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역전시장’(군포시 당동 749) 입구에 설치된 ‘군포지역화폐 군포愛머니’ 홍보 현수막.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군포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몇 걸음 걸었을 때,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로 높게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군포지역화폐 군포愛머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였다. 하단에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 군포사랑 소득공제 30%, 충전금액의 6~10% 추가지급, 1인 월 50만 원 구매’라는 내용이 더해졌다.
군포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군포역전시장’(군포시 당동 749)은 100m가 조금 넘는 직선거리의 양쪽으로 57개의 점포들이 모인 전통시장이다.
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군포역전시장에서 불고 있는 군포시 지역화폐 ‘군포愛머니’의 이야기다. 군포시 지역화폐는 충전식 선불카드형태로 발행됐다.
■ 군포역전시장 상인들, ‘군포愛머니’ 홍보에 앞장
이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군포역전상인회로, 시장 입구와 군포역 앞 등 2곳에서 ‘군포愛머니’ 홍보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정성순(69‧고려인삼사 대표) 군포역전시장상인회장은 “지금 (군포시 지역화폐를) 알리려고 하다 보니 홍보를 말로만 해선 안 될 것 같아 상인회에서 임원회의를 통해 현수막을 (설치)했다”면서 “시안을 할 때, 고민을 해서 예쁘게 나오도록 몇 번 수정했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1950년대 시장이 형성된 곳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랜 역사가 있는 전통시장이다. 특히 2008년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군포시민에게 좀 더 친근한 공간으로 변신했으며 농산‧청과, 축산‧정육, 의류‧생활용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군포시와 군포문화원에 따르면, 군포역전시장은 지난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된 이래 50여 개의 점포로 구성됐다.
역사 속에서 ‘군포’라는 지명이 들어간 장터를 살펴보면, 군포역전시장은 조선시대 군포천 옆에서 열렸던 ‘군포천장(軍浦川場)’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1796년(정조 20년) ‘군포천장’(조선시대 과천현 남면, 현 안양시 호계3동) 근처에 거주하던 40호의 주민들이 군포천을 지나던 좌의정 채제공(蔡濟恭)에게 군포천장의 재개설을 요구함에 따라 화성유수(華城留守, 고려‧조선 시대의 지방관)에 의해 허가됐다.
정성순 군포역전시장상인회장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군포愛머니’ 카드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정성순 군포역전시장상인회장의 손에 들린 ‘군포愛머니’ 카드. 군포시 지역화폐 ‘군포愛머니’는 ‘군포 사랑이 가득한, 군포사랑을 시민 모두가 실천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특히 ‘군포천’ 주변에서 생긴 ‘군포천장’에서 시작됐으며, 1926년 1월 6일 군포장(시흥군 서이면 호계리)의 이전 설치가 인가됐다.
기존의 호계리 군포장은 1925년 12월 23일 폐지됐다. 그 대신에 같은 날, 서이면 안양리에 안양시장이, 남면 당리 군포역전에 군포시장의 설립이 인가됐다. 군포장의 이전으로 군포장역(軍浦場驛, 1905년 1월 1일 영업 개시, 현 군포역) 주변은 지역중심지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현재의 명칭인 군포역전시장은 지난 1950년대 군포장에서 이름이 변경됐다.
정성순 회장은 “군포역전시장은 조선시대 ‘군포천장’에서 비롯된 역사가 깊은 전통시장이다. 특히 ‘한국 가톨릭 박해 역사에서 150여 년 전, 수리산 교우촌 교인들이 담배농사를 지어 군포장에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이곳 시장은)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군포愛머니’ 카드를 손에 들어 보이며 정 회장은 “현수막을 본 많은 군포시민들이 ‘군포愛머니’에 대해 물어보시더라. (지역화폐 홍보) 현수막이 효과가 있었다”면서 “곳곳에 (현수막을) 다는 게 나을 것 같았고, 한 사람이라도 (지역화폐) 카드를 만든다면 지역경제에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또 “저는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입장으로 (골목상권이) 큰 대기업마트에 손님을 뺏기는 부분이 항상 안타까웠는데, 지역화폐가 발행됨으로써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시게 됐다. 골목상권에서만 쓸 수 있어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상인회원들부터 ‘군포愛머니’를 발급받게 할 것이다. 상인회원들 가운데 군포시 지역화폐카드를 쓰는 이들도 많다”면서 “이달에 ‘군포愛머니’ 카드에 50만 원을 충전해 편리하게 썼다. 재충전해 쓸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포역전시장상인회는 주민자치센터,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지역화폐 설명회에 참석하는 한편, 상인회원 대상 협조 서면을 돌리는 등 군포시 지역화폐 ‘군포愛머니’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온누리상품권과 비교하면, ‘군포愛머니’는 시작단계여서 이게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지역화폐가 더 활성화될 것 같아요. ‘상부상조’라고 (지역화폐를 통해) 군포시가 좋아진다는데, 우리가 적극 나서야죠”라는 정 회장의 말은 의미 있게 들렸다.
■ ‘군포愛머니’ 발행 한 달여 만에 일반발행 9억8천만 원
‘군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철쭉의 도시’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군포철쭉축제’는 경기도 관광 대표축제로, 매년 4월이면 철쭉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군포를 찾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봄에 가보고 싶은 명소’로 선정되며 봄철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군포시 지역화폐 ‘군포愛머니’는 충전식 선불카드형으로 발행됐으며, 올 2~3월 전국 공모를 통해 명칭을 공모로 결정됐다. ‘군포 사랑이 가득한, 군포사랑을 시민 모두가 실천하자’는 뜻에서 ‘군포愛머니’ 카드로 정하게 됐다고 한다.
유형균 군포시 지역경제과장이 ‘군포愛머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군포시 중심상가에 설치된 ‘군포愛머니’ 홍보 부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군포시는 인구 27만5,207명(올 4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의 소도시임에도 지역화폐 사용량은 타 시‧군 대비 높은 편이었다.
유형균 군포시 지역경제과장은 “‘군포愛머니’ 카드 등록 건수는 6,685개(일반발행+정책발행, 5월 13일 기준)이다”면서 “일반발행으로 충전한 것이 약 9억8,000만 원 정도이고, 정책발행은 거의 3억 원 가까이 충전시켰다. 군포시 인구 대비 일반발행이 큰 편이라 생각되는데, 이 정도면 1만7,000여 명의 군포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군포시에 따르면, ‘군포愛머니’는 5월 13일 현재 일반발행이 9억8,000만 원, 정책발행이 2억6,000만 원 등으로 총 12억4,700만 원의 지역화폐가 발행됐다.
지역화폐 홍보방법과 관련, 유형균 과장은 “한대희 군포시장님이 지역화폐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셔서 경기신용보증재단과 함께 몇 차례의 가두캠페인도 했다”면서 “군포시는 ‘군포愛머니’ 홍보를 위해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설명회를 진행했다. 한 달 전에 마케터도 모집해 군포시 중심상가에 별도의 홍보부스도 설치·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과장은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 어린이날 축제 등에서 전부 (홍보)부스를 만들어 진행했다”며 “군포시가 작은 시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큰 효과를 낸 것은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같은 결과에 박원석 군포시 부시장님이 밥도 많이 사주시는 등 격려를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유 과장은 아울러 “지역화폐를 통해 군포시에서 어려운 소상공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고, 빠른 시기에 (지역화폐를) 정착시켰으면 한다”며 “군포시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할 것이고, 향후 지역화폐가 정착된다면 ‘큐알코드형’ 지역화폐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군포시는 올해 충전식 선불카드형 지역화폐가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힘쓸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유형균 과장은 “(올해 지역화폐) 일반발행 성과가 좋으면 내년 본예산에 ‘군포愛머니’ 예산을 더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한 후, “정책발행과 관련, 출산장려금 등 군포시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발굴해 ‘군포愛머니’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군포시만의 지역화폐 활용법…교육바우처를 지역화폐로
군포시에선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해 지역화폐로 교육바우처를 지원한다.
올해 군포시는 ‘2019년 저소득층 교육 바우처사업’(이하 군포 교육바우처)을 마련, 지원 대상자 300명을 최종 확정하고 지원에 나섰다.
군포시 청소년청년정책과 송혜진 주무관은 “군포 교육바우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원수강료와 교재를 지원하는 것인데, 군포시가 매월 (지역화폐) 카드를 통한 지원으로 학생들이 학원수강료나 서점에서 교재 구입비로 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군포시는 지역 동사무소에서 추천을 받아 초등학생 100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100명 등 300명을 선정했다. 선정된 학생들에겐 매달 군포 교육바우처(초등학생 10만 원, 중‧고교생 13만 원) 지역화폐 카드를 통해 1년에 걸쳐 12번 지원된다.
군포시 청소년청년정책과 송혜진 주무관은 “군포 교육바우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원수강료와 교재를 지원하는 것인데, 군포시가 매월 (지역화폐) 카드를 통한 지원으로 학생들이 학원 수강료나 서점에서 교재 구입비로 쓸 수 있다”고 소개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군포시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청소년 교육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저소득층의 학습 기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군포시 관내에 있는 카드단말기가 있는 학원이면 다 된다고 한다.
현재 이달부터 ‘군포愛머니’ 카드를 통해 지급된 상태다. 군포 교육바우처 시행 후, 학부모들로부터 감사인사도 받았다고 한다.
송혜진 주무관은 “돈이 없어 학원을 못 보내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부담이 됐는데, 군포시 교육바우처를 통해 부족했던 수학과 영어를 학원에서 배울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학부모 전화를 받았다”면서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인데, 내년, 내후년에도 대상자를 확대해 실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바우처의 정착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대상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교육바우처 지급 활용방안에 대한 건이었다. 여러 차례의 민원이 발생된 부분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주무관은 “저소득층 부모님들을 위해 관련 앱 사용이 간편했으면 한다. 소득이 어려운 분들은 본인명의로 스마트폰을 못 만드는 경우가 있어 시스템을 조금 보완한다면 등록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군포시학원연합회 소속 79개 학원에선 교육바우처 사업 동참의 일환으로 지원 대상자들에게 시 지원 금액만큼 학원비를 할인하는 혜택을 통해 따뜻한 교육도시 조성에 힘을 더하기로 했다.
송 주무관은 “군포시 관내의 79개의 학원(군포시학원연합회)에서 동참하고자 할인을 더해 주신다고 했다. 저희 군포 교육바우처 말고도 학원에서 군포시의 지원금만큼 할인된다”고 전했다.
한편, 군포시는 군포지역화폐 ‘군포愛머니’의 조기정착 및 활성화를 위해 특별이벤트 기간(충전 금액의 10% 인센티브 지급)을 당초 4월에서 6월까지로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