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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 전달”… 영수증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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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 전달”… 영수증도 공개

입력
2020.05.08 13:46
수정
2020.05.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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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공식입장 밝혀

“정기적으로 회계감사 받고 공시한다” 반박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한 것과 관련 정의연 측이 “부족한 지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위안부 성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준 영수증까지 공개하며 반박했다.

정의연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내용의 공식입장문을 올렸다. 이 할머니가 전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연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향해 작심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이날 30년 가까이 정의연에 이용당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됐고, 현재 정의연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기부금이 투명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기부금 사용내역에 대해선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받고 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 할머니에게 1992년 생활지원금으로 100만원, 2017년 1억원의 성금을 전달했다는 영수증을 공개했다. 정의연은 2017년 하반기 벡만시민 모금을 진행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지급된 일본 정부의 위로금 10억엔(약 100억원)을 거부한 할머니 8명에게 1억원씩 전달했다. 이외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쉼터 제공 △신고 전화 운영 △재정ㆍ의료 지원법 제정 운동 등에 성금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가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데 대해선 “(두 사람은) 1992년 이용수 할머니의 피해자 신고 전화를 시작으로 29년간 때로는 동지로, 딸로 함께 해왔다”며 “윤 전 대표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되었을 때 이용수 할머니께서는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당연히 가족을 떠나 보내는 서운함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가 공개한 생활지원금 지급 영수증. 2017년에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8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가 공개한 생활지원금 지급 영수증. 2017년에 이용수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정의연이 지난 30년간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맺어온 관계는 혈연가족을 넘어 가슴과 가슴, 활동과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정의연 활동가들은 언제나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의연은 “멀리 대구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수요시위에 함께 해주시며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시고 200살까지 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씀하셨던 이용수 할머니의 당당함을 기억한다”며 “할머니의 말씀이 할머니의 마음과 달리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피해자들의 명예와 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는 데에 악용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적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하 전문

5월 7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30년을 살아오신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바라며 정의연(정대협)의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해 오신 분들의 마음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의도치 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정의연(정대협)은 일본군‘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고 나아가 여전히 전쟁 중 성폭력 피해로 고통받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의실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그 누구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때 용기 있는 증언을 시작으로 문제 해결 운동의 중심에 서 계셨던 김학순,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위안부’피해당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0년간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과 무수히 많은 국내외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온 운동의 역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에 잘못 전달되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우선, 시민들이 모아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정의연(정대협)이 2003년 개소해 운영 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1990년 결성된 정의연(정대협)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 이후 피해자 신고전화를 개설하였고,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하고 계시던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1992년 ‘정신대할머니 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설립해 모금 활동을 전개했으며, 당시 피해자 62명에게 250만 원씩을 지급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재정적·의료적 지원 등을 가능토록 하는 지원법 제정 운동을 전개해 부족하나마 1993년 국내 입법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 등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5년 일본정부가 공식적인 배상이 아닌 민관협력 기금인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문제를 봉합하려고 시도하였을 때도 전 국민 기금모금 운동을 진행하여, 국내외 거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156명에게 정부지원과 시민모금을 합쳐 각 4,412만 5,000원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2015년 한일 정부 간 일본군‘위안부’합의(소위 2015 한일합의)가 발표된 이후 위로금 10억엔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을 때에도 끝까지 일본정부의 위로금 수령을 반대하며 싸워주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하반기 백만시민모금을 진행해 조성된 기금으로 개인 당 1억 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 드린 바 있습니다.

2.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국제연대 등을 통한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활동에 사용되었습니다. 1992년 황금주 할머니의 유엔인권소위원회 최초 일본군‘위안부’피해사실 증언을 시작으로, 1993년 김복동 할머니의 비엔나 인권대회 증언, 2007년 미국 의회 결의안 121호 채택을 위한 이용수 할머니 등의 증언활동, 2019년 이용수 할머니께서 참석하셨던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활동 등을 지원했습니다. 1992년부터 피해국과 가해국 여성들이 피해자들과 함께 매년 진행한 아시아연대회의, 일본의 전쟁범죄와 ‘위안부’ 문제의 가해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2000년여성국제법정 개최 등 당사자들의 힘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데도 사용해 왔습니다.

3. 1992년 1월 8일 시작되어 올해로 29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수요시위, 일본정부의 범죄사실 인정과 법적배상 이행을 위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지원 활동,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 및 콘텐츠 제작·홍보사업, 2011년 1,000차 수요시위 기념 평화비 건립을 시작으로 해외 평화비 건립을 포함한 각종 기림사업,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나비기금사업, 기억과 기록을 위한 증언집 및 관련 출판사업,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및 장학사업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용기있게 증언하고 싸워왔던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삶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2012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통해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비롯한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한 국내외 인식 제고 활동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상에 말씀드린 모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4.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신 윤미향 전 대표와 관련해서도 1992년 이용수 할머니의 피해자 신고 전화를 시작으로 29년간 때로는 동지로, 딸로 함께 해왔던 윤미향 전 대표가 지난 3월 20일 대표직을 사임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되었을 때, 오랜 시간 활동해왔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이 떠나가심에 마음 아팠을 이용수 할머니께서는 윤미향 전 대표에 대한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당연히 가족을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깊게 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의연(정대협) 활동가들은 언제나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정의연(정대협)이 지난 30년간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맺어온 관계는 혈연가족을 넘어 가슴과 가슴, 활동과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증언을 인정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가해 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일본정부의 행태 속에서 함께 울고 함께 다독이며, 때로는 함께 웃고 희망을 나누며 지난한 세월을 버텨 왔습니다.

5. 저희는 멀리 대구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수요시위에 함께 해주시며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시고 200살까지 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씀하셨던 이용수 할머니의 당당함을 기억합니다. 한국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이 땅의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며 할머니들이 직접 주관하셨던 수요시위에서 멋진 사회를 봐주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2019년 11월 두 분의 필리핀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이 방문하셨을 때 함께 수요시위 무대에 올라 함박웃음 지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2015 한일합의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크게 호통치셨던 이용수 할머니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김학순이 열었던 정의의 문을 이용수 인권운동가가 더 활짝 열어젖히길 기대합니다. 그러기에 할머니의 말씀이 할머니의 마음과 달리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피해자들의 명예와 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는 데에 악용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6.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끝이 보이지 않는 30년간의 고단한 투쟁 속에서 외롭지 않게 가족처럼 동지처럼 함께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던 정의연(정대협) 활동에 부족한 지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일본군‘위안부’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어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질책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미래의 길을 개척하는 정의연(정대협)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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