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저격' 부른 미국의 인종갈등...흑인 사살에 항의한 총격, 경찰 5명 사망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경찰의 잇단 흑인 사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을 노린 총격이 일어나 경찰 5명이 숨졌다. |Getty Images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경찰의 잇단 흑인 사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을 노린 총격이 일어나 경찰 5명이 숨졌다. |Getty Images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잇단 흑인 사살 사건들이 경찰을 노린 보복공격을 낳았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7일(현지시간) 흑인 사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을 향한 총격이 일어나 경찰관 5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용의자들이 매복 형태로 조직적인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여러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총격전이 일어난 것은 이날 오후 9시쯤이었다. 전날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경찰이 흑인들을 잇달아 사살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한 평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총성에 놀라 흩어졌다. 시위대 사이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들이 경찰관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했고, 경찰관 11명이 총에 맞았다. 그 중 5명은 목숨을 잃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청장은 “2명 이상의 저격수들이 매복 스타일로 경찰관들을 향해 총을 쐈다”면서 “가능한 한 많은 경찰관들을 해치려 계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운 청장은 사살된 경찰들 중에는 등에 총을 맞은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격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공개 수배했다. 이 남성은 몇 시간 뒤 자수했다. 지역 언론들은 여성 1명을 포함해 4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8일 새벽 댈러스 시내 주차장으로 도망친 또 다른 용의자 1명과 한 시간 넘게 총격전을 하며 대치한 뒤 이 남성도 체포했다. 이 남성은 “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더 많은 경찰을 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의심스러운 가방이 발견됐다. 댈러스 중심가에도 폭발물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어 연방수사국(FBI)과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수색작전을 펴고 있다.

미국에서 9번째로 큰 도시인 댈러스에서 경찰들이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댈러스 NBC5 방송은 “2001년 9·11 테러 이래로 법 집행당국이 공격당한 최악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은 “최악의 악몽”이라며 경찰관들을 시민들이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 전역에서 계속돼온 경찰관들의 흑인 사살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부근에서는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32)이 운전 중 미등이 고장나 교통단속에 걸렸다가 경찰관에 사살됐다. 동승한 약혼녀가 캐스틸이 총에 맞은 직후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 차 뒷좌석에는 4살 딸이 앉아서 아버지가 숨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날인 5일에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경찰 2명에게 제압당한 뒤 사살됐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총격까지 했어야 할 이렇다할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미 법무부는 스털링 사건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뉴욕 맨해튼을 비롯해 미국 곳곳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댈러스의 경찰 공격은 이런 가운데에 벌어졌다. 댈러스는 백인 인구 비율이 2010년 센서스에서 절반을 조금 넘겼을 정도로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이 많은 지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하기에 앞서 흑인 사살 사건들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경찰과 지역공동체 간의 불신이 불러온 심각한 문제”라고 했고, 페이스북에 “이런 치명적인 총격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며 사법시스템에 오랜 세월 존재해온 인종차별의 징후들”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경고가 나오기 무섭게 댈러스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의 인종갈등이 유혈 충돌과 테러 공격 양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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