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

비 오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왜 더 덥지?

송윤경 기자

장마 강우 방식 ‘소낙성’으로 바뀌어 오다 그쳤다 반복

고온다습 계속되며 불쾌감 높아져…열대야도 빠른 편

<b>‘게릴라 호우’에 나무 밑 대피…11일까지 비소식</b> 9일 오후 서울광장에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이 급히 비를 피하고 있다. 기상청은 10일 새벽부터 낮 사이에 천둥과 번개가 동반하는 세찬 비가 국지적으로 내린다고 예보했다. 9~10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 영서 50~100㎜(많은 곳은 150㎜ 이상), 충남과 전북 서해안 120㎜ 등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게릴라 호우’에 나무 밑 대피…11일까지 비소식 9일 오후 서울광장에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이 급히 비를 피하고 있다. 기상청은 10일 새벽부터 낮 사이에 천둥과 번개가 동반하는 세찬 비가 국지적으로 내린다고 예보했다. 9~10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 영서 50~100㎜(많은 곳은 150㎜ 이상), 충남과 전북 서해안 120㎜ 등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경기 성남시에 사는 강모씨(59)는 요새 침대에서 내려와 이부자리도 깔지 않고 방바닥에서 잠을 청할 때가 많다. 후텁지근한 밤공기 때문에 쉽게 수면을 취할 수 없어서다. 강씨는 “불쾌감 때문에 자다가 깨어나 에어컨을 틀었다가 다시 끄기를 반복한다”면서 “새벽녘이 돼야 잔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장마기간엔 비가 계속되고 이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그러나 올해엔 폭염과 소나기, 높은 습도가 동시에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예년과 다른 ‘소낙성 장마’ 때문이다.

장마기간의 고온·고습 현상 자체는 이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비를 뿌리는 ‘방식’이 바뀌면서 정도가 심해졌다. 지난 8일 전국 최고기온이 31.3도를 기록한 데 이어 9일은 34도까지 올랐다. 10일과 11일에도 33도까지 오르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습도 역시 심화됐다. 올해 7월1일부터 8일까지의 전국 습도 평균은 89%(최대치 100%)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의 습도 평균인 80%보다 훨씬 오른 수치다.

사실 ‘기온’만을 기준으로 삼는 ‘열대야’(오후 6시~다음날 9시까지 최저기온 25도 유지)는 8~9일 기준으로 강원의 강릉, 대구와 경북의 울진·포항, 경남 양산, 제주지역의 고산에서만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높은 습도가 계속되다 보니 불쾌감 때문에 ‘열대야’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평년보다 장마가 늦게 시작됐는데도 열대야가 이르게 나타난 점도 올해의 특징이다. 올해 첫 열대야는 지난달 30일 강릉·포항·영덕·경주에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대체로 7월에 첫 열대야가 시작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소낙성 비가 내리면서, 비가 그친 시기에 햇빛이 들어 기온이 올라가는 데다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까지 불어와 덥고 습한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쪽의 찬 공기 힘이 세 장마전선 형성도 늦어졌고 전선의 형태 또한 ‘동서’로 만들어지지 않고 남동쪽으로 훑고 지나가다가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강해지면 비를 뿌리는 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소낙성 장마 현상은 아열대화한 한반도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기후변화에 의해 수증기가 많이 상승되는데, 이 수증기가 내려올 때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려오는 현상을 보여 예전의 장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가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은 11일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비를 뿌리며, 토요일인 15일 오후부터 남부지방부터 다시 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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