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 - 리뷰

데이미언 셔젤 감독, 달을 향해 쏘다

본 리뷰는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퍼스트맨> 관람 이후 작성되었다.


<퍼스트맨(First Man)>의 중심에는 위대한 성취에 따르는 조건들을 나열한 진솔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 주제라면, <라라랜드(La La Land)>와 <위플래쉬(Whiplash)>를 제작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보다 더 잘 구현해낼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꿈과 희생을 다룬 작품들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그 아닌가. 역시나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셔젤 감독은 신작에서 뛰어난 영상미까지 남겼다.

영화는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 초음속 비행기 X-15를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보는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이 장면은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라이너스 산드그렌 촬영 감독이 완성했다. 산드그렌 감독은 기절할 것만 같은, 거의 불가능하리만치 생생한 시퀀스를 카메라에 담아냈다. 여기에 나사의 풀림, 엔진의 회전까지 전달하는 음향 효과와 음악이 더해져 몰입감은 더욱 커진다.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은 마치 시계 초침처럼, 관객의 심장 박동 속도를 높인다.

셔젤 감독과 산드르겐 감독은 작은 것과 큰 것을 병렬 배치하는 기법을 구사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뒤로 한 채 개인이 처한 상황을 관객 앞에 놓는다.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건 닐 암스트롱이다. 1961년 제미니 프로젝트부터 1966년 아폴로호 달 착륙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이 나열되는 동안, 인류의 위대한 도약을 내딛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는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제임스 R. 한센의 『퍼스트맨(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어떻게 미국항공우주국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메인 플롯은 폐렴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경험하는 슬픔의 극복 과정에 있다.

실제로 암스트롱은 매우 내성적인 은둔형의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달에 처음 착륙한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크다. 일부 관객은 이를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금욕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의 암스트롱은 평소 절제된 연기 속 감정 표현에 능했던 라이언 고슬링에게 완벽한 역할이었다. 고슬링은 감정이 무너져내리는 숱한 위기에서 프로젝트를 떠올리며 자신을 다스린 암스트롱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암스트롱의 조용하고 거리를 두는 성격 탓에, 영화 속 대부분의 감정 변화는 다른 캐릭터들이 표현해야 했다. 특히, 닐 암스트롱의 아내 자넷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는 영화 속 감정의 흐름을 훌륭히 표현해냈다. 아폴로 미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남편의 동료들을 본 자넷은, 그녀 역시 언제라도 남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가정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성공을 다룬 영화는 익히 봐왔지만, 실패를 다룬 영화는 본 적이 없다. <필사의 도전>이 우주여행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고, <아폴로 13>이 사고를 막는 기술과 도구를 다뤘다면, <퍼스트맨>은 실패와 그 과정의 취약성을 다룬 영화다. <필사의 도전>과 <아폴로 13>은 결과적으로 성공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퍼스트맨> 각본을 쓴 조쉬 싱어와 셔젤 감독은 역사적인 쾌거에 수반되는 실패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달 착륙 성공 전까지 일어났던 수많은 참사를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다. 탑승자 전원이 화재로 사망한 아폴로 1호 내부에 관객을 밀어넣기까지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공감하게 되고,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의 임무 수행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이 달에 착륙하는 바로 그 순간, 화면은 35mm에서 70mm IMAX로 넓어진다. 포맷 변경으로 얻어낸 이 장관은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자신이 달에 발을 내딛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관객들을 압도한다. 우주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영화는, 소리를 완전히 지우고 화면 대부분을 칠흑 같은 어둠으로 채웠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퍼스트맨"의 내면 갈등과 성장이 중심에 있지만, 영화는 달 착륙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기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평결

<퍼스트맨>은 인류의 위대한 성과를 기념하는 동시에 그 뒤에 감춰진 비극을 애도하며, 스스로 영화사적 가치를 부여한다. 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내면 탐구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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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2018년 10월 18일

'퍼스트맨' 리뷰

9.3
Amazing
데이미언 셔젤 감독, <퍼스트맨>으로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다.
퍼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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