이를 타고 갈 거야. 빗자루나 세스트랄은 내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거든. 그런데 좌석이 나 혼자 앉기에도 넉넉하지 않으니까 넌 사이드카에 타도록 해.”
“그거 아주 멋진데요.”
해리가 감탄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진심만은 아니었다.
“틀림없이 죽음을 먹는 자들은 네가 빗자루를 타고 갈 줄 알고 있을 게다.”
해리의 기분을 알아차린 듯이, 무디가 설명했다.
“이제 스네이프는 시간이 넉넉할 테니, 지금껏 너에 대해서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모든 사실들을 그자들에게 낱낱이 알려 주었겠지. 그래서 우리가 혹시라도 죽음을 먹는 자들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자들은 여러 포터들 중에서 분명 제일 능숙하게 빗자루를 타는 듯이 보이는 포터를 노릴 거라는 게 우리의 짐작이다. 자, 그럼.....”
무디가 가짜 포터들의 웃이 잔뜩 담긴 자루를 다시 졸라매며 제일 먼저 문으로 향했다.
“다들 떠날때까지 3분의 여유를 둘 것이다. 뒷문을 잠가도 아무 소용이 없어. 죽음을 먹는 자들이 찾아오면 막지도 못할테니..... 자, 어서.....”
해리는 현관 복도로 황급히 돌아가서는 배낭과 파이어볼트, 그리고 해드위그의 새장을 챙겨 들고 나와 어두운 뒷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합세했다. 사방에서 빗자루들이 펄떡 손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벌써 킹슬리의 부축을 받으며 검고 거대한 세스트랄 위로 올라타고 잇었다.
한편, 플뢰르는 빌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세스트랄에 탔다. 해그리드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 보안경을 낀 채 오토바이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엇다.
“이건가요? 이게 시리우스의 오토바이인가요?”
“그래, 그렇단다.”
해그리드가 해리를 내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네가 지난번에 이걸 탔을 땐 말이다, 해리, 널 한 손으로도 안을 수 있었단다.”
해리는 사이드카에 올라타면서 다소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밑으로 쑥 내려간 낮은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론은 마치 범퍼 카를 탄 꼬마처럼 얌전히 사이드카에 앉아 있는 그를 보고 싱글싱글 웃었다. 해리는 배낭과 빗자루를 발밑께에 쑤셔 넣고, 해드위그의 새장을 무릎사이에 끼고 앉았다. 굉장히 자세가 불편했다.
“아서가 약간 손을 봐 줬어.”
해그리드는 해리가 불편해하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떠들어 댔다. 그가 오토바이 위에 턱하니 올라타자, 삐거덕 소리가 나면서 오토바이가 약간 주저앉았다.
“핸들에 약간 솜씨를 부려보았다. 여기 이건 내가 생각해 낸 거다.”
해드리드는 굵은 손가락으로 속도게 옆에 있는 보라색 단추를 가리켰다.
“제발 조심하게, 해그리드”
옆에 서 있던 위즐리 씨가 빗자루를 잡으며 말했다.
“난 아직도 과연 그게 권할 만한 것인지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 반드시 비상시에만 사용하도록 하게.
“좋아, 그럼.”
무디가 소리쳤다.
“모두 준비하시오. 다들 정확히 동시에 떠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우리의 의도가 허사가 되니까.”
모두 빗자루에 올라탔다.
“론, 꼭 붙잡아.”
통스가 주의를 주었다. 해리는 론이 양손으로 통스의 허리를 붙잡으면서 은근히 미안한 표정으로 루핀을 쳐다보는걸 보았다. 해그리드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는 마치 용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사이드카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모두 행운을 빌겠네.”
무디가 외쳤다.
“다들 한 시간 후에 버로우에서 만나도록 하지. 셋을 세면 출발하세. 하나......둘.....셋.”
오토바이가 붕 하고 굉음을 냈다. 해리는 사이드카가 왈칵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꼇다. 다음 순간, 그는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마구 뒤로 휘날리고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주위의 빗자루들도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세스트랄의 길고 검은 꼬리가 눈앞을 휙 지나갔다. 헤드위그의 새장과 배낭사이에 꼭 끼인 채, 사이드카에 억지로 쑤셔 넣어진 해리의 다리가 벌써부터 욱신욱신 쑤시면서 감각이 무뎌졌다. 어찌나 자리가 불편했던지, 해리는 마지막으로 프리벳가 4번지를 돌아보는 것조차 깜박 잊고 있엇다.
결국 그가 사이드카 너머로 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점점 더 높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런데 텅 빈 허공 어디선가, 그들은 난데없이 포위를 당했다. 최소한 서른 명쯤 되는 두건을 눌러쓴 자들이 불사조 기사단을 빙 둘러싸고 커다란 원을 그린채, 허공에 떠 있었다. 기사단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들 한가운데로 곧장 솟아올랐던 것이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초록빛 불꽃이 사방에서 번쩍거렸다. 해그리드는 얍 하고 기합을 넣더니 오토바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해리는 그들이 어디 있는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가로등 불빛이 머리위에 있었고 사방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사이드카에 메달렸다. 순간 헤드위그의 새장과 파이어볼트, 그리고 배낭이 무릎아래에서 조금씩 미끄러져 나왔다.
“안 돼! 해드위그!”
빗자루가 빙글빙글 돌며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해리는 오토바이가 다시 똑바로 돌아서는 틈을 타서 가까스로 배낭의 끈과 새장의 꼭대기를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깐, 또다시 초록 불꽃이 터지더니 부엉이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새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돼! 안 돼!”
오토바이는 붕 하고 앞으로 날아갔다. 해그리드가 죽음을 먹는 자들의 포위를 뜷고 달아나는 순간, 해리는 두건을 쓴 그들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힐끗 보았다.
“헤드위그.....헤드위그.....”
하지만 부엉이는 마치 장난감처럼 새장 바닥에 애처로운 모습으로 꼼짝 않고 쓰러져 있었다. 해리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수십 명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와중에 초록 불빛이 번쩍거리고 두 사람씩 올라탄 빗자루가 먼 곳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 할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 돌아가야 해요!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요!”
해리는 천둥처럼 우르릉거리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이기려고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헤드위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지팡이를 꺼내어 새장 바닥을 두들겨 보았다.
“해그리드, 방향을 돌려요!”
“내 임무는 너를 안전하게 그곳에 데려가는 거야, 해리!”
해그리드는 이렇게 외치더니 오히려 더욱 속도를 높였다.
“멈춰.....멈추라고요!”
해리는 바락바락 악을 썻다. 하지만 다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초록 불꽃 두 방이 그의 왼쪽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네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이 대열에서 벗어나 그들의 뒤를 따라오면서 해그리드의 넓적한 등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는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끈질기게 오토바이를 쫓아오면서 더 많은 저주를 날렸다. 해리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사이드카 밑으로 납작 엎드려야만 했다.
그리고 간신히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스투페파이!”
지팡이 끝에서 붉은 불꽃이 발사되었다. 뒤를 쫓아오던 네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불꽃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흩어졌고, 불꽃은 허공을 갈랐다.
“해리, 꼭 잡아라. 이걸로 저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벽이, 진짜로 단단한 벽돌 벽이 배기관에서 발사되어 나왔다. 해리는 목을 길게 빼고 허공으로 한없이 뻗어 나가는 벽을 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 중 세명은 얼른 방향을 돌려 피했다. 하지만 네 번째 사람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잠깐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하더니, 다음 순간 빗자루가 산산조각나면서 벽 뒤로 돌멩이처럼 뚝 떨어졌다. 그의 동료들 중 하나가 그를 구하기 위해 속력을 늦추었다. 하지만 해그리드가 핸들위로 몸을 바싹 낮추고 속력을 높이자, 캄캄한 어둠이 그들과 공중의 벽을 삼켜 버렸다.
이제 남아 있는 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의 지팡이에서 발사된 살인 저주들이 더욱 맹렬하게 해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해그리드를 노리고 있었다. 해리는 더 많은 기절 마법으로 응대했다. 붉은색과 초록색 불꽃이 허공에서 맞부딪히면서 오색찬란한 불똥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해리는 터무니 없게도 불꽃놀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지상의 머글들을......
“해리, 또다시 간다, 꼭 잡아!”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그리고 두 번째 단추를 재빠르게 눌렀다. 이번에는 배기관에서 거대한 그물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 역시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물을 간단히 피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을 잃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속력을 늦추었던 또 한명까지 그들의 뒤를 따라 잡았다. 그가 어둠 속에서 휙 나타나자, 이제 세명이 된 죽음을 먹는 자들은 합세하여 저주를 쏘아 대며 오토바이를 뒤쫓았다.
“이거면 될 거야. 해리, 꼭 잡아라!”
해그리드가 다시 소리쳤다. 해리는 그가 주먹으로 속도계옆에 있는 보라색 단추를 꽝 내려치는 걸 보았다.
그러자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사나운 포효와 더불어, 배기관에서 하얗고 푸르스름하게 작렬하는 용의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오토바이는 금속이 찌그러지는 소리를 내며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해리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 무시무시한 불길을 피하기 위해서 옆으로 싹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때 사이드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엄청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오토바이와 연결된 금속 나사가 떨어져 나간것이다.
“괜찮다, 해리!”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하지만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그 역시 몸이 뒤로 벌렁 젖혀진 상태였다. 이제 핸들을 붙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이드카가 날아가는 오토바이의 뒤로 생기는 거센 기류에 의해 격력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리, 내가 하면 된다. 걱정하지 마!”
해그리드가 이렇게 외치며 외투 호주머니에서 꽃무늬의 분홍색 우산을 꺼내 들었다.
“해그리드 안 돼요! 제가 할게요!”
“레파로!”
순간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요란한 굉음과 함게 사이드카가 완전히 오토바이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해리는 날아가던 오토바이의 추진력에 의해서 앞으로 슝 날아갔다. 하지만 곧 사이드카가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리는 필사적으로 지팡이를 사이드카에 겨누고 소리쳤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사이드카가 코르크처럼 허공에 붕 떠올랐다. 조종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공중에 떠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더욱더 맹렬하게 저주가 줄지어 발사되었다. 세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느새 바싹 뒤따라 온 것이다.
“내가 간다. 해리!”
해그리드가 어둠 속 어디선가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는 또다시 사이드카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몸을 낮게 움크린 채, 가가이 다가오고 있는 무리의 한가운데를 겨냥하며 소리쳤다.
“임페디멘타!”
주문은 가운데 있던 죽음을 먹는 자의 가슴에 명중했다. 그자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이, 잠간 동안 허공에서 우스꽝스럽게 큰 대자로 뻗어 버렸다. 그 바람에 그의 동료 중 한 명이 그와 충돌 할 뻔 했다.
바로 그때 사이드카가 본젹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찌나 가깝게 저주를 쏘아 대는지, 해리는 사이드카의 가장자리 밑으로 고개를 숙이다가 그만 좌석 모서리에 이가 하나 부딪혀 빠져 버렸다.
“내가 간다, 해리, 내가 가!”
거대한 손이 해리의 망토 뒷자락을 덥석 움켜쥐더니, 곧장 추락하는 사이드카에서 끌어올렸다. 해리는 배낭을 꼭 붙잡은 채, 오토바이 좌석 위로 끌려 올라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해리그리드와 등을 마주대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남아 있는 두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을 피해서 계속 위로 솟아올랐다. 해리는 입 안에 고인 피를 탁 뱉으며, 떨어지는 사이드카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그리고 외쳤다.
“콘프링고!”
사이드카가 폭파하는 순간, 해리는 헤드위그를 생각하며 창자가 비틀리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꼇다. 한편 사이드카와 제일 가까이 있던 죽음을 먹는 자 한 명이 폭파 충격으로 빗자루에서 굴러 떨어져 버렸다. 그의 동료는 뒤로 후퇴하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해리, 미안하다, 미안해.”
해그리드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그걸 내가 고치려고 하는 게 아니었는게..... 자리가 너무 좁지.....”
“상관없어요. 그냥 계속 날아가기나 하세요!”
해리가 큰 소리로 대꾸했다. 또 다른 죽음을 먹는 자 두명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나타내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왔던 것이다.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저주들이 날아오자, 해그리드는 요리저리 운전을 했다. 해그리드가 감히 용의 화염을 다시 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걸 해리는 잘 알고 있었다. 해리가 너무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추격자들을 향해서 기절 마법을 쏘고 또 쏘앗지만, 좀처럼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해리는 그들을 향해 또 다른 장애 마법을 쏘았다. 제일 가까이 쫓아오던 죽음을 먹는 자가 그걸 피하기 위해 방향을 돌리다가 두건이 벗겨졌다. 그 순간 해리가 잇달아 발사한 기절 주문의 붉은 불빛에 반사되어, 스탠 션파이크의 이상하게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 드러났다. 스탠.....
“엑스펠리아르무스!”
해리가 외쳤다.
“그 녀석이다. 그 녀석이야. 저놈이 진짜다!”
천둥같이 시끄러운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에도 불구하고 두건을 쓴 죽음을 먹는 자의 고함소리가 해리의 귀에까지 들렸다. 다음 순간 두 명의 추격자들이 뒤로 물러서더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해리, 무슨 일이지?”
해그리드가 고함을 쳤다.
“그놈들, 어디로 간 거야?”
“저도 몰라요!”
해리는 웬지 두려웠다. 그 두건을 쓴 죽음을 먹는 자는 분명히 “저놈이 진짜다!”라고 소리쳤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해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막막하게 펼쳐진 어둠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들은 어디 있을까?
해리는 좌석에서 몸을 돌려 앞을 향해 앉았다. 그리고 해그리드의 등을 꼭 붙잡았다.
“해그리드, 용의 화염을 한 번 더 발사해요. 여기서 빠져나가요!”
“그럼 꼭 잡아라, 해리!”
또다시 고막이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하얀 화염이 배기관에서 뿜어져나왔다. 해리는 그 좁은 좌석에서 자신의 몸이 뒤로 쭉 미끄러지는 걸 느꼇다. 해그리드 역시 몸이 뒤로 벌렁 젖혀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손에서 핸들을 놓칠 뻔했다.
“해리, 그놈들을 따돌린 것 같구나. 드디어 우리가 해낸 것 같아!”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는 안심할 수가 없엇다.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해리는 어디선가 당장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추격자들은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그놈들이 뒤로 물러선 걸까? 그들 중 한명은 여전히 지팡이를 갖고 있엇는데..... 그 녀석이다..... 저놈이 진짜다..... 내가 스탠을 무장해제시키려고 하자마자, 그들이 그렇게 말했지.....
“해리,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왔다고!”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오토바이가 밑으로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아래 지상의 불빛은 아직도 별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그때 이마의 흉터가 불에 덴 듯이 쑤시기 시작했다. 오토바이의 한쪽에서 죽음을 먹는 자가 나타나더니, 등 뒤에서 날아온 살인 저주 두 방이 해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갔다.
그 순간, 해리는 그 자를 보았다. 볼드모트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연기처럼, 빗자루도 세스트랄도 없이 맨몸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의 뱀 같은 얼굴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그의 하얀 손가락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해그리드는 공포의 비명을 지르더니 오토바이를 곧장 수직으로 낙하시켰다. 해리는 결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리면서,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을 향해 닥치는 대로 기절 마법을 쏘아 댔다. 누군가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해리는 그들 중 한명을 맞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곧 이어 꽝 소리가 나더니 엔진에서 불꽃이 일었다. 오토바이는 완전히 통제력을 잃고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떨어졌다.
또다시 초록 불꽃들이 그들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해리는 어느 쪽이 위이고 어느 쪽이 아래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마의 흉터는 아직도 타는 듯이 아팠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두건을 쓴 사람이 빗자루를 타고 불과 몇십 센티미터 거리까지 다가왔다. 해리는 그의 팔이 올라가는 걸 보았다.
“안 돼!
분노에 찬 고함 소리와 함께 해그리드가 오토바이 위에서 죽음을 먹는 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해리는 공포에 질린 채, 해그리드와 죽음을 먹는 자가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빗자루 하나가 지탱하기에는 두 사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수직으로 추락하는 오토바이를 무릎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던 해리의 귀에 볼드모트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내가 맡겠다!”
끝장이었다. 해리는 볼드모트가 어디 있는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또 다른 죽음을 먹는자가 재빨리 옆으로 비켜나는 것이 힐끗 보이더니, 뒤이어 소리가 들렸다.
“아바다......”
해리는 흉터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앗다. 순간 지팡이가 저절로 움직였다. 해리는 지팡이가 마치 거대한 자석처럼 손을 잡아끄는 것을 느꼇다. 그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지팡이가 눈부신 황금빛 불꽃을 분출하는 것을 보았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분노에 가득 찬 절규가 들렸다.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자가 악을 썻고, 볼드모트느 날카롭게 고함을 질렀다.
“안 돼!”
바로 그때 해리는 바로 코앞에 있는 용의 화염 발사 단추를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지팡이를 들지 않은 한 손으로 단추를 꾹 눌렀다. 오토바이가 더욱 강력한 불길을 내뿜으며 지상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해그리드!”
해리는 죽을 힘을 다해 오토바이에 매달리며 소리쳤다.
“해그리드! 아씨오 해그리드!”
오토바이가 더욱 속력을 높이더니 땅으로 빨려들듯이 떨어졌다. 해리는 핸들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있어서, 저 멀리서 반짝이던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머잖아 그는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날 테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등 뒤에서 또다시 다급한 외침이 들렷다.
“네 지팡이를, 셀윈, 네 지팡이를 이리 다오!”
해리는 볼드모트를 보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힐끗 옆을 바라보니, 새빨간 눈이 보였다. 분명, 저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광경이리라. 볼드모트는 다시 한번 그에게 저주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볼드모트가 사라졌다. 해리가 밑을 내려다보니 해그리드가 큰대자로 쭉 뻗은 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해리는 해그리드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오토바이의 핸들을 잡아당기며 황급히 브레이크를 더듬어 찾았다. 하지만 지축이 흔들리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해리는 진흙 연못에 그대로 처박혔다.
제5장 쓰러진 전사
“해그리드?”
해리는 자신을 둘러싼 쇠불이와 가죽의 잔해 더미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두 손이 흙탕물 속으로 쑥 들어갔다. 그는 볼드모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어둠속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뭔가 뜨뜻하고 축축한 것이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려 턱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해리는 연못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커다란 검은 덩어리처럼 땅바닥에 누워있는 해그리드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해그리드? 해그리드, 말 좀 해 봐요.”
하지만 검은 덩어리는 꼼짝도 하지 않앗다.
“거기 누구요? 포터냐? 해리 포터?”
해리가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때 어떤 여자가 소리쳤다.
“테드, 그들이 추락했어요! 정원으로 떨어졌어요!”
해리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해그리드.”
해리는 얼이 빠져서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무릎이 힘없이 꺽이며 쓰러졌다.
그 다음에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방석 같은 데 등을 대고 누워 있었다. 옆구리와 오른쪽 팔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빠진 이는 다시 자라났지만 이마의 흉터는 여전히 쿡쿡 쑤시고 아팠다.
“해그리드?”
해리가 눈을 떳다. 그는 등잔불이 밝혀진 낮선 거실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조금 떨어진 마루 위에는 홀딱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 그의 배낭이 놓여 있었다. 금발에 배가 불룩하게 나온 한 남자가 해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괜찮다 애야.”
그 남자가 말했다.
“집사람이 지금 해그리드를 돌보는 중이야. 기분이 좀 어떠니? 또 어디 부러진 곳은 없니? 네 갈비뼈와 이와 팔은 내가 치료를 했단다. 그건 그렇고, 나는 테드란다. 테드 통스. 님파도라의 아버지이지.”
해리는 너무 성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순간 눈앞에 별이 보이면서 속이 뒤집히고 어질어질했다.
“볼드모트는.....”
“진정해라.”
테드 통스는 해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다시 방석위에 눕히면서 말했다.
“너는 방금 끔찍한 추락사고를 당했어.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엇던 거냐? 오토바이에 무슨 고장이라도 났었니? 아서 위즐리가 또 너무 과욕을 부렸나? 그와 그의 머글 기계가?”
“아니에요.”
해리가 대답했다. 이마의 흉터가 터진 상처처럼 욱신거렸다.
“죽음을 먹는 자들 한 무리가.....우리를 쫓아와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고?”
테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니? 그들은 네가 오늘 밤 이동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들도 알고 있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테드 통스는 마치 천장을 뜷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기라도 한 듯, 고개를 쳐들고 한참 위를 보았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보호 마법이 걸려 있지 않느냐? 그자들은 어느 방향에서든지 100미터 이내로는 접근할 수 없을게다.”
해리는 비로소 왜 볼드모트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에 오토바이가 불사조 기사단의 마법 장벽을 막 통과했던 것이다. 해리는 부디 보호 마법이 계속 효력을 유지하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들이 말한 대로 100미터 바깥 상공에서 호시탐탐 이 거대한 투명 거품 같은 보호막을 뜷고 들어갈 기회만을 노리고 있을 볼드모트의 모습이 해리의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해리는 쇼파에서 얼른 내려섰다. 해그리드를 그의 눈으로 직접 봐야만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간신히 서 있기도 힘들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해그리드가 힘들게 비집고 들어왔다. 얼굴은 온통 진흙과 피로 뒤덮여 있었고 약간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있었다.
“해리!”
해그리드는 우아한 탁자 두 개와 난초 화분 하나를 쓰러뜨리면서 단 두걸음에 거실을 건너왔다. 그리고 막 치료한 갈비뼈에 다시 금이 갈 뻔할 정도로 해리를 꽉 끌어 안았다.
“세상에, 해리.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니? 난 우리 둘 다 저 세상으로 가는 줄 알았다.”
“네, 저도 그랬어요. 도저히 믿을 수가.....”
해리가 말을 뚝 끊었다. 해그리드의 등 뒤로 한 여자가 방에 막 들어서는 걸 보았던 것이다.
“아니, 너는!”
해리가 고함을 지르며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애야, 네 지팡이는 여기 있단다.”
테드가 지팡이로 해리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바로 네 옆에 떨어져 있어서 내가 주웠지. 그리고 네가 소리 지른 저 사람은 내 아내란다.”
“오, 죄.....죄송해요.”
통스 부인이 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자 그녀의 언니인 벨라트릭스와 다른 점이 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부인의 머리 색은 좀 더 밝고 부드러운 갈색이엇으며, 부인의 눈이 훨씬 크고 상냥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소리를 지른 후로는 웬지 약간 쌀쌀맞아진 것 같았다.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니?”
부인이 물었다.
“해그리드 말이 기습을 당했다고 하던데, 그럼 님파도라는 어디 있지?”
“저도 모릅니다.”
해리가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저희도 모르고 있습니다.”
부인과 테드가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자, 해리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밀려드는 것을 느꼇다. 만약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죽는다면, 그건 자기 잘못이었다. 전적으로 자기의 잘못이었다. 자기가 그 계획에 동의를 하고 머리카락을 내주었기 때문에.....
“포트키.”
해리는 갑자기 모든 걸 떠올리며 소리쳤다.
“저희는 버로우로 다시 가야만 해요. 가서 알아 볼께요. 그런 다음 두 분께 소식을 보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통스가 보낼지도, 일단 그녀가.....”
“도라는 괜찮을 거요. 안드로메다. 도라는 그 방면에 전문가요. 게다가 오러들과 산전수전을 다 겪었잖소.”
테드가 다독거렸다. 그러고는 해리에게 말했다.
“포트키는 이곳에 연결되어 있다. 네가 원한다면 3분 이내에 떠나야만 해.”
“네, 떠나겠습니다.”
해리가 대답했다. 그는 배낭을 집어 들고 어깨에 둘러맸다.
“저는.....”
그는 통스 부인을 이런 불안한 상황에 남겨 두고 떠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사과의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상황에 대해 마음속 깊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말이 그저 공허하고 겉치례인 양 느껴졌던 것이다.
“통스에게, 아니 도라에게 말하겠습니다. 어서 소식을 보내 드리라고..... 만나게 되면..... 저희를 돌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다 고맙습니다. 저는.....”
해리는 그 방을 떠날 수 있게 되어 기뻣다. 그러므로 얼른 테드 통스의 뒤를 따라서 짧은 복도를 지나 침실로 들어갔다. 해그리드가 문틀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허리를 잔뜩 수그린 채 그들 뒤를 쫒아왔다.
“저기로 가라, 얘야. 저게 포트키란다.”
통스 씨가 화장대 위에 놓인, 뒷면이 은으로 된 작은 머리빗을 가리켯다.
“고맙습니다.‘
해리가 손을 뻗어 머리빗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떠날 태세를 했다.
“잠깐만.”
해그리드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해리, 해드위그는 어디 있니?”
“헤.....헤드위그는 당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갑작스럽게 그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해리는 그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부엉이는 그의 소중한 친구였으며, 그가 어쩔 수 없이 더즐리네로 돌아가야 할 때 마다, 마법 세계와 연결된 단 하나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 주었던 것이다.
해그리드가 솥뚜껑만한 손을 내밀더니 해리의 어깨를 아플정도로 탁탁 두드렸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해그리드가 목이 메어 꺽꺽거리며 말했다.
“마음 아파 하지 마. 헤드위그는 오랬동안 훌륭한 삻을 살다 갔.....”
“해그리드!”
테드 통스가 다급하게 불렀다. 머리빗이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는 늦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집게손가락 끝을 갖다 댈 수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갈고리와 끈이 앞으로 휙 잡아당기는 것처럼 배꼽 뒤에서 움찔하는 느낌이 들더니, 해리는 텅 빈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포트키에 손가락이 딱 달라붙은 채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며, 해그리드와 함께 통스씨로 부터 순식간에 멀어졌다. 잠시 후에 발이 단단한 땅에 닿는가 싶더니, 해리는 버로우의 앞마당에 손과 무릎을 짚은 채 고꾸라 졌다. 요란한 비명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는 머리빗을 한쪽 옆으로 던져 버리고, 해리는 약간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위즐리 부인과 지니가 뒷문을 열고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 역시 바닥에 쓰러졌던 해그리드도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해리? 네가 진짜 해리니? 무슨 일이니? 다른 사람들은 어디있지?”
위즐리 부인이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돌아왔나요?”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순간 새파랗게 변하는 위즐리 부인의 얼굴을 보니 대답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해리가 말을 이었다.
“우린 출발하자마자 그자들에게 둘러싸였어요. 그자들은 오늘 밤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네명이 우리 뒤를 따라왔는데, 저희는 그저 도망치느라 바빳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볼드모트가 우리를 쫒아왔어요.....”
해리는 자기변명에 급급한 자신의 말투를 느낄 수 있었다.
아들들의 생사를 그가 왜 모르는지 그 이유를 부인에게 납득 시키기에 바빳던 것이다.
“네가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위즐리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해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하지만 해리는 자신이 그런 포옹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몰리, 혹시 브랜디 좀 있나요? 네?”
해그리드가 몸을 살짝 떨면서 물었다.
“치료용으로 좀 갖고 있죠?”
위즐리 부인은 마법으로 브랜디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을, 굳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집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슬픈 표정을 감추려고 그런다는 것을 해리는 알고 있었다. 해리는 지니를 향해 돌아섯다. 지니는 말하지 않아도 벌서 해리의 마음을 알아채고 즉시 자세한 소식을 알려 주었다.
“론과 통스가 제일 먼저 돌아왔어야 하는데, 포트키를 놓쳤나봐, 포트키만 그냥 돌아왔어.”
지니가 근처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녹슨 기름통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건 아빠와 프레드의 포트키야.”
지니가 이번에는 낡아 빠진 운동화 한 짝을 가리켰다.
“그들은 두 번째로 도착할 예정이었어. 그리고 해리와 해그리드가 세번째였지.”
지니가 시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일이 제대로 됐다면, 1분 이내에 조지와 루핀이 돌아와야만 해.”
위즐리 부인이 브랜디 병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더니 해그리드에게 건네주었다. 해그리드는 마개를 열고 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엄마!”
지니가 몇 미터쯤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둠 속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 빛은 점점 더 커지고 밝아졌다. 이윽고 루핀과 조지가 나타나더니 빙글빙글 돌다가 쿵 쓰러졌다. 해리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루핀이 조지를 부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조지는 의식이 없엇다.
해리는 얼른 달려가 조지의 다리를 붙잡았다. 해리와 루핀은 힘을 모아 조지를 집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부엌을 지나서 거실 쇼파에 눕혔다. 등잔 불빛이 조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순간 지니는 헉 하고 입을 딱 벌렸고,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지의 한 쪽 귀가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쪽 머리와 목이 깜짝 놀랄 만큼 새빨간 피로 홍건하게 젖어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아들 위로 허리를 숙이자마자, 루핀이 해리의 팔을 와락 잡아채더니 난폭하게 부엌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는 해그리드가 아직도 그 커다란 덩치로 좁은 뒷문을 통과 하느라 절절매고 잇었다.
“어이!”
해그리드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 앨 놓아줘! 해리를 놓아주라고!”
루린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의 내 방에 처음 찾아왔을 때, 구석에 어떤 생물이 앉아 있었지?”
루핀은 해리를 흔들며 따져 물었다.
“어서 대답해!”
“수조 안에 든 그..... 그라인딜로우가 아니었던가요?”
루핀이 해리의 팔을 놓더니 쓰러지듯이 부엌 선반에 등을 기댔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해그리드가 언성을 높였다.
“미안하다, 해리, 하지만 확인을 해야만 했어.”
루핀이 냉정하게 말했다.
“우린 배신을 당했다. 볼드모트는 네가 오늘 밤에 이동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자에게 이 사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계획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뿐이지. 네가 가짜일 수도 있으니까.”
“그럼 어째서 난 확인하지 않는 거요.”
해그리드가 아직도 문을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은 거인 혼혈이잖소.”
루핀이 해그리드를 올려다보면서 대답했다.
“폴리주스 마법약은 오직 인간의 경우에만 사용되도록 만들어진 것이오.”
“불사조 기사단 사람들은 아무도 볼드모트에게 우리가 오늘밤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거예요.”
해리가 부르짖었다. 그런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들 중 누군가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볼드모트는 겨우 끝에 가서야 저를 쫓아왔어요. 처음에는 누가 저인지도 몰랐던 거죠. 만약 그자가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제가 해그리드와 떠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겠죠.”
“볼드모트가 널 쫓아왔다고?”
루핀이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어떻게 도망쳤니?”
해리는 자기를 쫓아왔던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떻게 자기가 진짜 해리인지 알아차린 것 같았는지, 어떻게 추격을 멈추고 볼드모트를 불러왔는지, 그리고 그와 해그리드가 은신처인 통스 부모님 댁에 도착하기 직전에 볼드모트가 나타났던 것까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자들이 널 알아보았단 말이지? 하지만 어떻게? 네가 어떻게 했기에?”
“저는.....”
해리가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고 애를 썻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온통 공포와 혼란으로 얼룩진 것 같았다.
“스탠 션파이크를 보았어요..... 아시죠? 그 구조 버스의 차장이었던 친구요. 전 그사람에게 그냥 무장해제 마법을 걸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고 있잖아요. 안그런가요? 그는 틀림없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을 거예요!”
루핀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해리, 무장해제 마법 따위를 쓸 시기는 이미 지났어. 그자들은 널 붙잡아 죽이려고 하는 거야! 설사 네가 사람을 죽일 준비까지는 안돼 있다고 해도, 최소한 기절 마법쯤은 썻어야지!”
“그때 우린 수백 미터 상공에 있었다고요! 그리고 스탠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만약 제가 기절 마법을 썼다면 그는 추락했을 테고 그럼 제가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를 쓴 것과 마찬가지로 죽고 말았겠죠! 더구나 엑스펠리아르무스 주문은 2년전에 저를 볼드모트로부터 구한 적도 있어요.”
해리는 대들듯이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루핀을 보니 왠지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 후플푸프의 자카리아스 스미스가 연상되었던 것이다. 그는 해리가 덤블도어의 군대에게 무장해제 마법을 가르치려고 하자, 마구 비웃었었다.
“그래, 해리.”
루핀이 간신히 화를 참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었지! 부디 나를 용서해 다오. 하지만 그렇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그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인 행동이었어. 그런데 그 첫 번째 상황을 직접 목격했거나 혹은 이야기를 들었을 죽음을 먹는자들 앞에서 오늘 밤 다시 똑같은 행동을 하다니, 그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야!”
“그럼 제가 스탠 션파이크를 꼭 죽였어야만 했다고 생각하세요?”
해리가 화가 나서 따져 물었다.
“물론 그건 아니다.”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가 맞대응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해리, 엑스펠리아르무스는 아주 유용한 주문이야, 하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게 너의 특징적인 동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단 말이다. 그러니 부디 그러지 말라고 너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구나!”
루핀의 말을 들으니, 해리는 왠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는 반항심이 남아있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제 앞을 방해한다고 해서 무조건 헤치우지는 않을 거예요.”
해리가 쏘아붙였다.
“그건 볼드모트나 하는 짓이라구요.”
루핀은 뭐라고 대꾸할 말을 잃었다. 그때 마침내 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성공한 해그리드가 비틀비틀 의자로 가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의자가 우지끈하고 부서져 버렸다. 해리는 주절주절 욕설과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해그리드는 무시하고, 다시 루핀에게 말을 걸었다.
“조지는 괜찮을까요?”
이 한마디 질문에 해리에 대한 루핀의 짜증스런 마음이 싹 사라진 것 같았다.
“무사할 거야, 하지만 귀는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구나. 저주에 당했을 때에는 회복이 안돼.....”
밖에서 뭔가 인기척이 났다. 루핀은 쏜살같이 뒷문으로 달려갔다. 해리도 해그리드의 다리를 훌쩍 뛰어넘어서 뒷마당으로 뛰쳐나갔다.
두 사람이 마당에 모습을 나타냈다. 가까이 달려간 해리는 그들이 헤르미온느와 킹슬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원래 모습을 되찾은 헤르미온느와 킹슬리는 구부러진 옷걸이를 꼭 붙잡고 있었다. 킹슬리는 어느 누구를 보고도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어깨 너머로 킹슬리가 지팡이를 들어서 루핀의 가슴에 겨누는 것을 보았다.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무엇이엇지?”
“해리는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이다. 그를 믿어라.”
루핀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킹슬리가 이번에는 해리를 향해 지팡이를 돌렸다. 그러자 루핀이 나섰다.
“해리가 맞아, 내가 확인했지.”
“좋아! 그럼 됐어!”
킹슬리가 다시 망토 속에 지팡이를 넣으면서 말했다.
“누군가 우릴 배신했어. 그놈들이 알고 있었다고. 오늘 밤이 라는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 것 같더군”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해리가 일곱 명이라는 사실은 그자들도 몰랐던 건 이 분명해”
“그게 무슨 대수라고!”
킹슬리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누가 돌아왔나?”
“해리와 해그리드, 조지와 나 뿐이야.”
순간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손으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았다.
“자네들은 무슨 일이 있었나?”
루핀이 킹슬리에게 물었다.
“다섯 명에게 추격을 당했는데, 두 명은 부상을 당하고 아마 한 명은 죽은것 같아.”
킹슬리가 막힘없이 말을 이었다.
“우린 그 사람도 보았어. 그 사람도 함께 추격을 해오다가 도중에 갑자기 사라지더군. 리무스, 그자는 하늘을.....‘
“하늘을 날 수 있어요.”
해리가 말을 받았다.
“저도 그 사람을 보았어요. 해그리드와 절 쫓아왔지요.”
“그래서 그자가 사라졌던 거로군. 널 쫓아가려고!”
킹슬리가 소리쳤다.
“그자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영문을 몰랐거든. 그런데 왜 도중에 목표물을 바꿨을까?”
“그건 해리가 스탠 션파이크에게 너무 친절하게 굴었기 때문이야.”
루핀이 설명했다.
“스탠이라고요?”
헤르미온느가 되풀이했다.
“하지만 스탠은 아즈카반에 있지 않나요?”
킹슬리가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
“헤르미온느, 마법부에서 쉬쉬하고 있지만, 분명히 집단 탈옥이 있었어. 내가 저주를 쏘았을 때, 트래버스의 두건이 벗겨졌었지. 그자도 역시 감옥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리무스, 자네는 어떻게 된 거지? 조지는 어디 있나?”
“조지는 한쪽 귀를 잃었나네.”
루핀이 대답했다.
“뭐.....뭐를 잃었다고요?”
헤르미온느가 격앙된 소리로 물었다.
“스네이프의 솜씨지.”
루핀이 말했다.
“스네이프요?”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스네이프는 우리를 추격하다가 두건을 잃어버렸어. 섹튬셈프라는 언제나 스네이프의 특기였지. 내가 그놈에게 멋지게 갚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고작 부상을 입은 조지가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것뿐이었어.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었거든.”
네 사람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 보았다. 뭔가 움직이는 낌새라곤 전혀 없었다. 하늘을 날아오는 기사단 동료들에 의해 가려지거나 깜박거리는 일도 없이, 별들만이 무심하게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론은 어디 있을까? 프레드와 위즐리씨는? 빌과 플뢰르, 통스 매드아이, 먼던구스는 또 어디로 간 걸까?
“해리, 나 좀 도와줘!”
문가에서 해그리드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그리드가 다시 문틈에 낀 것이다. 뭔가 할 일이 생긴 걸 기뻐하며, 해리는 그를 잡아당겨서 빼내 주었다. 그런 다음 텅 빈 부엌을 지나서 거실로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위즐리 부인과 지니가 아직도 조지를 간호하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지혈을 한 덕분에, 해리는 등잔 불빛 아래로 조지의 귀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뻥 뜷려 있는 것을 보았다.
“좀 어떤가요?”
위즐리 부인이 돌아보며 말했다.
“나로서는 귀를 다시 자라게 할 수가 없구나. 어둠의 마법으로 이렇게 된 경우는 어쩔 수가 없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걸.. 어쨌든 이렇게 살아 있잖니.”
“그건 그래요, 하느님께 감사해야죠.”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누군가 마당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니가 물었다.
“헤르미온느와 킹슬리야.”
해리가 대답했다.
“오, 감사합니다.”
지니가 속삭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해리는 지니를 와락 끌어당겨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느꼇다. 심지어 위즐리 부인이 옆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충동을 미쳐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부엌에서 우당탕하고 커다란 소리가 났다.
“킹슬리, 먼저 내 아들부터 본 다음에 내가 누군지 입증을 해도 할 걸세! 그러니 자네 몸이 성하려면 당장 물러서!”
해리는 위즐리 씨가 그렇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지금껏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는 황급히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환하게 벗겨진 이마는 땀에 젖어 번들거리고 안경은 비스듬히 코에 걸려 있었다. 바로 뒤에 프레드가 따라왔다. 두 사람 모두 새파랗게 질려 있었지만 상처는 없었다.
“아서!”
위즐리 부인이 울먹거렸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조지는 어때?”
위즐리 씨는 조지 옆에 털썩 무릎을 끓고 앉았다. 한편 프레드는 완전히 말문이 막힌것 같았다. 해리가 그를 알아 온 이후로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는 자기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소파 뒤에서 입을 딱 벌린 채, 쌍둥이 형제의 상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프레드와 아버지가 도착하는 소리에, 조지가 정신이 돌아온듯이 약간 몸을 움직였다.
“기분이 좀 어떠니, 조지?”
위즐리 부인이 조용히 물었다.
조지는 손가락으로 머리 옆을 더듬었다.
“성자가 된 기분이군.”
조지가 웅얼거렸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죠? 정신이 나간 건가요?”
프레드가 더럭 겁이 난듯이 잔뜩 목멘 소리로 물었다.
“성자가 된것 같다고.”
조지가 눈을 번쩍 뜨더니 쌍둥이 형제를 바라보며 되풀이 했다.
“프레드, 모르겠어? 난 홀리, 홀리하잖아(조지는 ‘구멍 뜷린’이란 뜻의 ‘holey'와 ’성스럽다‘는 뜻의 ’holy'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역주).”
위즐리 부인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서럽게 흐느꼇다. 새파랗게 질렸던 프레드의 얼굴도 순식간에 빨게졌다.
“거참 딱하기도 하지! 딱하기도 해! 그 많고 많은 귀에 대한 농담중에 고작 홀리라고?”
프레드가 쏘아 붙였다.
“어쨋든 이젠 우리 둘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겟네요, 엄마.”
조지가 눈물에 흠뻑 적은 어머니를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녕, 해리. 너 해리 맞지, 그렇지?”
“응, 나야.”
해리가 소파로 바싹 다가가며 말했다.
“그래, 어쨌든 우린 널 무사히 데려왔구나.”
조지가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론과 빌은 내 병상 옆에 없는거지?”
“두 사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다, 조지.”
위즐리 부인이 알려주자, 조지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해리는 지니를 슬쩍 바라보면서,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 두 사람이 부엌을 지나갈 때, 지니가 소곤소곤 속삭였다.
“론과 통스는 지금쯤 돌아왔어야 해. 오래 걸리지 않는 데로 갔거든. 뮤리엘 할머니 댁은 여기서 별로 멀지 않아.”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버로우에 도착한 이후로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리려고 애를 썻지만, 이제는 불안이 그를 엄습하여 살갗위로 스멀스멀 기어올라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숨통을 마구 조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어두운 뒷 마당으로 나가는 계단을 내려갈 때, 지니가 슬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마당에서는 킹슬리가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고 있었다. 해리는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옛날에 이모부가 거실을 서성거리던 생각이 났다. 해그리드와 헤르미온느, 루핀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와 지니가 이 고요한 불침번 대열에 끼어들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몇 분이 몇 년처럼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희미한 바람소리에도 모두 화들짝 놀라며 혹시나 사라진 기사단 사람들 중 하나가 저 속에서 멀쩡한 몸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부스럭거리는 덤불이나 나무 쪽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 빗자루 하나가 나타나더니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온다!”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통스가 빗자루를 땅에 길게 끌면서 착륙했다. 그 바람에 사방으로 흙과 자갈이 튀었다.
“리무스!”
통스는 이렇게 외치더니 비틀비틀 빗자루에서 내려와 루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목이 메어 말문이 막힌것 같았다. 한편 론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향해 쓰러지다시피 다가왔다.
“너희는 무사하구나.”
론이 가까스로 중얼거리자마자, 헤르미온느가 와락 그에게 달려들더니 꼭 끌어안았다.
“난 네가..... 난 네가.....”
“난 괜찮아.”
론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랬다.
“괜찮다니까.”
“론이 정말 훌륭했어.”
통스가 루핀을 안고 있던 손을 놓으며 열렬히 칭찬을 했다.
“아주 굉장했지. 죽음을 먹는 자 한 놈의 머리에 정통으로 기절 마법을 쏘아 맞혔어. 날아가는 빗자루 위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겨냥한다는 건.....”
“네가 그랬어?”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론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항상 그렇게 놀랐단 식으로 말하는군.”
론이 그녀의 팔을 풀면서 약간 툴툴거렸다.
“우리가 마지막인가?”
“아니.”
지니가 말했다.
“아직도 빌과 플뢰르 그리고 매드아이와 먼던구스를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엄마 아빠에게 론이 무사하다고 알려드릴게.”
지니가 다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왜 이렇게 늦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루핀이 거의 화난 목소리로 통스에게 물었다.
“벨라트릭스였어요. 거의 해리를 잡듯이 날 잡으려고 하더라고요. 리무스, 그 여자는 날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어요. 내가 그 여자를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벨라트릭스에게 꼭 이 빚을 갚아야지.”
통스가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로돌푸스에게 상처를 입힌 건 확실해요.....
그런 다음 뮤리엘 할머님 댁에 도착했는데, 할머님이 너무 야단법석을 떠시는 바람에 그만 포트키를 놓쳣지 뭐예요. 그래서.....“
루핀이 기가 막힌 듯 입을 딱 벌리더니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 다들 무슨 일이 있었죠?”
통스가 해리와 헤르미온느, 킹슬리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빌과 플뢰르 그리고 매드아이와 먼던구스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싸늘한 서리처럼 그들의 마음에 내려앉아 점점 더 날카롭게 파고들어,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만 다우닝가로 돌아가 봐야 겠어요. 벌써 한 시간 전에 돌아갔어야 하는 건데.”
마침내 킹슬리가 마지막으로 하늘을 한번 살펴보더니 체념한 듯 말했다.
“사람들이 돌아오면 저에게도 연락 주세요.”
루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킹슬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대문을 향하여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버로우의 경계선을 넘자마자, 킹슬리가 뿅 하고 순간이동을 하는 소리가 해리의 귀에 희미하게 들리는것 같았다.
그때 위즐리 씨와 위즐리 부인이 뒷문 계단을 황급히 달려 내려왔다. 지니는 그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론을 먼저 와락 껴안고 난 후에, 비로소 루핀과 통스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우리 아들들을 돌봐 줘서.”
위즐리 부인이 인사를 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몰리.”
통스가 즉시 대답했다.
“조지는 좀 어떤가요?”
루핀이 물었다.
“조지가 어떻게 됐나요?”
론이 소리 높여 물었다.
“조지가 귀를.....”
하지만 위즐리 부인의 두시말은 동시에 터져 나온 함성 소리에 그만 묻혀 버렸다. 세스트랄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그들로 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착륙했던 것이다. 빌과 플뢰르가 세스트랄의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바람에 마구 헝클어진 모습이었지만 다친 데는 없었다.
“빌!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위즐리 부인이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빌은 힘없이 어머니를 껴안았다. 그는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매드아이가 죽었어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해리는 마음속에서 뭔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무너져 내린 그것은 땅속으로 꺼지더니 영원히 그를 떠나 버렸다.
“저희가 보았어요.”
빌이 말하자, 플뢰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엌 창문을 통해 흘러나온 불빛을 받아 그녀의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반짝거렸다.
“우리가 포위를 뜷고 나가는 순간, 바로 그 일이 벌어졌어요. 매드아이와 먼던구스는 우리 뒤를 바싹 쫓아오고 있었죠. 다 함께 북쪽을 향해서요. 그런데 볼드모트 그자가 곧장 그들을 공격했어요. 그자는 하늘을 날 수 있었어요. 먼던구스는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엇지요. 그자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렸어요. 매드아이가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먼던구스는 그냥 사라져 버렸어요. 그때 볼드모트의 저주가 매드아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거예요. 그는 그대로 빗자루에서 떨어져 버렸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여섯 명이나 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저희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히 너희는 어쩔 수 없었어.”
루핀이 다독거렸다.
그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망연자실 서 있었다. 해리는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매드아이가 죽다니. 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강인하고 용감하고 능력있는 매드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더 이상 마당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서서히 떠오른 것 같았다. 그들은 말없이 위즐리 씨와 위즐리 부인의 뒤를 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가 킬킬거리고 웃고 있는 거실로 들어갔다.
“뭐가 잘못됬나요?”
프레드가 방 안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누가.....?”
“매드아이가 죽었다는 구나.”
위즐리 씨가 대답했다. 쌍둥이 형제의 얼굴은 미소가 싹 사라지면서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통스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매드아이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해리도 알고 있었다. 마법부 내에서도 가장 매드아이의 총애를 받는 부하 직원이었던 것이다. 한편 해그리드는 거실 안쪽 구석을 거의 다 차지하고 앉아서 식탁보만한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빌은 찬장으로 걸어가더니 파이어위스키 한 병과 유리잔을 꺼냈다.
“자, 여기.”
빌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위스키가 가득 담긴 열두개의 유리잔이 방 안을 가로질러 사람들 앞으로 각기 날아갔다. 그는 남아 있는 열세 번째 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매드 아이를 위하여.”
“매드 아이를 위하여.”
다 함께 외치며 술잔을 비웠다.
“매드 아이를 위하여.”
해그리드가 약간 뒤늦게 따라 하더니 딸꾹질을 했다.
파이어위스키가 목을 넘어가자, 해리는 목구멍이 타는 듯했다. 술기운이 다시 감정을 뜨겁게 불러일으키는 것 같앗다. 무감각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용기 비슷한 뭔가가 마음속에서 타올랐다.
“그럼 먼던구스는 사라졌단 말인가?”
단숨에 술잔을 비운 루핀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모두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루핀을 지켜보았다. 해리가 보기에, 다들 그가 하려는 말은 계속 듣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약간 겁먹는 표정들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저도 알아요.”
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도 이곳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을 했어요. 죽음을 먹는 자들은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엇던것 같거든요. 안 그런가요? 하지만 먼던구스가 우리를 배신했을 리는 없어요. 그자들은 해리가 일곱명이란 사실을 몰랐어요. 그래서 우리가 나타나는 순간 몹시 당황하더군요. 혹시 잊으셧을까 봐 드리는 말씀인데, 그런 얍삽한 속임수를 제안한 자가 바로 먼던구스 였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겠어요? 전 먼던구스가 그냥 겁에 질렸다고 생각해요. 그자는 앞장서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매드아이가 억지로 시켰죠. 결국 그 사람이 곧장 그들에게 덤벼들었고요. 그러니 어느 누군들 정신이 나가지 않겠어요.”
“그 사람은 과연 매드아이가 예상했던 그대로 행동했어요.”
통스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매드아이는 그 사람이 진짜 해리가 제일 강하고 실력이 좋은 오러와 함께 갈 걸로 생각할 거라고 말했었죠. 그 사람은 매드아이를 제일 먼저 쫓아갔어요. 그런데 먼던구스가 도망을 쳐 버리자 킹슬리에게로 방향을 돌렸던 거고요.”
“네, 전부 다 맞능 말이네용. 하지만 오능 밤 우리가 아리를 이동시킨다는 걸 저들이 어떻게 알았능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아용, 안 그런가용?”
플뢰르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누궁가 실수를 한게 틀림없어용. 누궁가 외부인에게 날짜를 흘린 거라고용. 그래야만 그자들이 날짜능 알았지만 정확한 계획응 몰랐다는게 설명될수 있다고용.”
플뢰르는 모든 사람들은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구든 자신의 말에 맞설 테면 어디 한번 맞서 보란 표정이었다. 모두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오직 해그리드 만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채, 이 침묵을 깨고 딸꾹질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해리는 해그리드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던 해그리드..... 그가 그토록 사랑하고 믿는 해그리드..... 한때 속임수에 빠져서 용의 알을 받고 결정적인 정보를 볼드모트에게 제공했던 해그리드....
“아니야.”
해리가 큰 소리로 불쑥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파이어위스키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커진 모양이었다.
“제 말은..... 만약 누군가 실수를 했다면.....”
해리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정보를 흘렸다면, 그렇다 해도 절대 고의는 아니었을 거란 거예요. 그러니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란 말이죠.”
해리는 또다시 평상시 보다 약간 더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서로를 믿어야만 해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 모두를 믿어요. 이 방에 있는 누군가가 저를 볼드모트에게 팔아넘기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의 말이 끝나자, 더욱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엇다. 해리는 또다시 약간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꼇다. 그리고 아무 행동이라도 하기 위해 파이어위스키를 몇 모금 더 들이켰다. 그러면서 매드아이를 생각했다. 매드아이는 항상 사람들을 기꺼이 믿어주는 덤블도어를 비난해 왔던 것이다.
“말 한번 잘했다. 해리.”
갑자기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
“그래. 자알했어. 자알했어.”
조지가 프레드를 곁눈질하더니 입술 한쪽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한편 루핀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해리를 바라보았다. 거의 딱해서 못 봐 주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세요?”
해리가 물었다.
“아니, 네가 제임스를 쑥 빼닮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루핀이 대답했다.
“제임스라면 친구들을 의심하는 걸 가장 치욕스런 불명예라고 여겼을 테니까 말이다.”
해리는 루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친구인 피터 페티그루에게 배신을 당했던 것이다. 해리는 갑자기 격렬한 분노를 느꼇다. 마구 따지며 덤벼들고 싶었다. 하지만 루핀은 휙 돌아서더니, 술잔을 작은 탁자 위에 내려 놓고 빌에게 말을 걸었다.
“할 일이 있네, 킹슬리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아니요, 제가 할게요. 제가 가겠습니다.”
빌이 당장 대답했다
“어딜 가는데?”
통스와 플뢰르가 동시에 물었다.
“매드아이의 시신이 잇는 곳으로, 시신을 되찾아야 해.”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이 애절한 표정으로 빌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자고요?”
빌이 반문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가져가질 원하시진 않겠죠?”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루핀과 빌은 작별 인사를 하고 즉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직 해리만 그대로 서 있었다. 갑작스럽고 온전한 죽음이 유령처럼 그들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저도 가겠어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휘둥그레진 열 쌍의 눈동자가 동시에 그를 향했다.
“바보 같은 소리마라 해리. 도대체 모슨 소릴 하는 거냐?”
위즐리 부인이 가볍게 나무랐다.
해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이마의 흉터가 다시 쿡쿡 쑤시고 있었다. 거의 1년이 넘도록 이렇게 심한 통증은 느껴 본적이 없었다.
“제가 여기 있으면 모두 위험해요. 전 그렇게 되는 걸 원지 않.....”
“어리석게 좀 굴지 마라!”
위즐리 부인이 야단을 쳤다.
“오늘 밤 모든 목적은 너를 이곳까지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 목적이 성사되어 감사할 따름이란다. 게다가 플뢰르도 프랑스가 아닌 이곳에서 결혼하는 데 동의했어. 우리는 다 함께 이 곳에 머물면서 너를 돌봐 줄 수 있도록 모든 일정을 조정해 놓았단다.”

 

 

 

 

 

 

 

 

 

 

 

 

 

 

 

나머지도 보내드리겠습니다 ^^; 채택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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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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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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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일이나 조이파일 같은데 들어가서 가입하시면 찾아서 다운받을수 있을거에요..
가입하면 포인트를 좀 주는거 같던데 

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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