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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34. 군포 역전시장
경제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34. 군포 역전시장

전통은 지키고 시설은 현대화… 시장의 부활

군포 역전시장은 앞에 설치된 커다란 간판이 아니라면 눈치 채지 못한 채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한 시장이다. 100여m 정도 되는 짧은 직선거리 양쪽으로 60여 개 상점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작은 규모지만 시장에 들어서자 과일, 채소, 축산, 해산물, 건어물, 의류 및 잡화 등 다양한 품목과 먹을거리가 나란히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상인과 고객들의 대화가 오가고 단골손님에게는 그동안 안부를 묻는 등 왁자지껄하며 활기를 띤 역전시장은 훈훈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군포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군포역전시장(군포시 군포로 548-1)은 산본시장과 더불어 군포시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1950년대부터 형성된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군포가 시로 승격되기 전부터 역전시장은 그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군포장이라 불리며 주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거래하던 장소였다. 모름지기 교통과 시장이 발전한 곳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 마련이다.

1950년대 군포장에서 군포 역전시장으로 바뀌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았다. 그렇게 역전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점차 시대가 바뀌면서 주변에 대형마트를 비롯해 역전시장을 대체할 곳이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그대로 낙후된 시설과 가건물들도 문제였다.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시장에 점차 발길을 끊으며 깔끔한 대형마트를 찾게 됐다.

역전시장이 이런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2005년 전통재래시장으로 정식 인증을 받은 후, 2008년에 시장 현대화 사업이 이뤄졌다. 아스팔트로 바닥을 깔고, 파라솔로 가렸던 하늘을 거대한 지붕으로 막아 아케이드를 만들었다. 각 상점의 간판도 깔끔한 원형 모양으로 통일하고 그 아래에는 판매 물품의 특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은 일러스트 간판도 달아놓아 친근감을 더했다. 개장 이래 백여 년 만의 새 단장으로 시장 분위기도 새로워졌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자 4월이면 군포시의 꽃인 철쭉을 전시하는 철쭉제, 가을 행사,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세일 행사 등 역전시장과 연계된 전통 장날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 결과 역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다시금 늘어나게 됐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단골손님들은 역전시장이 역사 속에 사라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익숙한 길을 따라 발걸음 한다. 시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머뭇거림은 잠시, 너도나도 들어서는 분위기에 절로 들떠 시장 안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역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구예리ㆍ김해령기자

 

[인터뷰] 정성순 군포 역전시장 상인회장

“남녀노소 사랑받는 시장으로 진화 도전”

“긴 역사의 전통성과 현대화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습니다”

정성순 군포역전시장 상인회장(69)은 무려 13년째 상인회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5년 총무로 시작해 10년 동안 상인회에서 일해온 그는 10년간 2008년 환경개선사업, 깔끔업소개선사업 등 시장의 굵직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행동 대장 역할을 했다. 2015년, 아무도 회장직을 하지 않으려 하고 시장은 계속해서 어려워져만 가는 것을 보고 정 회장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상인회장직이 매우 힘들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시장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장직을 선택했다”고 상인회장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역전시장 근처 상권 및 시장의 콘셉트 분석 등에 온종일 고민 중이다. 고객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소문이 나기 쉽고 부담없는 다양한 먹을거리 상품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지론이다. 역시나 현재 군포 역전시장에 부족한 것은 바로 먹을거리라고 한다. 1차 식품 위주의 시장으로 전통 있는 맛집은 있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현재 상인들의 세대교체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150년 전 군포역전장으로 시작해 전통성은 있지만, 현대화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이러한 전통성과 현대화를 조화시키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는 1년에 6번 이뤄지는 상인 교육을 통해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세일행사도 이 취지에서 시작됐다. 중년층과 노년층, 젊은 층까지 모두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올해 여름부터 시장 중앙에 상품들을 전시해 놓고 모든 점포가 참여하는 세일행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 열었지만,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 9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34년 동안 역전시장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해온 정성순 회장은 상인회장이 되고 나서부터 본인 가게 운영은 이미 뒷전이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시장이 발전하려면 구성원들의 화합이 전제돼야 한다”며 “상인들이 지금처럼 잘 따라와 준다면 금방 역전시장은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구예리기자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군포왕족발

군포왕족발의 김미라 대표(53)는 역전시장에 자리 잡은 지 19년째인 베테랑이다. 대표 메뉴인 군포왕족발(中, 2만 2천 원)을 예사롭지 않은 칼질로 손질하는 김 대표의 손놀림은 장인의 느낌이 가득하다. 썰어나온 먹음직스러운 족발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식욕을 자극한다. 수많은 단골이 찾는 이곳의 비결은 생족에 한약재가 들어간 소스를 사용해 재우는 정성에 있다. 김 대표는 “시장 안에서 장사하다 보니 채소 같은 부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구매해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언제나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조미료도 없이 만들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개구리반찬

개구리반찬의 엄정자 대표(58)는 큰 손으로 맛있는 반찬을 저렴하게 판매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아낌없이 덤도 많이 줘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손님들에게 가족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엄 대표 덕에 주부와 자취생 등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다. 개구리반찬의 특히 유명한 반찬인 메밀전병(개당 1천 원)은 강원도 평창 메밀에 김치와 8개의 양념을 넣고 만든다. 다른 반찬가게에서는 보기 어려운 메뉴인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참기름, 들기름을 단골 방앗간에 의뢰해 직접 짜서 사용할 만큼 재료에 큰 투자를 해 맛과 건강까지 보장돼 있다.

 

보통집

끓는 솥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와 보글보글 소리가 후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하는 보통집은 역사가 깊은 집이다. 무려 35년 동안 한곳에서 순댓국을 끓여온 김금주 대표(78)는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옛날 방법’을 고집하며 순댓국을 만들어오고 있다. 단돈 5천 원이면 35년 내공의 할머니가 푹 끓여 만드는 순댓국 한 그릇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청결과 신선이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는 항상 돼지머리를 통째로 들여와서 손수 손질해 맛을 낸다고 한다. 김 대표는 “손은 많이 가도 그만큼 음식의 맛은 더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한번 와 본 손님들은 잊지 않고 계속 찾아오게 한다는 마성의 맛을 가진 보통집은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자식들도 찾아올 만큼 오래된 맛집이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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