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순례 길에서 받은 선물 / 정두리

정두리(세라피나) 시인·아동문학가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6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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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열심히 성지순례를 다녔다.

국내는 물론 여건이 닿으면 이름이 알려진 다른 나라의 성지를 찾아보는 것을 큰 은혜와 기쁨으로 새겼다.

외국 성지에서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각 나라에서 온 참배객과 스치게 되면 눈길로도 서로가 갖는 공통의 마음을 읽게 된다.

촛불을 밝히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전심으로 기도하게 되는 자리. 어떤 이의 지시나 요청이 없어도 누구나 그런 자세가 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몸이 떨리고 때론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런 다음 얻게 되는 기분 좋은 평화로움. 성지순례는 신자에게 꼭 필요한 마음을 다스리는 순례 길이다. 프랑스 루르드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쓴 졸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다시 느낄 수 없는 고백이기에 옮겨 본다.

프랑스 작은 마을 루르드 성지순례 중에

성수라고 부르는 물에 몸을 담그는 순서가 있었어요

팔 힘이 좋아 보이는 외국인 여성 봉사자 둘이

양 옆에서 나를 들어 물에 담궜다가

가볍게 들어 꺼낼 때,

얼핏 성 마리아의 푸른 허리띠가 손등에 닿은 듯

벽에 걸린 십자가의 예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울기 시작했어요

울음은 점점 커지고 봇물 터지듯 한

울음이 잦아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지요

“눈물의 은사를 받았구나”

어깨를 두드리며 동행인이 말해주었어요

“저 자매, 그렇게 많이 울었대”

저녁식사 때 일행이 소곤거렸지요

그렇게 터졌던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밝혀낼 순 없지만

지금 나는 그때처럼 울고 싶습니다

‘눈물로 씻기지 않는 슬픔은 없다’니까요

슬픔을 쓸어내고 싶으니까요

시 「안구건조증」 하략

땔 나무를 하러 간 14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열여덟 번 나타나신 성모님.

‘샘에 가서 그 물을 마시고 몸을 씻어라’는 말씀대로 나도 그렇게 따랐다.

벅찬 감동이 나를 흔들어 소름이 돋았고 울지 않을 수 없는 그 날의 심정은

‘분명하게 무엇 때문이다’는 답은 내놓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받은 정결한 기운이 때로 무심해지고 나태한 나의 믿음에 스미어

윤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귀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앞으로도 힘을 더한 걸음으로 주님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 성지를 찾는 것은 신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순례 길에서 받은 울지 않을 수 없는 감동과 순정한 평화의 선물을 함께 나누고 싶다.

정두리(세라피나) 시인·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