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수천억 비자금 정황 포착

정제혁·유희곤 기자

검찰, 경영연구소 내 회장 집무실 등 5~6곳 조사

조세 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법인 2곳 운영 확인

검찰이 CJ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은 이재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상당 부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해외에 설립한 위장 계열사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J그룹 계열사 2곳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조세피난처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연구소 내 회장 집무실도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을 포함한 5~6곳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회계 장부와 자금 관리 일일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제일제당센터에는 제일제당, 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식품업 관련 계열사 3곳이 입주해 있다. 그룹의 자금 부문을 담당하는 고위 임원의 자택도 압수수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연구소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연구소는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 및 시장 환경, 미래 변화를 연구하고 연구개발 기능도 수행하는 ‘싱크탱크’로 알려졌지만, 이 회장 등 오너들이 외부의 눈에 띄지 않게 그룹과 관련한 핵심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오랜 기간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내사해온 검찰이 밑그림을 모두 그린 뒤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 곳만 골라 ‘정밀타격’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21일 밤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21일 밤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수천억원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

검찰은 CJ그룹이 해외 위장 계열사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수천억원 중 수십억원이 국내에 유입돼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내에서 사용하다 꼬리가 밟힌 비자금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수천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 비자금 조성처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계열사인 ‘ENVOY MEDIA PARTNERS(EMP) LTD’와 ‘Water Pipeline Works Limited’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CJ CGV와 CJ대한통운이 각각 지분율 94.4%, 100%로 운영하고 있다. 버진아일랜드는 세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최상위 조세피난처로 분류되고 있는 국가다. CJ그룹은 이에 “2011년 7월 베트남 극장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계 메가스타의 지주회사인 EMP를 인수한 것” , “대한통운 인수 시 떠맡은 것” 이라고 해명했다.

CJ그룹의 비자금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CJ그룹은 지난해 서미갤러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서미갤러리로부터 1422억원어치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자금의 출처를 놓고 의혹을 샀다. 2008년 CJ그룹 자금관리팀장 이모씨의 청부살인 혐의 재판 때 2심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이 차명 재산과 관련해 납부한 세금이 1700억원이 넘는 점으로 볼 때 이씨가 관리하던 차명 재산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미갤러리로부터 1000억원대 미술품을 구매한 의혹과 이번 해외 비자금 수사가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재계, “길들이기 시작되나”…당혹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CJ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CJ 관계자는 “전날까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CJ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상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대 그룹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이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 중이고 검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여기에 CJ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재계 길들이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0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식품이나 유통업체는 내수 위주로 운영되는 데다 불공정 거래에서 자유롭지 못해 검찰의 또 다른 수사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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