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태섭 탈당 부른 민주당의 오만과 편협, 가벼이 봐선 안 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를 받았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결국 탈당했다.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당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자 항의의 뜻으로 탈당을 선택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174석 거대여당의 오만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 탈당을 당내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고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의원 개인의 소신에 대한 시대착오적 징계는 금 전 의원 탈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표결 때 찬성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의원의 양심에 따른 표결을 두고 당론과 다르다며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당 기강을 위해서라면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민주적 행태였다. 금 전 의원이 곧바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은 징계를 철회하지 않고 뭉갰다.

금 전 의원 탈당의 원인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금 전 의원은 탈당 이유로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또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고 했다. 민주당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다. 실제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논란 등을 지켜보며 다수의 시민들이 이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접고 탈당을 선택한 데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탈당이 소수의 반대를 포용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시민의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금 전 의원이 지적한 편 가르기와 말 뒤집기 행태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낙연 대표는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쉽다며 “충고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 말을 꼭 실천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정당은 결코 매력적인 정당이 될 수 없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