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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64) 코로나19 피난처 된 노량진 '사육신공원'

지난 16일 오후 한 시민이 사육신공원 안에 있는 의절사를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수양대군(세조)은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1455년 왕위에 올랐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는 적장자 계승 원칙에 따라 단종이 왕위를 잇는 게 순리로 받아들여졌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한 집현전 학자들을 중심으로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은밀한 움직임이 일었다.

 

세조 2년 기회가 찾아왔다.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환영하는 연회자리에 단종 복위 운동에 가담한 무인 성승과 유응부가 왕을 지키는 별운검으로 임명된 것이다. 그러나 사신 환송연 전 거사 동지 김질이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이 세조 일파를 처단하려 한다는 계획을 밀고했다. 단종 복위 운동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이 일에 가담한 자들은 모두 멸문의 화를 당했다.

 

사육신묘에는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빼앗은 세조에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은 박팽년·성삼문·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가 잠들어 있다. 사육신공원은 서울시가 1977~1978년 사육신묘 성역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묘역을 정화해 지금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사육신은 왜 사칠신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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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사육신공원을 방문한 시민이 불이문 앞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사육신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9호선 노들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6분(415m)을 걸으면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가 적힌 담벼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담장이 끝나면 공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나온다. 숲길을 따라 사육신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불이문'이라는 현판이 달린 솟을삼문이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을 가장 먼저 맞았다. 솟을삼문은 가운데가 높이 솟은 세 칸의 대문을 일컫는 말로, 주로 제사공간의 출입문으로 사용된다. 가운데 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영혼이 지나다니는 문이라 제사를 올릴 때만 열어두고 보통 사람들은 양쪽 문을 이용해 드나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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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신공원에는 7기의 무덤이 있다./ 김현정 기자

 

 

불이문 안에는 사당인 의절사가 자리해 있다. 이날 사육신공원에서 만난 시민 이모(33) 씨는 "사육신이면 6명인데 위패도, 무덤도 7개다"며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한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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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인 의절사에는 사육신과 김문기 등 7인의 위패가 모셔졌다./ 김현정 기자

 

조선시대 때 이곳엔 박씨지묘, 유씨지묘, 이씨지묘, 성씨지묘라고 새겨진 4개의 표석과 4기의 무덤이 있었다. 민가에서 이를 사육신묘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숙종은 1691년 묘역 안에 사육신의 사당을 세우고 이듬해 '민절서원'이라 사액했다. 사액은 임금이 직접 사당이나 서원 등의 이름을 지어 현판(편액)을 하사하는 것으로, 국가가 인정한 서원으로 승격돼 재정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사육신묘 성역화 사업 때 김문기 후손들이 사육신에 김문기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하위지, 유성원 외에 김문기의 허묘가 함께 추봉 되면서 사육신은 사칠신이 됐다.

 

◆코로나 피난처 된 공원

 

지난 16일 오후 사육신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김문기를 포함한 7인의 위패가 봉안된 의절사 앞엔 참배객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대학생 유모 씨는 방명록에 "같은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 참배하고 기 받아갑니다!"라고 적었다. 김모 씨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과거 붙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지혁(28) 씨는 "공부하다가 답답할 때 자주 공원에 온다"면서 "각박한 노량진 속 영혼의 안식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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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시민들이 사육신공원에서 따릉이를 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공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노량진에 사는 김남현(68) 씨는 "동작구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갈 곳이 없는데 여기에는 사람이 정말 없어서 산책하기 좋다"며 "반경 3m 내로 사람이 없어서 마스크를 안 끼고 다녀도 돼서 참 편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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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신공원 내 조망명소에서는 한강철교를 지나는 지하철을 볼 수 있다./ 김현정 기자

 

사육신공원에는 63빌딩과 한강철교, 북한산과 남산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조망명소도 있었다. 동네주민 임석남(71) 씨는 "서울에 이만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 없다"며 "여름엔 이 쉼터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열기를 식혀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동작구는 지난해 4월 사육신공원 전망대에 '쿨링포그 쉼터'를 조성했다. 쿨링포그는 정수 처리한 물을 특수 노즐을 통해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여름에 쉼터를 방문하면 빗방울 100만분의 1크기의 안개비를 만나볼 수 있다.

 

구는 "쿨링포그는 주위 온도를 3~5도가량 낮춰준다"며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오존 발생을 줄여 대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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