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대학 입학식·OT 취소
- 온라인 수업 대체… 유대감 줄어
- 수강과목 선택 때 혼란 겪기도
- 일부는 벌써부터 ‘반수’ 준비
- 대학들 신입생과 전화 멘토링
- 특별휴학제 등 대안 마련 분주

코로나19 여파로 부산지역 대학이 지난 16일 일제히 개강했지만 입학식은 고사하고 대부분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하면서 대학가에 ‘3월의 낭만’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가의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 가운데 17일 경성대 캠퍼스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성대 고신대 부경대 부산대 동아대 동명대 한국해양대 등 지역 대부분 대학이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돼 있던 입학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통상 신입생은 입학식과 OT에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전면 생략되면서 학사일정 등 대부분의 공지사항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형태로 전달됐다.

자신이 입학한 학교에 아직 가보지도 못한 신입생이 많을 정도로 ‘캠퍼스 낭만’은 딴 세상의 이야기가 됐다. 부산외대 1학년 김민재(18·러시아터키중앙아시아학부) 씨는 “계속 등교가 연기되니 집에만 있는 것이 힘들고 친구를 사귈 시기인데 교류가 없다. 대학에 들어가면 보드게임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동아리는커녕 캠퍼스도 가보지 못했다”며 “온라인 강의도 처음 해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동서대 1학년 이민지(18·방송영상학과)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 씨는 “수강신청 때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는데 동기와 선배는 만난 적도 없어 물어볼 수 없었다”며 “학과 단체 채팅방이 있지만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한 학과 조교는 “OT를 하면 컴퓨터실에 같이 모여 수강신청을 하고 모임도 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유대감도 쌓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데 올해 신입생은 이런 기회가 없다 보니 조교실에 학사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일부 신입생 사이에서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져 벌써 반수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운대구의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재수 여부는 보통 수능 직후에 결정하고, 반수생은 여름방학 때 오는데 2월 문의가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동아대는 올해 1학기에 한해 신종 코로나 관련 특별휴학제도를 시행한다. 신입생은 등록 첫 학기에는 휴학할 수 없지만 특별휴학제도를 통해 예외적으로 휴학을 허용했다. 코로나19에 따라 학생에게 안전하게 학습할 권리를 보장하고, 휴학 제한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진은 지난 9~11일 신입생 전원과 전화 멘토링을 진행, 학업을 비롯해 캠퍼스 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명대 관계자는 “신입생이 집에서 수업받는 현재 상황이 더 길어지면 교수진과 학생 간 유대감 형성과 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화 멘토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3월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대학가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가 인근 한 상인은 “코로나19 사태로 하루 매출이 평소 대비 반토막 나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대학 개강마저 연기돼 생계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최지수 기자 z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