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도전,지구탐험대'의 안전불감증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맹독성 킹코브라를 손으로 제압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내보내더니 결국 출연자가 아나콘다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개그우먼 정정아(28)는 지난달 22일부터 3주 일정으로 남미 콜롬비아 야르보 부족 체험에 나섰다가 촬영도중 아나콘다에게 물려 뱀의 이빨이 팔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마지막 촬영날,숲에서 아나콘다에게 오른팔을 물렸다"면서 "고통이 심해 팔을 뺐지만 담당 PD가 촬영을 위해 다시 넣으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정아는 현지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귀국해 병원에서 파상풍 감염여부 검사를 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

세계 각국 오지의 극한 상황에 도전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생생히 그린다는 취지로 출발한 '도전,지구탐험대'는 출연 연예인들을 각종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1999년 중견 탤런트 김성찬은 라오스로 오지 체험을 다녀온 뒤 뇌성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바 있다.

이같은 불상사가 빚어진 후에도 시청률을 의식한 위험한 오지 체험은 계속됐다. 지난 4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배우 김기연이 킹코브라를 맨손으로 잡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는 방송 직전 "맨손으로 독뱀을 잡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으나 정작 화면에 잡힌 그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뱀을 손으로 잡느라 두려움이 가득찬 모습이었다. 킹코브라는 코끼리를 쓰러뜨릴 정도의 맹독을 가진 위험한 뱀이다.

시청자 서민호씨는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높이려고 사람 목숨을 담보로 연예인들을 사지로 떠밀고 있다"면서 "이렇게 흥미와 재미만 강조하다가 언젠가 제2의 김성찬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전,지구탐험대' 제작 팀장인 김영묵 PD는 "지난 10일 외주제작사의 담당 PD로부터 현지에서 응급조치를 했고,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들었다"면서 "담당 PD가 16∼17일쯤 귀국하면 자세하게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 2TV는 지난해 9월 성우 장정진씨가 '일요일은 101%'에서 찹쌀떡 먹기 게임을 하던 중 떡이 목에 걸려 질식해 사망한 사고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