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문순 후보 “다음엔 광재랑 올게요”

횡성·인제·춘천 | 박홍두 기자

강원지사 후보 동행 취재기

“안녕하세요. 최문순입니다. 이광재 대신 나왔습니다.”

강원 횡성 5일장이 섰던 6일 오전 10시. 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의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장터에 쩌렁쩌렁 울렸다. 연두색 당 점퍼 위에 두른 띠에는 ‘2번. 강원도를 지켜내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혔다.

최 후보는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잡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광재 전 지사의 이름을 함께 얘기했다. 선거판에 얹어져 있는 ‘이광재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다. 장터를 찾은 70대의 한 할아버지는 대뜸 “아니, 광재는 어디 있어? 왜 같이 안 왔어?”라고 묻기도 했다. 최 후보는 “광재는 못 왔어요. 다음엔 같이 올게요”라며 웃었다. 그는 “이 전 지사가 평창 알펜시아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으로 떠났는데 돌아오는 대로 함께 유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b>“많이 드세요”</b>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인 최문순 전 MBC 사장이 6일 춘천 시립양로원을 찾아 노인 환자에게 죽을 떠먹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많이 드세요”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인 최문순 전 MBC 사장이 6일 춘천 시립양로원을 찾아 노인 환자에게 죽을 떠먹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노인들이 많은 시골 장터에서 그는 좌판에 앉아 손수 키운 감자·더덕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과 눈을 맞추며 무릎을 굽혔다. “직접 캐신 거예요? 많이 파십시오.”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따뜻했다. 박카스 한 병을 건네주는 생선 좌판 할머니, 악수 청한 손을 두 손으로 탁탁 쳐주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반대로 “나는 한나라당으로 정했네”라는 할아버지도 보였다.

오늘의 테마는 내내 “기호 2번을 기억해주세요”라며 만난 노인들이었다. 횡성 우천면의 ‘어르신 사랑 나눔’ 행사를 찾은 최 후보는 “어르신들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큰절을 했다. “이기려면 한잔 잡숴야지”라며 종이컵 가득 소주를 담아주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최 후보는 민원을 적는 메모장을 갖고 다녔다. 어딜 가나 발전이 더딘 ‘소외론’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횡성 장에서 만난 노인은 “우리 동네에 아직도 수도가 안 들어와. 어떻게 좀 해줘”라고 말했다. 그는 “당도 필요없고 정치도 필요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구제역 역풍을 맞은 영서지역이나, 금강산 관광이 막혀 지역경제가 힘들어진 동북부 접경도시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했다.

최 후보는 “내 꿈은 강원도를 3등분해 정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영동권엔 제2개성공단, 영서권엔 방송영상단지 유치, 원주권에는 건강·관광기지 구축이었다. 그는 “강원도민은 여당과 싸우는 투사보다는 도를 이끌 리더를 바라고 있다”며 도지사 후보로서의 변화도 보여줬다.

추격자의 위치 아니냐는 질문에는 “따라잡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인구 150만명이 사는 강원도가 넓고 인지도는 뒤지지만, MBC 에 대해 말을 바꾸고 한나라당을 택한 엄기영 후보에 대한 반작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밀린다는 지적엔 “이광재 전 지사도 그랬다”고 답했다.

최 후보는 승부처로 TV토론과 영동권 득표를 꼽았다. 서울의 몇 배나 되는 강원도를 다녀 보면 “TV토론 보고 결정하겠다”는 유권자도 많다는 것이다. “이 전 지사도 TV토론에 신경쓰라고 코치해주더라”고 전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3㎏이 빠졌어요.” 오후에 인제군 내린천을 찾은 그는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저울 위에 몸을 실으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차량 안에는 언제나 갈아입을 수 있는 양복 5벌과 목을 보호하는 도라지음료가 있었다. “역전승으로 이광재의 꿈을 완성하겠다”며 63m높이의 번지점프대로 올라간 그는 “투표합시다”를 외치며 창공에 몸을 던졌다.

▲ 최문순 후보(민주당)

△강원 춘천(55) △춘천고, 강원대 영어교육 △육군 병장 제대 △MBC 입사(1984년), MBC 노조위원장(1995~96년), MBC 사장(2005~2008년), 국회의원(18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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