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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의 범행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8넌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자 성착취 불법촬영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운영자와 공범 13명을 검거하고 5명을 구속했다”며 “나머지 공범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20일 밝혔다.

‘박사’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조모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구속된 공범 4명은 지난 1·2월 검찰에 송치됐다.

일러스트 | 이아름 areumlee@khan.kr

일러스트 | 이아름 areumlee@khan.kr

■‘박사방’의 실체

지난해 9월 기존 텔레그램 계정 ‘박사장’을 ‘박사’로 바꾸면서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박사방’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74명이다.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74명 중 25명의 신원을 파악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 앱 등에 ‘스폰 알바 모집’과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피해자들의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은 후 이들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 유포했다.

피해자들이 범행에 동원된 사례도 있었다. 신상정보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돈을 수거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게 했다.

조씨는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 가능한 ‘3단계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이 대화방에서는 입장 금액에 따라 성착취 불법촬영물의 범위가 달라진다. 경찰에 따르면 1단계 대화방은 20만~25만원, 2단계는 약 70만원, 3단계는 약 150만원을 내야 입장 가능하다. 누구나 불법촬영물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도 운영했다.

■공익요원도 동원해 범행

조씨는 대화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을 ‘직원’이라 부르며 피해 여성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조씨의 지시를 받고 미성년자 피해 여성을 성폭행한 피의자 한 명을 지난달 20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조씨는 ‘직원’들에게 성착취 불법촬영물 유포·대화방 운영 등을 맡겼다. 경찰은 아동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한 피의자와 박사방 운영을 관리한 피의자를 각각 지난 1·2월 구속 송치했다.

박사방 유료 회원들에게도 신분증이나 새끼 손가락을 얼굴 가까이 올려 사진을 찍고 인증하거나 아동 성착취물을 대화방에 올리도록 했다.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익요원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구한 뒤 이들을 통해 피해자들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인적사항을 조회하기도 했다. 조씨는 이들의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 강요 수단으로 사용했다. 범행에 가담한 공익요원 중 한 명은 지난 1월9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조씨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는 등 주도면밀한 행태를 보였다”며 “실제로 공범 중에 조씨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향후 처벌은 어떻게

경찰은 피해자 신고로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했다. 약 6개월간 수십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폐쇄회로(CC)TV 분석, 국제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을 통해 신원을 특정하고 지난 16일 조씨와 공범들을 검거하고 아동음란물제작·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개인정보 제공·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현재 “자신이 박사가 맞다”며 범행을 시인하고 있다.

경찰은 ‘박사방’에 올라온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검거해 강력히 처벌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대화방에서 영상을 다운로드 받거나 소지하고 있으면 모두 처벌 대상”이라며 “고액 유료 회원방에서는 회원들도 성착취물을 유포했기 때문에 전부 확인해서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판매해 억대 범죄수익을 거뒀다. 경찰은 “피의자 주거지에서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압수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에서 범죄 수익을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조씨의 범죄 수익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하고 모든 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꾸려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신상을 공개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해당 조항에는 “성폭력 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촬영물 원본을 확보해 폐기조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액, 스폰 알바’ 등 비정상적인 수익을 제의하는 광고는 대부분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텔레그램 등으로 나체 사진 촬영, 개인정보 제공 요구 등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히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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