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사퇴 부른 김미균 대표가 친문 후보?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됐다가 취소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그의 사퇴 이유는 지난 12일 발표한 서울 강남병 지역구 공천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이었다. 당내에서는 통합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에 ‘문재인 정부와 친한 인사’를 공천했다는 반발이 나오면서다.

통합당이 서울 강남병에 추천한 후보자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34)였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22세 대한민국 최초로 정보통신 기반 소셜 벤처를 창업한 인재”라고 소개했다. ‘청년’ ‘여성’ ‘IT 기업인’으로서 강조를 한 것이다.

김미균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김 대표의 강남 공천 사실이 알려지자 통합당 내부는 술렁였다.

김 대표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는 내용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대통령님이 집으로 보내주신 선물”, “신기하고 또 감사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문제됐다. 기업 행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방문한 것을 홍보하는 글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통합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청년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의 역량 검증된 인재들은 추풍낙엽이더니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안된 청년 후보가 강남 벨트에 공천된다”며 “놀랍고 황망하다”고 남겼다. 신 의원은 “우리가 반문전선이지, 문지지자까지 껴안는 통합당이었냐”며 공개적으로 공관위에 반박했다.

당 내부에서는 “친문 후보 아니냐”라는 반발과 “페이스북 글 하나 가지고 좌파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라는 의견이 맞섰다.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방향 부족했지만 SNS(상에서) 하룻밤만에 문빠가 되어 있더라”라면서 “누군가 강하게 지지한 것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강남분들이 가진 도전정신, 그리고 세대 아우르려는 마음을 알고 있다”면서 “도와주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형오 위원장이 사퇴하기 전 이날 오전 서울 강남병의 통합당 일부 당원들은 김 위원장 자택 앞으로 가 김씨 공천 철회를 촉구하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김 대표의 공천을 취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김미균 후보, 원석 같은, 그리고 앞길 탄탄한 분을 어제 (발표)했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심정에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제가 사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