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수업·거리두기로 관찰 힘든데” 코로나19에 꼭꼭 숨은 아동학대

기사승인 2020-06-12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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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실시되며 아동학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교 수업이 시작됐지만 숨은 아동학대를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지난 3월 접수된 신고는 887건이다. 지난 4월에는 999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각각 1030건과 1207건에 달했다. 100~200여건의 신고가 증발한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도 지난 5일 학대 신고가 지난해 대비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신고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해 아동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또한 교사 등 신고 의무자와 아동의 대면이 어려워지며 신고 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서 A군(9)이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군은 의붓어머니 B씨의 학대로 인해 7시간가량 좁은 가방에 갇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지난 3일 의식을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주변에서는 B씨의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 B씨는 A군의 안부를 묻는 담임교사에게 “아이의 건강은 양호하다”며 친절히 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남 창녕에서 학대를 당하던 9세 여아가 집에서 탈출, 이웃에게 발견됐다. 당시 아동은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으며 손가락에 심하게 화상을 입어 지문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아동은 “의붓아버지가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졌다”고 증언했다. 학교에도 가지 않았고 외출도 하지 않아 주변에서는 학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부터 등교 수업이 재개됐지만 아동학대 적발은 여전히 어렵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전과 달리 아동과 밀접한 접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학교는 격주 또는 격일로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수도권 내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특수학교는 정원의 1/3 이하만 등교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이모씨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등교해 4교시 수업이 끝나면 귀가한다. 아이들과 아직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정서적인 불안 등은 대화로 밖에 알 수 없는데 코로나19 우려로 아이들과 전처럼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도 “수업 중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학부모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생긴 상처는 더욱더 확인하기 힘들다”며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으니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출결 상황을 학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생들은 등교 전 기침,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지 자가진단을 실시한다. 의심 증상이 한 항목에라도 해당되면 결석을 해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자가진단은 대부분 부모의 몫이다. 비대면 수업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씨는 “아동이 비대면 화상수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아이는 잠깐 시골에 갔어요’, ‘피곤해서 좀 더 재웠어요’라고 하면 교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온라인 학습지원 서비스인 클래스팅 등에 부모가 접속만 해도 아동이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이야기했다. 

“격주수업·거리두기로 관찰 힘든데” 코로나19에 꼭꼭 숨은 아동학대전문가들은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만이 학대를 예방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아동학대가 늘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며 “교사와 아이들이 신뢰관계를 형성, 주기적으로 면담을 하는 것이 학대를 예방할 가장 좋은 길”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업무 과부하에 걸려 있다”며 “교육부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교사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할 방안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균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아동학대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의료인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 2018년 기준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응급실이나 소아과 등에 아동학대 발굴을 위한 협조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의심스러운 외상이 보고된 아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의 경우 학대자와 아동의 분리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원가정 보호 원칙’과 양질의 아동 보호 인력 양성, 각 기관의 협력 구조 등 현행 아동 보호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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